삼성·하이닉스, 반도체 왕관 찾으려는 日 심장부서 R&D 체력 기른다

김평화 2023. 5. 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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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일본서 R&D 시제품 라인 구축
이미지센서 R&D센터 운영하는 SK하이닉스
"기술 경쟁력 위해 해외 R&D 협력 늘려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 수도인 도쿄 인근에서 반도체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높인다. 일본 반도체 핵심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후공정과 센서 등 미래 먹거리를 늘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15일 니혼게자이신문(닛케이)은 삼성전자가 300억엔 이상을 투자해 도쿄 근처에 있는 요코하마시에 첨단 반도체 시제품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100억엔 넘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으며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도 더했다.

요코하마에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재팬(DSRJ)이 있다. 삼성전자가 요코하마와 오사카 등 현지에 분산돼 있던 연구 시설을 모아 만든 반도체 연구 조직이다. 삼성전자는 라인 구축과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한일 관계 특성상 부정 여론이 있다 보니 언급을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삼성전자가 생산 공정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일본 소부장과 긴밀히 협력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라인 내부 모습 / [사진제공=삼성전자]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이곳에서 R&D 시제품을 만들며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본다. 후공정(패키징) 분야에서 일본 소부장 기업과 협력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은 후공정에서 쓰이는 다이서 장비 시장 1위(디스코), 2위(도쿄정밀) 기업을 모두 보유하는 등 관련 분야에 강점이 있다. 패키징은 여러 반도체를 쌓거나 묶어 성능을 높이는 기술로, 최근 미세 공정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도쿄에 일본 법인 본사와 함께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센터는 2019년 신설됐다. 회사는 당시 “일본의 다양한 CIS 리소스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CIS는 시스템 반도체인 ‘CMOS 이미지센서’를 말한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영상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데 쓰인다. 사람 눈에 있는 망막 역할을 한다.

일본은 CIS 시장에서 50%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소니와 함께 관련 소부장 기업을 두루 갖춘 곳이다.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에서 90%에 달하는 메모리 사업 편중을 극복할 열쇠 중 하나로 CIS 사업을 두고 있다. 최근 고부가가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국내 CIS 사업부를 R&D 중심으로 바꾸는가 하면, 상반기 신입 채용 때 R&D 공정과 소자 부문에서 센서 관련 인력을 모집하는 등 관련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R&D 추진 과정에서 해외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국내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과)는 15일 열린 5대 학회 공동학술대회에서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우수 기업과 R&D 협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 역시 “일본에 소부장 업체들이 많다 보니 소통, 협력하는 과정에서 사업에 도움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일본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면, 일본은 과거 반도체 강국 지위를 되찾기 위해 약한 고리인 제조 분야를 키우고 있다.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와 미국 메모리 기업 마이크론 생산 시설을 자국에 유치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키옥시아, 소니 등 일본 주요 기업이 지난해 설립한 합작 법인인 라피더스에도 3300억엔 지원을 약속했다.

한편 일본에선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합병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간) 양사 합병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합병 법인 지분율을 키옥시아가 43%, 웨스턴디지털은 37%로 나누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5개 넘는 사업자가 경쟁하는 낸드플래시 시장 지형이 바뀔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 시장 1위는 삼성전자로, 키옥시아(2위)와 웨스턴디지털(4위) 점유율을 합치면 34.1%로 삼성전자(33.9%)를 앞서게 된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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