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의 도전정신을 뮤직비디오에 담았더니
4분의 뮤직비디오에는 생각보다 많은 함의가 들어 있습니다. 그 속에 든 상징과 비유를 짚어보면서, 창작자의 의도를 더듬어가면서 감상해보면 어떨까요. 과잉해석일지 모르지만, 그럼 뭐 어때요? <기자말>
[손화신 기자]
▲ 세븐틴 '손오공' 뮤직비디오 |
ⓒ 플레디스 |
'손오공'을 뮤비연구소 연재로 다루기로 하고서 걱정이 앞섰던 건, '손오공'이 딱히 연구할 거리는 없는 뮤직비디오기 때문이다. 연구소라는 연재명에 걸맞게 보통은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토리가 있거나, 감춰진 상징이나 은유가 많아서 분석하고 해석할 거리가 있는 뮤비를 다루는데 반해 '손오공'은 단지 세트를 배경으로 안무를 촬영한 뮤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손오공'을 택한 이유다. 이야기 형식의 뮤비가 아니어도 하나의 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이 뮤비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직 세트, 의상, 안무, 전체적인 콘셉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스토리를 표현해해는 게 이 뮤비의 놀라운 지점이다. 직접적으로 서사를 만들어내는 드라마타이즈 형식을 취하지 않아도 특정한 '이야기'가 느껴지는 건, 가사와 안무에 이미 손오공 스토리가 잘 녹아들어 있고, 그것을 표현하는 세븐틴 멤버들의 퍼포먼스 표현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손오공' 뮤비는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준다. 보통 아이돌의 퍼포먼스형 뮤비를 보면 서너 개 이상의 세트장이 등장하는데, '손오공'은 완성도 있는 대형 규모의 세트 하나만을 사용한다. 붉은 색감의 이 거대한 세트에서 무려 200명이 넘는 댄서들과 세븐틴 멤버들이 한 몸처럼 칼각 퍼포먼스를 펼치는데, 화려하면서도 절도 있고 정제된 느낌을 동시에 자아낸다. 마치 블록버스터급 무협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하다.
▲ 세븐틴 '손오공' 뮤직비디오 |
ⓒ 플레디스 |
특히 안무를 보면 만화 <드래곤볼>에서 꽤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이마 옆을 짚는 포인트 안무는 손오공이 순간이동할 때 쓰는 포즈와 닮았고, 손을 돌리는 안무는 만화 중 기를 모아 에네르기파를 쏘는 동작과 닮았다. 전반적으로 안무는 쿵푸 같은 아시아 무술 느낌이 나는데, 가사와 뮤비 세트와 찰떡처럼 어울린다.
의상도 이 뮤비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한복을 베이스로 한 것 같기도, 도복을 베이스로 한 것 같기도 한 의상은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 붉은 색감의 세트 배경과 잘 어우러진다. 댄서들의 의상도 무술풍의 신비로운 분위기에 크게 기여한다. 닌자를 떠올리게 하는 검은 복면이 비밀스러운 느낌을 내면서 세븐틴 멤버들의 의상과도 조화를 이룬다. 영화 같은 복장과 더불어, 세트 가운데 보이는 창문의 격자문양 또한 동양의 무협 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드라마 형식의 서사로 구성된 뮤비가 아닌 만큼 '손오공' 뮤비를 감상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멤버들의 퍼포먼스를 손짓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감상하는 것이다. '구름을 타고 여기저기로'라는 가사와 안무에선 근두운을 타고 다니는 손오공의 모습이 연상되고, '늘어나라 하늘로 여의봉'이라는 부분에선 여의봉을 표현하는 손동작이 재미있다. 200명의 댄서들이 한 몸처럼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마치 분신술에 능한 손오공이 200명의 분신으로 변신해 움직이는 것만 같다.
▲ 세븐틴 '손오공' 뮤직비디오 |
ⓒ 플레디스 |
고통의 과정과 이를 극복하면서 무한성장을 반복하는 손오공처럼 세븐틴도 자신의 영역에서 그렇게 진화하고 있음을 이 곡은 표현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펼쳐진 것만을 보고 포기하고 비관하는 게 아니라 멀리 보면서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세븐틴의 가치관이 잘 묻어나는 것.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 세븐틴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세/ 힘을 다하고 쓰러져도/ 포기를 모르고 날뛰는 중"이라는 가사가 끓어오르는 힘을 느끼게 한다.
▲ 세븐틴 '손오공' 뮤직비디오 |
ⓒ 플레디스 |
▲ 세븐틴 '손오공' 뮤직비디오 |
ⓒ 플레디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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