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울 3·4호기 '심장' 만든다…6년만에 다시 뛰는 두산공장

이수기 2023. 5. 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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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조공장 1~2.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단조공장에 설치된 17000톤 프레스기가 신한울 3?4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 단조 소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15일 경남 창원에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 내 단조공장. 1200도로 달궈진 대형 버스 크기의 쇳덩어리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높이 23m의 초대형 프레스기로 옮겨졌다. 누르는 힘이 1만7000t에 달하는 프레스기다. “성인 남성 24만 명이 동시에 누르는 힘”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단련을 반복할수록, 쇳덩이의 강도는 더 높아진다고 했다.

이렇게 단련된 쇳덩이는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기기이자 무게만 775t에 달하는 ‘증기 발생기’의 구성물로 거듭난다. 중형차 520여 대 무게다. 이 밖에도 무게 533t짜리 원자로, 3110t의 터빈 발전기 등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가스터빈의 핵심 구성품인 로터 조립체.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창원공장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핵심 기기인 ‘증기 발생기’ ‘원자로’ ‘터빈 발전기’ 등에 대한 제작 착수식을 열고 현장을 공개했다. 지난 3월 한국수자력원자력과 2조90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신한울 3·4호의 주기기 제작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사업을 중단한 지 6년 만이다. 착수식에는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완수 경남지사 등이 참석했다.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은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공장의 전체 면적은 430만㎡(약 130만 평). 여의도 넓이의 1.5배에 달한다. 소재 제작부터 완제품까지 일괄 생산이 가능한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다. 현재는 5000명이 일하는 이곳은 원전을 비롯한 국내 에너지 설비 산업의 메카로 통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었다. 지난해엔 매출 15조4433억원, 순손실 4603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원자력공장에서 직원이 교체형 원자로헤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 아직은 한산


원전의 핵심 주기기인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가압기, 냉각제품 등을 생산하는 창원공장 내 원자력공장의 경우 아직은 일감이 많지 않았다. 길이 395m, 폭 35m(약 4200평)에 달하는 이 공장은 최근 부상 중인 ‘소형모듈원자로(SMR) 글로벌 파운드리(위탁생산)’ 전략의 핵심 거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해 160여 명이던 인력을 최근 50여 명 증원했다고 한다. 조금씩이나마 수주가 늘고 있어서다. 올 하반기 추가로 채용을 할 예정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비록 어려운 한때를 보냈지만, 두산에너빌리티는 협력 업체와 공생 노력을 잊지 않았다. 이번 주기기 제작을 위해 국내 460여 개 협력사와 힘을 모았다. 주기기 제작에 필요한 소재·부품 공급과 제작 과정에 필요한 기계 가공, 제관 제작, 열처리 등의 업무를 국내 협력사에 발주했다. 지난해 이미 약 320억원을 조기 발주했고, 올해는 2200억원 규모의 발주를 진행 중이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원전 생태계 활성화의 기운이 더욱 빠르게 확산되도록 노력하고, 이를 통해 해외 원전 수출을 위한 팀 코리아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풍력2공장 전경.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2030년엔 풍력발전 100% 국산화 달성 목표


풍력공장이나 터빈 공장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풍력공장의 경우 최근 해상풍력발전이 주목 받으면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형 선풍기를 닮은 풍력발전 장비는 크게 블레이드(회전 날개)와 허브, 나셀(풍력발전 시스템의 주요 장비가 설치된 공간)로 구성돼 있다. 현재 풍력발전 장비의 국산화율은 70% 선이지만, 2030년 무렵에는 국산화율 100%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불안정했던 에너지 정책 탓에 중소 업체들이 기술 개발에 쉽게 뛰어들지 못해 국산화율이 70%에 그쳤다고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풍력발전기의 핵심인 블레이드 전량을 협력업체에서 납품받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도 이어졌다. 열병합발전소에 쓰이는 가스터빈과 관련,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 159기가 설치된 발전용 가스터빈의 경우 현재 전량 외국산인데, 이를 점차 대체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국내 발전 업계는 그동안 가스터빈 최초 설치는 물론 유지보수 과정에서도 해외 브랜드에 갑이 아닌 을(乙)의 입장일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 이상언 상무는 “가스터빈 운영과 관련해 다양한 경험과 기술을 쌓아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풍력2공장 내부 모습.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에 공급할5.5MW 풍력발전기 나셀 제작에 한창이다. 사진 두산에너빌리티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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