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쉰다" 4050보다 많다…2030서 벌어진 이례적 현상

정진호 2023. 5. 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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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박모(27)씨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졸업하기 전인 지난해까진 학교에 다니며 대기업과 중견기업 취업을 준비했지만, 모두 떨어진 뒤엔 서류 접수나 취업 관련 공부를 미뤄뒀다. 박씨는 “당장 지원 가능한 곳 중엔 가고 싶은 회사가 없어 일단은 쉬고 있다”며 “아직은 목표한 임금에 못 미치는 회사까지 지원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2030 ‘쉬었음', 4050 첫 역전


16일 통계청 경제활동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중 이 같은 ‘쉬었음’ 인구는 20대가 38만6000명, 30대가 27만4000명이다. 두 세대를 합치면 66만명에 달한다. 40대와 50대의 쉬었음 인구는 총 61만3000명인데 이보다 많은 수준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4월 기준 20·30대의 쉬었음 인구가 40·50대보다 많아진 건 지난달이 처음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고용통계상 '쉬었음'이란 일할 능력은 있지만, 구체적인 이유 없이 막연히 쉬고 싶어서 일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시험공부나 구직활동은 하지 않고, 출산이나 육아와 같은 뚜렷한 휴식 이유도 없어야 ‘쉬었음’으로 분류한다.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니트족’이 이에 해당한다.

통상 20대와 30대는 당장 취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시험공부나 구직활동을 활발히 하다 보니 다른 연령대보다 쉬었음 인구가 적었다. 하지만 지난달 2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만8000명(10.8%), 30대는 1만7000명(6.7%) 증가했다. 30대(27만4000명)의 경우 4월 기준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한파가 닥쳤던 2020년 4월 이후 최대다.

반면 지난달 그냥 쉬는 40대는 1년 전보다 1만1000명(4.3%), 50대는 2만명(5.2%) 감소했다. 인구 구조를 살펴보면 20대와 30대는 1년 전보다 28만1000명 줄었다. 이 기간 40대와 50대 인구도 감소하긴 했지만, 감소 폭이 11만명으로 2030의 절반도 못 미쳤다. 인구가 대거 줄어든 2030에서 쉬었다는 사람이 급증하는 이례적인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양질 일자리 감소에, 미스매치 심각


쉬고 있는 청년 비경제활동인구의 확산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었다. 대표적으로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만7000명 줄었다. 4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다. 일상 회복과 고금리 영향으로 IT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도 멈춰섰다.
3월 20일 서울시내 대학교에 채용 공고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스1
취업 포털인 인크루트가 지난 3월 대학 졸업예정자·졸업자 653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입사 시 희망하는 초봉이 3944만원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로는 대기업(54.4%)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자리가 없다기보단 청년층이 일하고 싶어하는 일자리가 줄어든 게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의 가장 큰 이유”라며 “최근 청년들은 원하는 회사나 직무가 아니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일자리 미스매치를 만든 고용환경이 문제”라고 말했다.

일상회복에 배달업 선호 낮아져


10일 서울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배달노동자 100여명이 라이더 자격제 도입, 생활임금 보장 등을 촉구하며 오토바이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배달업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플랫폼 일자리가 감소한 영향도 있다. 원하는 시간에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 배달업은 청년층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일상회복으로 인해 배달업 수입이 줄어들면서 청년층의 이탈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입이 줄자 배달업을 그만두고 ‘쉬는’ 것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달 음식 배달원 등을 포함한 단순노무종사자는 200만명으로 1년 전보다 11만1000명 줄었다. 단순노무종사자가 전년보다 줄어든 건 2021년 1월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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