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매수세의 힘…23개월 만에 오른 세종시 집값

김원 2023. 5. 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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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큰 폭으로 하락했던 세종시 집값이 23개월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최근 외지인 투자자가 몰리면서 급매물이 소화됐고, 정부의 정책 자금 대출인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실거주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집값이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월간)에 따르면 세종시의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등) 가격은 3월보다 0.65% 상승했다. 세종시 집값은 2021년 6월(-0.07%)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2년 여 동안 줄곧 내림세를 보였다. 이 기간 세종시 집값은 22.8% 하락했다. 세종시의 3월 기준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도 2.58% 올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0년만 해도 세종시 아파트값은 연간 44.9% 뛰며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당시 정치권에서 띄운 행정수도 이전 등 ‘천도론’(遷都論) 이슈로 투자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돌아섰고, 지난해 세종시 아파트값은 17.12% 떨어지며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집값이 급격하게 올라 신규 매수세가 주춤하는 사이 공급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아실에 따르면 2020년 4287가구였던 세종시 입주 물량은 2021년 7668가구로 78.9%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전반이 냉각되면서 하락 폭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매매가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인식에 생기면서 주요 단지 급매물들이 소진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 아파트는 1978건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1년간 거래량인 2391건의 82.7% 수준이다. 지난 2월에는 607건 손바뀜하며 2020년 12월(1157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세종시 다정동 가온1단지힐스테이트세종2차는 올해 들어 57건이 거래됐다. 이달 들어 전용 59㎡에서만 5건이 계약되기도 했다. 2020년 12월 최고가 6억2800만원(16층)을 기록했던 이 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3월 3억8000만원(2층)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4억2200만(3층)~5억원(15층)까지 가격이 반등했다.

10억원 이상 고가 거래도 재등장했다. 나성동 나릿재1단지리더스포레 전용 112㎡는 13억원(29층)에 거래됐는데, 이는 2021년 4월 12억원(31층)을 뛰어넘는 최고가였다.

매수 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에 따르면 세종시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0.8로 지난달 109.0보다 11.8P 뛰며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 이 지수는 설문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행태변화 및 인지 수준을 0~200의 숫자로 수치화한 것이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가격 상승과 거래 증가 응답자가 많다는 의미다. 연구원은 지수를 ▶0∼95 하강 ▶95∼114 보합 ▶115∼200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외지인 투자 유입도 활발해졌다.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외지인 매매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세종시다. 이 기간 1564건의 매매 가운데 523건(33.4%)이 외지인 투자였다. 지난 3개월간 세종시 아파트를 산 3명 중 1명은 세종에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이라는 말이다.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세종시의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매)도 5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기 화성시(76건), 평택시(74건), 충남 천안시 서북구(57건)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았다. 집값과 함께 전셋값도 많이 떨어져 갭투자 매력이 떨어졌지만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투자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1월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도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아파트 대부분이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9억원 미만이다. 나성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바닥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며 “세종에 거주하는 젊은 부부들이 보금자리론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세종시의 인구가 계속 증가 중인데, 향후 입주물량이 줄어들면서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며 “급매물 소진 이후 차상위 매물까지는 수요가 붙을 수 있어 당분간 집값이 강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매도자들이 호가를 크게 올리지만 않는다면 거래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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