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집 등 결정문서 '특별법' 사라져... 진화위, 피해자 기만"

변상철 2023. 5. 1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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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집·녹화공작·프락치강요 피해 회복을 위한 특별법 재정과 국가책임이행 촉구 기자회견

[변상철 기자]

 강제징집 녹화공작 등 피해회복을 위한 기자회견.
ⓒ 변상철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광범위한 기간 동안 학생운동과 민주화열기를 파괴하기 위해 군사독재기관이 벌인 반인권적 사건 중 일명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사건'이 있었다. 이는 국가폭력사건 유형 중 대표적인 반인권·반인륜적 사건으로, 정치적 지지기반이 약한 군사정권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지닌 대한민국 청년의 처지를 이용해 벌인 일이다. 군사정권은 정부와 정치권에 비판적이었던 대학생을 강제로 군에 입대시킨 뒤, 정치적 신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법적 근거도 없는 불법감금과 고문을 자행했다. 

군사정권의 폭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강제적 사상 전향을 강요해 피해자 학생의 학우, 친구, 동지를 사찰하고 감시해야 하는,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반인권적 행태로 내몰았다.

특히 신학대학에 재학 중이던 신학생들에게까지 강제징집 등의 행위를 자행했음이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종교의 신념을 가진 이들에게 정치적 굴레를 씌워 종교의 자유를 훼손하는 행위는 전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이다.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상실하게 하고, 신체의 자유와 사상, 양심의 자유를 파괴당하는 종합적 인권유린 사건인 것이다.

지난해 11월 22일 진실화해위원회는 군사정권 당시 이러한 강제징집 등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유린 사실을 확인하고, 다음날인 11월 23일 이들의 구제를 위해 특별법 등 조치를 취한 것을 권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관련기사 : 진실화해위원회 "프락치 공작 피해자 2,921명 확인").

진실화해위원회의 발표를 통해 군사정권 시절 대학생들에 대한 불법적 반인권적 인권유린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당시 군사정권에 기대어 협조한 이들은 호위호식하는 비상식적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강제징집 등 피해자는 여전히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나 구제책을 듣지 못하고 어둡고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음에도 프락치 등으로 부역한 이들과 이들을 통해 정권을 유지한 이들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피해자들이 나서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에도 피해자 구제나 가해자, 프락치 가담자에 대한 책임 추궁 등 실제적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부를 비판했다. 

16일 진실화해위원회 앞에서는 '녹화공작, 강제징집 피해자들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 주관으로 '강제징집, 녹화공작, 프락치강요 피해 회복을 위한 특별법 재정과 국가책임이행'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은 피해사실을 장기적으로 접수, 조사할 수 있는 상시적 기구의 설치를 주장했다. 아직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한 강제징집, 녹화사업 피해자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들은 여전히 고통속에서 당시의 피해사실을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피해자들을 찾아 발굴하고 이들의 피해사실을 기록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치유할 기구과 시설, 이를 위한 의료지원 등 의료접근권에 대한 방안이 제정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에서의 특별법 논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미향 국회의원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인간적 존엄성 회복과 명예회복을 위해,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통해 피해회복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며 이를 위해 "국회는 입법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이 적극 나설 것임을 밝혔다. 
 
 박 목사가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전해받은 결정문. 이 결정문 내용에는 앞선 위원장의 기자회견 내용과는 다르게 '특별법' 제정 내용이 빠져잇다.
ⓒ 변상철
 
피해자들은 이 자리에서 특별법 제정 관련 진실화해위원회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제징집, 녹화사업 피해자인 박만규 목사는 "작년 11월 23일 기자회견에서 정근식 위원장이 강제징집, 프락치강요 피해자들에 대해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발표했다"면서 "그런데 한 달 뒤 신임 위원장인 김광동 위원장이 들어서고 나서, 12월 15일 피해자들에게 결정문이 발송되었는데, 이 결정문엔 11월 23일 기자회견에서 정근식 위원장이 밝힌 '강제징집 등 피해자들에 대한 특별법' 내용이 빠져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진실화해위원회가 11월 23일 낸 자료엔 "국방부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활동 종료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의 개인별 피해사실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조사기구를 설치하고,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및 배·보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피해회복을 실현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12월 15일자로 피해자들이 받은 결정문엔 "국방부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활동과 별도로 '개인별 피해사실을 장기적으로 조사할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을뿐, 특별법 제정에 대한 내용은 없다. 

박 목사는 이에 대해 "피해자와 국민에게는 특별법을 만든다고 기자회견을 해놓고서는 특별법 내용을 쏙 뺀 채 결정문을 통고한 것은 (피해자를) 기만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미향 국회의원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권고까지 삭제하는 등 국민 보호라는 기본책임을 무시하고 있는 진화위는 삭제된 권고사항을 보낼 모습을 온전히 되돌려야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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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변상철씨는 공익법률지원단체 '파이팅챈스' 소장입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노동자, 군사망사건 등의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그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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