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거부권 뒤 "처우 개선" 달래는 정부…간호업계는 단체행동 예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오후 브리핑에서 “보다 많은 현장을 직접 찾아가 어려움을 함께 느끼며 필요한 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뒤에 이뤄진 이날 브리핑은 간호사 처우 문제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조 장관은 “간호사 처우 개선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간호사 분들이 환자 곁을 계속 지켜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호사 처우 개선을 명문화하는 것과 관련해선 “4월 발표한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을 착실히 이행하겠다. 입법 방향과 관련해선 당과 협의해 방향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간호법 논란은 제정 논의가 처음 시작된 2005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대통령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다시 상정되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및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통과된다. 재표결은 빠르면 25일 본회의에서 이뤄질 전망인데, 양곡관리법처럼 부결돼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간호업계는 강력 반발하면서 사상 첫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이날 오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간호법을 제정한다는 약속은 증거와 기록이 차고 넘치는데도 대통령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약과 약속을 파기했다”라며 “대통령이 후안무치한 탐관오리들이 주장하는 허위 사실을 분별하지 못하고 결코 남용되어선 안 될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한 건 민주정치를 중우정치로 전락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간호법을 즉각 국회에서 재의할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라며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또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간호법을 파괴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단죄하겠다”고도 했다. 2021년 기준으로 45만7000명(보건복지통계연보)에 달하는 간호사의 세력을 활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다.
그 밖의 단체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파업은 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어떤 압박 카드를 어떤 수위로 어느 시점에 사용할지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협회는 대형병원에서 활동하는 약 1만명가량의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업무 중단 등 준법투쟁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PA 간호사는 의사가 부족한 응급실 등에서 수술 보조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이런 업무 외 의료활동을 중단하게 되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보건복지의료연대 등은 이날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환영하면 예고했던 파업을 일단 유보한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는 지난 3일과 11일 두 차례 연가투쟁 등의 방식으로 부분 파업을 벌였고 17일 강도 높은 파업을 계획했다. 다만 의료인의 결격·면허 취소 사유를 강화하는 걸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거부권 건의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해 재개정 절차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료인이 모든 범죄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 면허를 취소한다는 것은 과도하다는 여론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관련 법 개정 방향과 관련해 당정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황수연·김나한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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