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건설노조 때리기... 청년·여성에 끼친 악영향

이영록 2023. 5. 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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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능학교에서 직접 겪은 변화...노조 탄압으로 청년·여성 배제, 산업 기반 망가트려

[이영록 기자]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의 교육 프로그램 중 '형틀 교육'을 받고 있는 참가자들.
ⓒ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제공
 
사단법인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는 전국 각지의 민주노총 건설노조 및 플랜트건설노조의 지역 지부들이 운영하는 건설기능학교, 무료취업알선센터, 노동안전교육기관 등을 회원으로 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1995년부터 전국 각 지역에서 조합비와 조합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건설기능학교와 무료취업알선센터를 만들었다. 임시일용직으로 일자리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건설노동자들은 고용 특성에 적합한 기능향상훈련과 숙련 형성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는 공식적인 시스템을 갖게 됐다. 정부도 그 성과를 인정해 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 개정을 통해 건설업에 특화된 기능훈련과 취업지원사업을 수행한다.

현재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서울, 파주, 남양주, 안산, 경기광주 등에서 건설기능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건설기능학교에 매년 수억 원에 달하는 조합비를 지원해 2030 청년과 여성들에게 기능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양질의 건설현장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 동안 1534명을 훈련시켰고 그 중 1044명의 훈련생이 건설현장으로 취업했다. 이중 절반인 531명은 여성과 청년들이다.

건설 일자리 감소 국면에... 건설현장서 배제되는 여성과 청년들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의 교육 프로그램 중 '철근 교육'을 받고 있는 참가자들.
ⓒ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제공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2022년 주택착공 면적이 25%가량 감소했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도 2023년 1분기 전국 건축착공 면적이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한 것으로 발표했다. 착공 면적 통계치는 주택건설 단기 전망의 주요 지표로서 건설노동자들의 일자리 증감 추세를 가장 잘 보여준다. 현재 주택건설 물량 감소로 인해 건설노동자들의 실업난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아파트 등 주택건설현장에선 윤석열 정권의 건설노조 탄압 여파로 인해 내국인 건설노동자 대상으로 대량 해고와 취업 배제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일부 건설업체들이 단체협약에서 정한 임금 이상으로 일할 수 있는, 뛰어난 기능 실력을 갖춘 노조팀의 취업을 허락하더라도, 팀원 중에서 정해진 공사 기간과 속도에 따라가지 못 한다고 판단된 여성·청년들의 취업을 배제시키고 있다.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일이다. 한 건설사가 '성희롱이 발생할까봐 여성 형틀목수를 채용하지 않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성희롱 핑계를 운운했지만, 실제로는 여성들이 고강도 중노동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건설기능학교를 갓 졸업해 숙련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청년들을, 단체협약에서 정한 일당을 주면서 일 시키는 게 싫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의 여파로 인해 최근 건설기능학교 대부분은 교육생 모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설기능학교에서 '건설근로자공제회 20일 기능훈련과정'을 이수한 청년과 여성 건설노동자들의 취업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건설기능공으로 먹고살기 위해 건설기능학교에 찾아갔는데 취업이 안 되니 찾아갈 이유가 없어져버렸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예전에 비해 절반도 채 안 되는 훈련생이 건설기능학교를 찾는다. 큰 감소폭이다.

건설기능 전수와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청년·여성 건설 일자리를 확대해야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가 마련한 '형틀체험교육'에 참가 중인 특성화고 학생들.
ⓒ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제공
 
그동안 건설기능학교는 건설현장에 자신이 꿈이 있는 20대 청년들에게 기술과 성실함만 있으면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는 건설 일자리를 얻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30대 청년과 여성 가장들에게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이 보장되는' 건설 일자리를 만들어줬다고 자부한다. 청년과 여성 건설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생활안정의 디딤돌이 된 것이다.

윤석열 정권과 건설업계는 건설기능인 고령화 심화와 기능단절로 건설산업이 망하든 말든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건설현장을 건설업계의 이윤 확대의 장, 불법비자금 조성의 장으로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때려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최근에 착공된 신규 아파트 건설현장의 일자리 대부분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지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정한 근로조건에 맞춰 일하려는 내국인은 건설현장에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며, 그 피해양상은 여성 및 청년 건설노동자들에게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저임금 장시간'이란 열악한 처우의 개선 없이 외국인 노동자로 현장 수요를 채우고, 내국인 노동자의 양성이란 없는 지금의 형태가 지속된다면 건설 산업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건설업체 사장과 소장들에게 호소한다. 최저가 과당 경쟁에 내몰려 이윤과 속도가 중요하다지만 청년과 여성 건설노동자들의 취업마저 거부해서 건설산업 발전과 기능 전수의 씨앗을 없애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그동안 만들어온 청년·여성 건설노동자 건설현장 진입 확대에 대한 노력과 성과를 탄압으로 무너뜨릴 게 아니라 노동조합과 함께 그들의 고용이 안정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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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영록씨는 사단법인 전국건설기능훈련취업지원센터 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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