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가성비 클라우드'로 시장 공략” 위기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수익성 악화로 위기에 빠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클라우드 사업으로 활로를 찾는다. ‘가성비’ 좋은 서비스로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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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카카오의 IT서비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 재편 방향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지난 12일 이경진 클라우드 부문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클라우드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경진 내정자는 클라우드‧빅데이터 머신러닝 전문기업 엑슨투를 설립한 창업자 출신이다. 엑슨투가 지난해 1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인수된 이후 클라우드 부문을 이끌어왔다.
이 내정자는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020년 368억원에서 2021년 901억원, 2022년 1406억원으로 점점 커지는 추세다. 그는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품질 좋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수익성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얘기다.
왜 클라우드야?
수익성 개선 효과를 가장 크게 기대할만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IT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이전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클라우드 시장엔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챗GPT 등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커질수록 클라우드 시장도 커진다. AI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공간과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최근 KT클라우드는 투자 혹한기임에도 6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 잠재력을 인 정받았다. 아마존웹서비스(AWS)·네이버클라우드 같은 CSP를 일반 기업과 연결해주는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MSP)들도 매년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한국 클라우드 시장이 지난해 4조~5조원에서 2025년 11조6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왜 중요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시작으로 카카오 자회사들의 경영 효율화 바람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카카오는 지난 4일 올 1분기 실적발표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사업부의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기조를 밝혔다. 카카오는 1분기 영업이익(711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이하로 줄어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본사의 수익성 개선 방침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사업 구조재편도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2019년 카카오의 AI랩에서 출발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그간 AI·물류·클라우드 등 B2B 사업을 다양하게 펼쳤지만, 똘똘한 사업 하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AI 연구개발 및 사업화는 카카오의 또다른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과 겹치고, 물류 사업도 카카오모빌리티와 중복된다. 그런 와중에 수익성을 개선하려다보니 ‘돈 되는’ 클라우드에 집중하게 된 것. 다만, 회사 측은 기존 사업을 접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이 대표 내정자는 “해당 사업들을 클라우드화하면서 수익률을 맞추는 형태로 조직 개편을 진행할 것”이라며 “구조조정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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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익성 개선은 어떻게?
이 대표 내정자는 “오는 31일 글로벌 기술 수준의 ‘멀티 가용영역(AZ·Availability Zone)’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멀티 AZ는 여러 곳의 데이터센터를 연결해 운영하는 서비스로, 특정 데이터센터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데이터센터에서 기능을 수행해 서비스 안정성이 보장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CSP) 중 멀티 AZ 출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올해 목표는 세 가지다. 이 대표 내정자는 “기술 고도화, 개발자들로부터 환영받는 클라우드 팬덤 형성, 공공·기업용 클라우드 시장 공략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네이버클라우드가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 3사도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며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우선 공략하려는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경우, 최근 관련 규제가 완화되며 AWS 등 글로벌 업체들이 참여할 길이 열리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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