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공세 예고하는데…"美, 지원 예산 여름이면 바닥난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쓸 예산을 대부분 소진해 올 여름께는 잔고가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백악관은 추가 지원안을 마련한단 계획이지만, 미국 정부가 의회와 정부 지출 삭감 문제로 부딪치고 있어 관련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의회가 지난해 12월 승인한 우크라이나 지원금 480억 달러(약 64조 2000억원) 중 남은 돈이 60억 달러(약 8조원)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측은 대공세를 예고하며 지원을 더욱 절실히 요구하고 있으며, 현재 속도대로 지원을 계속한다면 7월께 자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새로운 예산은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 1일~2024년 9월 30일) 국방예산이 책정될 때 마련되는데, 의회는 통상 연말에 예산을 승인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런 이유로 미 정부는 그 전에 예산을 확보할 '추가 지원 패키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관계자는 "백악관은 현재 새 지원 계획을 논의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시기를 조정할 것"이라고 이 매체에 밝혔다.
문제는 정부 지출에 대해 하원 다수를 점한 공화당 의원들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단 점이다. 특히 지난 1월부터 바이든 정부와 공화당이 대립 중인 ‘부채한도 상향’ 문제까지 엎친 데 덮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을 비롯한 의회 지도부를 만나 담판을 지을 계획이지만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미 언론의 전망이다.
공화당은 부채한도 상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정부 지출 삭감'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공화당이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뺏기 위해 바이든 정부의 돈줄을 틀어막으려 한다며 대치 중이다. 지난해 미 정부는 필요할 때마다 '추가 지원 패키지'를 마련해 의회의 승인을 받아 우크라이나를 도왔지만,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란 얘기다.
폴리티코는 "의원 대부분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찬성하지만, 공화당 일부 강경파는 지원액을 외려 삭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의 추가 지원책에 대해 "실수"라고 비꼰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 정보위 부위원장)의 말을 예로 들었다. 매카시 하원의장 역시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이후 "우크라이나에 무분별한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지난 3월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방문 요청을 거절하며 "백지수표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갈 필요는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번 부채한도 상향 협상에서 공화당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정부 지출이 삭감될 경우 미 정부의 장기적인 외교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 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는 공화당 측과 채무불이행(디폴트) 직전 극적으로 부채한도 협상 타결을 했는데, 정부 지출 삭감이 그 조건이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당시 오바마 정부가 공화당의 안을 받아들여 국방비를 대폭 삭감한 탓에 해외 미군기지 건설과 유지·보수 예산이 크게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중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졌단 주장이다. FP는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정세가 더욱 불안한 상황이기에 그 '대가'가 더욱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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