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코앞 '가오갤3', 마블 살린 이 노래

이현파 2023. 5. 1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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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그리고 끝내주는 노래들

[이현파 기자]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최근 마블은 무너지고 있었다는 인상이 강했다. 영화 <아이언 맨>(2008)을 시작으로 10년 이상 이어진 '인피니티 사가'가 이 시대의 새로운 신화가 되었다.

그러나 그 뒤를 잇는 페이즈 4는 기대 이하였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빠진 자리를 대체할 구심점은 없었다. 멀티버스의 남용,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TV 시리즈 등, 방대해지 세계관에 비해 몰입도는 떨어져만 갔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아래 <가오갤3>)의 어깨가 무거웠다.

<가오갤> 시리즈 완성한 끝내주는 노래들

이런 상황 가운데 개봉한 <가오갤3>는 성공작이었다. 16일 기준, <가오갤3>는 28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돌파하며 3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리즈 중 최고 흥행작이다.

마블에 등을 돌렸던 관객들이 다시 영화관에 돌아왔다. 영화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드넓은 은하계에서 만난 유사 가족이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다. 이 유사가족이 활개치는 스페이스 오페라는 이번에도 재미있었다. 마블에 기대할 수 있는 유머와 쾌감을 모두 갖춘, 서정적이면서도 장대한 시리즈의 마무리였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 이미지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좋은 영화 뒤에는 좋은 음악이 있다고 믿는다. 특히 <가오갤> 시리즈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독 크다. 별종들의 스페이스 오페라에 지구의 올드팝이 울려 퍼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레드본의 'Come And Get Your Love', E.L.O의 'Mr Blue Sky', 마빈 게이의 'Ain't No Mountain High Enough' 등. 이 영화는 올드팝 없이 성립될 수 없다. 음악은 주인공 '스타로드' 피터 퀼(크리스 프랫 분)의 노스탤지어 그 자체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우주로 끌려온 스타로드는 오로지 어린 시절 본 영화, 그리고 어머니가 물려준 테이프로 자신이 살던 미주리를 추억할 뿐이다.

음악의 멋을 모르고 살았던 가디언즈들 역시 스타로드의 영향을 받아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 음악은 이들의 유쾌한 캐릭터성을 십분 강조하는 역할을 해 주었다. 가디언즈는 우주의 운명이 걸린 싸움 앞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춤춘다. 매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Awesome Mix(끝내주는 노래 모음집)'은 수많은 음악 팬들에게도 사랑받는 플레이리스트가 되었다.

<가오갤> 시리즈 외에도 마블은 대중음악을 멋지게 활용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아이언맨을 상징하는 AC/DC의 'Back In Black', 'Shoot To Thrill', <토르: 라그나로크>의 별점을 최소 반 개 이상 높였을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 등, 여러 순간이 떠오를 것이다. 마블 영화의 모든 선곡은 단 한 사람이 맡았다. 마블의 '뮤직 슈퍼바이저' 데이브 조던(Dave Jordan)이다. 뮤직 슈퍼바이저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의 제작을 위한 음악을 선택하고, 저작권 문제를 협상하는 직책을 의미한다. 데이브 조던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 뮤직 슈퍼바이저다.

데이브 조던의 큐레이션은 이번 작품에서도 명불허전이다. 두 전작이 1970년대 팝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했다면, 이번에는 (스타로드가 300곡 이상을 담을 수 있는 mp3 플레이어 '준'을 손에 넣었기 때문) 어스 윈드 앤 파이어 같은 1970년대 소울부터 라디오헤드 등의 1990년대 록, 플로렌스 앤 더 머신 등 2000년대 인디 록까지, 다양한 장르와 시대의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 Creep (Acoustic) ⓒ Radiohead

오프닝에서는 라디오헤드(Radiohead)의 'Creep'이 흘러 나온다. <가오갤> 시리즈 역사상 가장 음울한 오프닝이다. 로켓과 스타로드가 겪고 있는 우울과 결핍을 대변하기 위한 선곡으로 안성맞춤이었다. 흔히 대중에게 알려진 버전이 아니라 어쿠스틱 버전을 활용하면서 서정성을 더욱 강조했다.

'가오갤' 멤버들이 로켓을 구하기 위해 우주 공간으로 뛰어들 때에는 스페이스호그(Spacehog)의 노래 'In The Meantime'이 흘러나온다. 데이비드 보위의 글램록을 추구하면서, 우주와 외계인을 컨셉으로 삼았던 밴드인지라 더욱 절묘하다. 역동적인 전투 장면에서는 백인 랩 그룹 비스티 보이즈(The Beastie Boys)의 공격적인 랩과 기타 리프가 전의를 가다듬게 한다.

극 종반부 모든 서사가 마무리되고, 모든 극중 인물을 위로하는 승리의 찬가 'Dog Days Are Over(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감동도 가공할만 하다. 가오갤 시리즈의 문을 찬란하게 열었던 레드본의 'Come And Get Your Love(1973)' 역시 관객을 반갑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가오갤3>는 페이즈 4 이후의 마블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선곡을 과시한다. 데이브 조던이 선곡한 음악은 관객의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인물의 희로애락을 가깝게 와닿도록 돕는다. 은하계의 수호자들은 이제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관객과 작별하지만, '끝내주는 노래'와는 작별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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