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재무전문가 경악한 남편, '결혼지옥'의 맹점
[이준목 기자]
무능과 무지, 불통이 결합된 결과는 파국이었다. 약 5억 원 이상의 빚을 떠안고도 사망 보험료를 월 400만 원이나 지출한다는 대책없는 ‘빚 부자’ 남편, 경제관념에 무지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편과 함께 덩달아 수렁에 빠져버린 아내의 이야기가 시청자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5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문제가 까도 까도 또 나와-양파 부부’ 편은 심각한 경제적 갈등으로 파국의 위기에 처한 부부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방송에 그동안 경제적 문제 때문에 고민한 부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날 출연한 양파 부부는 그중에서도 단연 최악이었다. 그 원인은 상상을 초월하는 남편의 ‘빚’이었다. 심지어 아내는 그동안 거쳐간 역대 출연자들 중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다.
결혼 13년 차 이정호-박소희 부부는 12년 전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남편은 밝은 성격의 아내에게, 아내는 추진력 넘치는 남편에게 반해 첫 만남 후 두 달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고 한다.
방송 사연을 의뢰한 것은 아내의 남동생, 남편에게는 처남이었다. 부부는 출연을 결심한 이유로 아내가 “전부터 계속 출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계속 갈등이 있었는데 남편은 제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다. 남편에 믿음이 없다”며 속상함에 눈물을 보인 반면, 남편은 “고민 없이 그래 한번 해보자 생각했다. 다시 웃음이 오는 가정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출연하게 됐다”는 희망사항을 밝히며 확연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심지어 본격적으로 사연을 공개하기 전 “부부에게 문제가 너무 많아 제작진이 촬영이 끝난 후에도 문제를 모두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더욱 궁금증을 더했다.
부부의 일상이 공개됐다.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했지만 아내는 집에 남았다.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이나 외출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지만 아내는 "집에 사정이 좋지 않으면 그냥 집 앞에만 가도 좋을 것 같은데 남편은 꼭 나가서 돈을 쓰려고 한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남편은 귀가하며 아이들에게 새 장난감을 하나씩 선물로 사줬다. 또한 아내가 저녁식사를 이미 준비했음에도, 남편은 자기 기준으로는 부족하다며 추가로 고기를 굽고 국까지 준비하여 씀씀이가 큰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 밤, 아내는 남편에게 "빚에 대한 서류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며 말문을 열었다. 남편은 그동안 아내 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대출을 받은 상태였다. 남편은 총 3번의 투자를 단행했으나 사업은 변변히 성과없이 실패로 끝나고 빚만 남았다. 은행대출과 개인 근저당설정 등으로 쌓인 빚만 총 2억 9천만 원, 한 달 이자는 400만 원이 나가는 상태였고, 이는 사실상 고스란히 부부가 함께 감당해야하는 부담으로 돌아왔다.
최근에야 빚의 규모가 크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아내는 참다못해 "남편에게 이혼을 해달라고 했는데 거부했다. 그래서 빚이 정확히 얼마인지 전부 공개하는 내용의 각서까지 작성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각서와는 달리, 정작 남편은 아내가 빚의 정확한 규모를 캐묻는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남편은 아내가 경제적인 부분을 잘 몰라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실제로 아내는 근저당 설정-휴대폰 인증 등, 기초적인 경제-생활 관련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이 크게 부족했고, 남편이 설명해줘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
남편은 아내의 질문에 거듭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이해도 못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냐“ ”아내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도 구분 못한다"며 답답한 기색을 드러냈다. 정작 본인 역시 경제관념에 무지하여 집안에 막대한 빚을 짊어지게 했으면서 아내를 무시하는 남편의 적반하장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부부의 대화를 쭉 지켜본 오은영 "아내가 경제를 아느냐, 모르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당연히 해야 하는 의논을 안 한 것에 대해 아내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해야하는 것“이고 남편의 태도에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부부의 실제 경제 상황은 이보다 더욱 심각했다. 알고보니 남편은 정상적인 은행 대출만이 아닌, 사채까지 끌어다 빚을 진 것이 드러났다. 남편과의 대화에 실패한 아내는 결국 친정에 SOS를 요청했다. 처갓집에서 장모와 처남이 방문하여 남편을 강하게 추궁하며 분노를 감추지못했다.
처남은 ”매형은 항상 돈을 쓰고나서 누나(아내)에게 통보하고 일이 터지는 게 반복된다"며 일단 일부터 저지르고 보는 남편의 무책임한 태도를 꼬집었다. 장모는 "이런 식이면 솔직히 못 믿는다. 딸을 여기 있으라고 하고 싶지 않다"고 언성을 높이며 이혼시키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심경을 내비쳤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보는데 심장이 쿵 떨어졌다"며 부부의 상황에 답답함을 감추지못했다. 남편은 제도권을 넘어 빌릴 수 있는 모든 경로의 대출을 다 받은 상태였다. 남편은 지인에게 돈을 빌렸다고 이야기했지만, 알고보니 지인이 아니라 소개를 받은 사람이었고 많은 이자까지 내고 있었다. 오은영과 패널들은 경악하며 "그 분은 지인이 아니고, 그런 돈의 성격은 사채"라고 일갈했다.
부부는 경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오은영의 요청으로 재무 상담을 받았다. 재무 전문가는 남편이 주장하는 ‘투자’가 사실은 ‘사기’를 당한 것에 불과하다는 팩트 폭행을 날렸다. 이어 재무 전문가는 부부가 빚더미에 앉은 상황에도 월 250만 원에 이르는 거액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데 주목했다. 아내는 “최근까지 남편이 사망 보험료만 월 400만 원을 냈었다”고 고백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알고보니 남편은 빚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불어나는 상황에서 만약을 대비하여 가족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사망보험을 선택했던 것이었다.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남편이 이혼을 거부한 것도, 보험을 든 것도 모두 같은 이유였다. 남편은 “아이들에게는 빚을 대물림해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고 털어놓으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오은영은 “남의 돈을 다 본인 돈이라고 생각한다. 대출이 발생되는 순간 내 돈이라고 생각한다. 그거 내 돈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남편은 "그 정도까진 아니다. 갚아야 할 돈이라고 생각한다"고 변명했지만, 오은영은 정색하며 "다른 데 빌려서 활용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개념부터 다시 가져야 한다. 그거 내 돈 아니지 않나. 정말 걱정된다. 투자는 위험도를 지닌다. 투자한 돈의 손실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오은영은 남편이 ‘투자 중독’에 빠져 있으며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사람은 한 번 정도는 판단을 잘못해서 실패를 한다. 대개 그 실패를 거울삼아 다음에는 다른 전략과 방식을 적용한다. 그런데 남편은 같은 형태 실수를 반복한다"면서 남편의 투자방식이 정상적인 아닌 중독 증세임을 지적했다. 또한 남편이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돈과 외로움’에 취약한 성향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또한 오은영은 "아내의 신용마저 무너지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며 부부의 경제권을 철저히 분리할 것을 해결책으로 주문했다. “아내는 본인의 명의로 돼 있는 모든 빚을 조회해보시라. 액수를 정확히 파악한 후 가능한 부분은 빨리 상환하셔야 한다. 남편 빚을 갚기 위해 아내가 빚을 지면 신용도가 같이 떨어지며 가계가 붕괴된다. 가족 생계를 위해 아내의 빚 청산이 필수다. 아내 명의의 추가 대출은 절대 금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결혼 지옥>에서 녹화 전부터 부부가 녹화 전에 부부가 재무 상담을 받기를 제안받은 것은 양파부부가 최초라고 한다. 오은영은 남편의 투자 중독 성향을 정신적 문제로 진단했지만, 정작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재무상담은 어디까지나 오은영의 전문분야가 아니다보니 이날의 솔루션도 원론적인 이야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비정상적인 대출과정의 문제점이나 경제권 분리같은 지적들은 굳이 오은영이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제작진도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남편의 재무상황과 빚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고 미리 고지할 정도였다. 심지어 상담을 진행한 경제 전문가 역시 도저히 남편의 경제관념과 상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만큼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이로 인하여 양파 부부 편은 최근에 방송된 <결혼지옥>의 여러 문제적 부부들 중에서도 유독 찜찜함을 남겼다. 기존의 부부들이 갈등 자체는 심각하더라도 어쩔 수 없었던 구조적-환경적 문제가 있었다거나, 혹은 부부의 의지만으로 뭔가 개선의 희망이 있는 상황이었다면, 양파부부는 사안의 특성상 일회성 솔루션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방송상으로 문제점을 인정하고 부부가 화해하는 모습을 연출한다고 해서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과연 남편이 자신의 문제점을 받아들이고 확고한 개선의지가 있는지도, 방송만으로는 분명하게 신뢰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 받았던 출연자 섭외의 적절성이나 솔루션의 실효성 및 범위에 대한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한 것은 오은영표 솔루션의 한계라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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