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웃다보면 미간에 주름이…구토 유발 블랙코미디 ‘슬픔의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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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브랜드의 패션쇼를 위한 오디션인가요, 아니면 상냥한 브랜드의 모델을 뽑는 오디션인가요. 자, 발렌시아가 표정을 지어보세요. 도도하게. 이번엔 덜 비싼 브랜드 에이치엔앰 표정, 그렇죠. 활짝 웃으세요. 다시 발렌시아가, 에이치엔엠, 발렌시아가."
마이크를 든 리포터는 칼(해리스 디킨슨)을 비롯한 지원자들에게 명품 브랜드 모델들이 짓는 거만한 표정을 요구했다가 중저가 브랜드 광고에 나오는 밝은 미소를 요구하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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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개봉…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作
“오만한 브랜드의 패션쇼를 위한 오디션인가요, 아니면 상냥한 브랜드의 모델을 뽑는 오디션인가요. 자, 발렌시아가 표정을 지어보세요. 도도하게. 이번엔 덜 비싼 브랜드 에이치엔앰 표정, 그렇죠. 활짝 웃으세요. 다시 발렌시아가, 에이치엔엠, 발렌시아가….”
웃옷을 벗은 남성 모델들이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를 든 리포터는 칼(해리스 디킨슨)을 비롯한 지원자들에게 명품 브랜드 모델들이 짓는 거만한 표정을 요구했다가 중저가 브랜드 광고에 나오는 밝은 미소를 요구하기를 반복한다. 모델들은 리포터의 말에 따라 재빨리 표정을 변화시킨다.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로 영화는 시작한다. 구매하는 브랜드가 그 사람의 표정과 태도, 그리고 사회적 위치를 보여준다. 다음 장면은 칼과 야야(샬비 딘) 커플이 레스토랑에서 언쟁을 벌이는 상황을 보여준다. 식사 비용을 누가 낼 것인지와 서로의 태도에 대해 숙소로 돌아가는 길까지 내내 다투면서 칼은 누차 강조한다. “내가 돈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야.”
크루즈 여행을 떠난 칼과 아야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백인 승객은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다”고 말하며 승무원에게 무리한 요구를 서슴지 않는다. 선장 토마스(우디 해럴슨)는 마르크스주의자로 크루즈에 탑승한 부자들을 비판한다. 만찬 도중 배가 엄청난 파도에 휩쓸리고, 요동치는 배 안에서 승객들은 품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토사물을 쏟아낸다.
크루즈와 함께 인물들의 계급도 전복된다. 선원과 승객 8명은 바다를 표류하다 무인도에 떠밀려 온다. 크루즈 안에선 최상위층이었던 승객들은 생존을 위해 발휘할 만한 능력이 전혀 없다.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고 불을 피울 줄 아는 건 크루즈에서 화장실 청소를 담당했던 필리핀 출신 여성 승조원 애비게일(돌리 드 레온)뿐이다.
마지막 부분은 영화의 백미다.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은 인물 애비게일은 사람들에게 묻는다. “여기선 내가 캡틴입니다. 내가 누구라고요?” 배에선 백인 선장이 권력의 최상위에 있었지만 이제 성별도 역전됐다. 애비게일은 그간의 울분을 푸는 데 권력을 활용한다. 돌리 드 레온은 이번 영화로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 필리핀 배우 최초로 연기상 후보에 올랐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역사는 반복된다. 첫 번째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라는 칼 마르크스의 말을 영화로 옮겼다. 코미디를 통해 계급과 성별, 인종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를 통렬히 꼬집는다. 결말은 서늘하다. 정신없이 웃다가 인간의 밑바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관객들이 실제로 흔들리는 배 안에 타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 연출도 인상적이다.
외스틀룬드 감독은 2017년 ‘더 스퀘어’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다음 작품인 ‘슬픔의 삼각형’으로 연이어 같은 상을 받았다. 칸 영화제 최고상을 두 번 수상한 아홉 번째 감독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이 작품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배우 샬비 딘의 유작이기도 하다. 그는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균성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제목 ‘슬픔의 삼각형’은 얼굴을 찌푸릴 때 생기는 미간의 주름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포브스는 이 영화를 “올해 가장 웃긴,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 영원히 가장 웃긴 영화로 남을 것”이라고 평했다. 러닝타임 147분, 15세 관람가.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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