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성폭행범 축제냐" 칸에서 영화보다 더 화제된 이슈

나원정 2023. 5. 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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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칸국제영화제 16일 개막
송중기‧송강호 등 韓 7편 초청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 '잔 뒤 바리'는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이 가정폭력 혐의에 관한 법정공방 끝에 주연 복귀한 작품으로, 올해 개막작 선정을 둘러싸고 비판이 일기도 했다. 사진 칸국제영화제

86세 영국 노장 감독 켄 로치가 세 번째 황금종려상(최고상)을 차지할까. 제76회 칸국제영화제가 거장들의 귀환과 함께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16일(현지 시간) 12일간의 축제를 개막한다. 한국영화는 경쟁 부문 진출은 불발됐지만 7편이나 초청됐고,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된 ‘화란’의 송중기 등이 칸 무대에 데뷔한다.

올해 경쟁 부문 초청작은 21편. 이미 황금종려상을 한 번 이상 받은 감독 작품이 5편이나 된다.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이탈리아 난니 모레티의 '브라이터 투모로우', 튀르키예 누리 빌게 제일란의 '어바웃 드라이 그래시스', 독일 빔 벤더스의 '퍼펙트 데이즈' 등이다. 황금종려상을 이미 두 번 받은 켄 로치 감독은 쇠락한 광산마을에 시리아 난민이 들어오며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신작 ‘올드 오크’로 역대 최다인 경쟁 부문 15번 진출 기록까지 썼다.


칸 경쟁 15번째…86세 켄 로치 3번째 황금종려 안을까


영화 '화란'. 사진 칸국제영화제
초청 때마다 톱스타 군단을 대동해 화제를 모은 할리우드 감독들도 경쟁 부문을 찾는다. 팬데믹 여파를 완연히 벗어던진 별들의 잔치다.
그중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아스테로이드 시티’는 톰 행크스, 스칼렛 요한슨, 틸다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등이 총출동한다. 1955년 가상의 미국 사막 마을에서 열린 청소년 학문 경연에 모인 학생들과 학부모의 로맨스‧코미디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메이 디셈버’는 나탈리 포트먼과 줄리언 무어가 힘든 영화 제작 과정에 개인사가 뒤엉키는 두 인물로 호흡 맞췄다. 배우 숀 펜, 타이 셰리던이 뉴욕 구급대원으로 호흡 맞춘 ‘블랙 플라이스’ 등도 경쟁 부문에 공개된다.

日고레에다 연속 진출, 독일 벤더스도 日서 영화 찍어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지난해 한국영화 ‘브로커’로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데 이어 이번에는 '괴물'로 칸에 입성했다. ‘괴물’은 한국에서도 리메이크된 아동 학대 관련 드라마 ‘마더’(2010)의 사카모토 유지 작가가 각본을 썼다. ,어린 아들의 이상 행동에 의문을 품은 엄마가 아들의 학교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을 그렸다.

영화 '아스테로이드 시티'. 사진 칸국제영화제
영화 '퍼펙트 데이즈' 사진 칸국제영화제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도 일본에서 현지 배우들과 촬영한 작품. 예술과 자연을 즐기던 도쿄 화장실 청소부가 예상치 못한 만남을 통해 과거가 드러나는 이야기다. 일본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가 주연을 맡았다. 중국 다큐멘터리 대가 왕빙은 재봉공장 배경의 ‘청춘’으로 황금종려상을 겨룬다. 데뷔작 ‘그린파파야 향기’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던 베트남계 프랑스 감독 트란 안 훙도 19세기 유럽 배경 음식영화로 돌아왔다.

영화 '올드 오크' 사진 칸국제영화제

아우슈비츠에서 사랑에 빠진 나치 장교를 그린 ‘존 오브 인터레스트’(감독 조나단 글레이저), 19세기 이탈리아 유대인 부모가 가톨릭 교단에 아들을 빼앗기는 내용의 ‘라피토’ 역시 논란의 화제작이다.


송중기·송강호·제니 칸 입성…이선균은 2편 초청


한국영화 7편 중에는 송중기의 ‘화란’이 가장 먼저 초청 명단에 올랐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홍사빈)과 폭력조직 중간보스(송중기)의 위태로운 여정을 좇은 누아르 영화다. ‘부산행’ ‘공작’ 등 한국 장르 영화가 꾸준히 소개돼온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는 이선균·주지훈 주연 재난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 상영된다. 이선균은 배우 정유미와 주연한 공포영화 ‘잠’도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 ‘화란’의 김창훈 감독, ‘잠’의 유재선 감독 모두 이번 초청작이 데뷔작. K팝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는 배우 데뷔작인 HBO 드라마 ‘더 아이돌’이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영화 '거미집'. 사진 칸국제영화제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다시 뭉친 ‘거미집’은 비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두 사람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2008년 같은 부문을 찾은 뒤 15년 만에 칸 동행 티켓을 쥐었다. ‘거미집’은 1970년대 검열 당국의 방해 등 악조건 속에 기필코 걸작을 만들려는 영화감독(송강호)의 해프닝을 그렸다. 칸 현지에서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신작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과 노장 배우 해리슨 포드가 15년만에 시리즈에 돌아온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도 비경쟁부문에 공개된다.
홍상수 감독은 올해 감독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우리의 하루’로 칸을 찾는다. 배우 김민희가 출연한 ‘우리의 하루’는 고양이를 둘러싼 여러 인물 군상을 담는다.

"칸이 성폭행범 축제? 합법적 표현의 자유"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15일 개막 전야 간담회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로이터=연합뉴스
화려해진 초청 명단과 함께 스캔들도 더 뜨거워졌다. 개막작 ‘잔 뒤 바리’부터 구설에 올랐다. 루이 15세와 노동계급 출신 정부에 관한 시대극이자,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이 전 부인 엠버 허드의 가정폭력 피해 주장에 대한 법정공방 끝에 주연으로 복귀한 작품이다. 뎁은 지난해 미국에서 허드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재판은 승소했지만, 2018년 그를 ‘아내 폭행범’이라 지칭한 영국 매체 ‘더 썬’에 대한 명예훼손 재판은 영국 법정이 “실질적으로 사실”이라 판결해 패소했다. 뎁은 청소년층을 겨냥한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선 하차했지만, 칸 레드카펫은 밟게 됐다.
15일 칸영화제 현지 행사장이 채비를 갖추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동안 칸영화제는 미국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 이후 40여년간 유럽 도피 생활 중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을 초청하는 등 영화는 작품 자체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비판을 받았다. 프랑스 배우 아델 에넬은 이번 개막작 선정 등을 놓고 폴란스키 사건을 언급하며 칸영화제에 대해 “강간범들을 변호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개막 전야 간담회에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칸이 정말 성폭행범들의 축제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개막작에 대해 “만약 조니 뎁이 연기를 금지당했거나 영화 공개가 금지됐다면 여기서 이 영화 이야기를 할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단 하나의 규칙은 생각의 자유, 법적 테두리 안에서 표현과 행동의 자유”라고 반박했다.


'슬픔의 삼각형' 감독 심사위원장, 폐막은 픽사 '엘리멘탈'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지난해 ‘슬픔의 삼각형’으로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은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가 맡았다. 명예황금종려상(공로상)은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더글라스가 받는다. 폐막작은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선정됐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사진 칸국제영화제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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