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정권이 바뀌면 원소의 성질이 바뀌나

백강녕 2023. 5. 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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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미래 에너지원
국가경제 위해 개발해야

‘한국의 가을 하늘은 맑고 드높아서......’

어릴 적 한국 가을 하늘은 맑고 깨끗하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글을 책에서 봤다. 교과서로 기억한다. 심지어 애국가에도 한국 하늘 예찬이 나온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맑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한국 하늘에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특파원으로 1년을 보낸 뒤 한국 하늘에 대한 믿음이 깨졌다. 실리콘밸리에선 겨울에만 구름과 비를 볼 수 있다. 나머지 봄, 여름, 가을엔 하늘이 맑고 깨끗하다. 처음엔 그 지역 하늘이 늘 한국 가을 하늘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 가을 하늘이 세계 최고란 믿음이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단 옷을 세탁하는 횟수가 줄었다. 한국에선 며칠 아니 하루만 지나면 옷과 목이 닿는 부분에 까만 줄이 생긴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때가 타지 않았다. 물어보니 먼지가 없기 때문이란다. 지명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공기가 깨끗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도체를 만들 때 먼지 한톨이라도 들어가면 불량품이다. 심지도 달도 달랐다. 한국에선 본 것보다 훨씬 커 보였다. 처음엔 농담처럼 미국엔 나무, 사람, 달까지 크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하늘이 맑아 달이 커 보였다. 자원은 없지만 아름다운 한반도란 틀에 갇혀 살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웃어넘겼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뚜렷한 사계절도 문제다. 이른바 탄소중립, 재생에너지란 개념이 등장하고 그게 무역장벽으로 변하고 있다. 수백 년간 화석연료를 태워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면서 공장을 돌렸던 선진국들이 이제 이산화탄소 없는 이른바 재생에너지만 써 공장을 돌리라고 한다. 쉽게 말해 탄소를 내뿜지 않고 써도 다 써 없어질 일이 없는 태양광 등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쓰란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는 면적이 남한의 4배 이상이다. 게다가 거의 비가 오지 않는다. 다시 말해 구름 끼는 날이 거의 없다. 바로 옆 네바다도 그렇다. 태양과 발전을 하면 우리보다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또 한국엔 산이 많다. 맑은 날에도 산이 해를 가려 발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준다. 비 오는 여름, 해 짧은 겨울, 뚜렷한 사계절과 여기저기 낮은 구릉이 있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다. 우리 전력 생산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8.1%(한국전력공사 1월 기준)다.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캠페인이 바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이다.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지 않은 물건을 수출할 수 없다면 한국경제는 버티지 못한다.

그래서 정부가 대안으로 밀고 있는 것이 CF100(Carbon Free 100)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상공회의소와 17일 프레스센터에서 ‘무탄소 에너지 정책 포럼’ 출범식을 연다. CF100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CF100은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과 수소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으로 본다. 원자력 강국인 한국에 유리하다. 하지만 CF100도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지만 실현하기 어렵다. 한때 세계 한국은 수소 강국이란 말을 들었다. 수소 기술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정권은 수소에 대해 소극적이란 평가다. 그 이유는 전 정권에서 중점 추진한 사업이기 때문이란 이야기가 돈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원소의 성질이 달라지진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 시대나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이나 수소라는 원소의 성질이 다를 리가 없다. 수소가 국가 경제를 살릴 미래 에너지원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다.

백강녕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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