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해진 음식 예능, '장사천재 백사장'만의 차별점
[김종성 기자]
▲ tvN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
ⓒ tvN |
"긴장될 게 뭐 있어. 안 먹히면 포기해야지. 우리는 요리사가 아니라 사업하는 사람들이라 포기도 빨라."(백종원)
요즘 예능의 흥행을 판별하는 시청률 기준은 5%라고 한다. 지난 4월 2일 첫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은 시청률 4.9%(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을 기록하며 그 기준선에 근접했다. 하지만 2회에서 4.8%, 3회에서 3.7%로 하락하며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후 4%대 시청률을 회복했으나 지난주까지만 해도 좀처럼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14일 방송된 7회에서 <장사천재 백사장>은 시청률 5.8%까지 상승하며 마의 5% 벽을 돌파해 버렸다.
매 회 높은 화제성을 보였던 <장사천재 백사장>은 시청률 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일요일 예능의 강자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장사천재 백사장>의 시청률이 껑충 뛴 이유는 무엇일까.
'나폴리의 영웅'으로 등극한 축구선수 김민재의 등장에 대한 기대감도 한 몫했을 듯 싶다. 또한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 올린 스트리텔링도 빛을 바랐다. 프로그램의 재미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차츰차츰 시청자들을 끌어모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 tvN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
ⓒ tvN |
<장사천재 백사장>은 외식 경영 전문가로 유명한 백종원의 능력치를 직접 확인하는 프로그램이다. 악랄한(?) 제작진은 한식 불모지인 해외(모로코, 이탈리아)에서 창업부터 운영, 요리까지 통으로 백종원에게 맡겨 한식 밥장사에 도전하게 만든다. 그동안 맛집 탐방이나 식당 솔루션 등 여러 방면에서 음식 예능을 주도해 왔던 그에게 본업인 경영자로서의 모습을 요구한 것이다.
백종원표 예능, 그러니까 백종원이 기존에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다음과 같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식당 운영을 평가하고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 tvN <집밥 백선생>에서 따라하기 쉬운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는 것,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유명한 맛집을 탐방하는 등이다. 그 외에도 JTBC <양식의 양식>에서는 음식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예능 속에서 백종원은 우러러봐야 하는 '선생님'에 가까웠다. 그런데 <장사천재 백사장>에서 백종원은 평가하고 가르치는 위치에서 과감히 내려왔다. 필드에서 직접 선수로 뛰어야 하는 상황은 변수가 많아서 천하의 백종원이라 할지라도 당혹스럽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입장이 바뀐 백종원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그렇다면 이미 흔해져서 식상해지기까지 한 다른 해외 음식 예능과 <장사천재 백사장>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tvN <윤식당>을 시작으로 tvN <현지에서 먹힐까>, JTBC <한국인의 식판>, tvN <서진이네>까지 해외로 나가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예능 포맷은 기본적으로 '국뽕'(자국 문화의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된 행태를 마약에 비유한 신조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외국인들이 한식을 이렇게 좋아한다'는 것을 시각화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경우 장사의 난도는 그리 높지 않다. 출연자들은 도전 장소를 미리 고지받기 때문에 적합한 메뉴를 설정할 수 있다. 또, 제작진이 정해진 장소에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기만 하면 된다.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잡혀 있기에 출연자들은 그 틀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면 그뿐이다. 카메라에는 고생하는 출연자들의 모습과 한식을 맛있게 먹는 손님들의 모습이 교차해서 담긴다.
하지만 <장사천재 백사장>은 달랐다. 다른 해외 음식 예능이 '한식의 힘'을 증명하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있다면 <장사천재 백사장>에는 '백종원의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그래서 제작진은 백종원에게 장사를 해야 할 장소를 공항에서 알려주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했다. 백종원은 모로코의 마라케시나 이탈리아의 나폴리처럼 한식의 불모지에서 장사를 시작해야 했다.
▲ tvN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의 한 장면 |
ⓒ tvN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건만, 백종원에게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직접 부딪쳐 보는 방법 밖에 없었다. 당연히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모로코에서는 야시장 현지의 텃세에 직면했고, 나폴리에서는 시장조사 때 불고기 피자를 제시했다가 현지인들에게 혹평을 받기도 했다. 또한 식사 시간 등 현지의 골든타임을 뒤늦게 파악하는 바람에 매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애당초 백종원의 위기관리 능력과 수많은 장사 노하우를 뽑아낼 작정이었던 <장사천재 백사장>은 그래서 현지인의 반응을 좀 더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막걸리가 지나치게 달아서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손님의 반응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손님들은 좀처럼 낯선 한식에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 백종원은 매출 꼴찌라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자존심이 상할 일이었다.
물론 백종원은 현지인의 입맛을 고려해 음식을 조금씩 바꿔 나가는 유연함을 보여줬고, 부족한 부분을 재빨리 채워나가며 피드백에 나섰다. 그리고 잠재적 고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화려한 퍼포먼스를 하는 수완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밖에도 매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다양한 노하우를 선보였다. 결국 나폴리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만석을 기록하며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장사천재 백사장>을 보면 설령 장사에 실패해도 가감 없이 방송에 내보내겠다는 제작진의 과감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백종원은 위기 속에서 차분히 대처하며 장사천재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바로 그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준 게 아닐까. 다른 해외 음식 예능이 간편하게 조리한 밀키트라면, <장사천재 백사장>은 실제로 신선한 재료를 활용해서 만든 요리에 가깝다. 그 생생함을 어찌 외면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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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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