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대 손준호 中공안에 구금…"승부조작 아닌 뇌물혐의"
중국프로축구 산둥 타이산에서 뛰고 있는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손준호(31)가 구금 상태로 중국 경찰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손준호는 자신의 생일인 지난 12일 상하이 공항에서 가족과 함께 출국하는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중국 랴오닝성 공안이 손준호를 ‘형사 구류’ 상태로 닷새째 구금해 조사하고 있다. 형사 구류는 현행범이나 피의자를 일시 구금해 실시하는 강제 조사다.
손준호 에이전트인 박대연 대표는 16일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손준호는 다음 경기 베스트 멤버가 아니라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가족들과 일시 귀국하려고 했다. 파비오 감독대행의 허락도 받았고, 중국 왕복 항공권도 구매했다. 이미 출국 심사까지 통과한 뒤였지만 탑승 게이트 앞에서 공안에 붙잡혔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매체들은 손준호을 비롯한 산둥 선수들이 소속팀 감독의 승부조작 등 비리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승부 조작과 비리에 휩싸인 중국 축구계에 강력한 시정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산둥 타이산 조선족 선수 진징다오가 지난 3월 승부조작으로 체포됐고, 산둥의 하오웨이 감독도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산둥 선수단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 도중 손준호가 일시귀국하려 하자, 중국 당국이 출국 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매체 보도와 달리 손준호는 승부조작이 아닌 뇌물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연 대표는 “주중 한국영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손준호가 승부조작이 아닌 뇌물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영사가 오늘 손준호 면회신청을 했고, 내일쯤 면담 후에 정확히 어떤 혐의로 조사 받고 있는지 파악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는 손준호가 참고인 신분인지, 피의자 신분인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손준호의 중국 이적에 관여한 한족 에이전트 역시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대연 대표는 “승부조작에 가담할 이유가 없다. 손준호는 구단 내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데 감독이나 구단 고위 인사에 뇌물을 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손준호는 산둥에서 연봉 수십억원과 수당 수억원을 받고 있는 만큼, 청탁할 이유가 없다며 억울해 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한국 국민 한 명이 비 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로 랴오닝성 공안기관에 의해 법에 따라 형사 구류된 것으로 파악됐다.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영사통보했으며, 한국 측 영사관원들의 영사직 수행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0년 전북 현대 소속으로 K리그1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손준호는 2021년 산둥으로 이적해 그해 수퍼리그와 중국축구협회 CFA컵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도 CFA컵 2연패에도 기여했다. 작년 12월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했고, A매치 20경기를 뛰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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