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에서..." 윤 대통령 2년차 첫 국무회의, 또 '문 정부 탓'
[유창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모두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3.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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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정부 출범 2년차 첫 국무회의에서 "지난 1년간 우리 정부는 이념적, 반시장적 정책을 정상화하고 시장 원리를 존중하는 민간 주도 경제로 전환하는데 주력해 왔다"면서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로드맵을 상세히 밝혔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 정책을 탓하며 '약탈', '교란' 등의 단어로 거세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20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정부 출범 차 첫 국무회의다. 남다른 소회와 함께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시작했다. 그리고 TV로 생중계된 모두발언을 약 14분가량 이어갔다.
그는 먼저 "저는 지난 대선 당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바로 세워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민들께 약속드렸다"면서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달려왔다만, 국민들께서 나라의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더욱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되겠다"라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현) 정부는 과거 포퓰리즘과 이념에 사로잡힌 반시장적 경제정책을 자유시장경제에 기반한 시장 중심의 민간 주도 경제로 그 기조를 전환했다"면서 "시장 원리를 존중하는 민간 주도 경제 기조는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중시하는 것으로서 바로 경제의 자유민주주의"라고 거듭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어 "우리 경제 시스템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며 "자유시장 원리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이를 무시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없다"고 부연했다.
"지난 정부서 국가채무 증가... 방만한 지출, 미래세대 약탈"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곧바로 전 정부를 겨냥, "우리 정부는 국가 재정 기조를 방만 재정에서 건전 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5년 만에 400조 원이 증가하여 총 1000조 원을 넘어섰다.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빚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약탈"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 정부는 첫 예산부터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로 편성했고, 비효율적이고 비대해진 공공기관에 대해 자산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며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선거용 포퓰리즘을 단호하게 배격하고, 위법 부당한 보조금 사용을 엄정하게 조사해서 국민의 혈세가 한 푼도 낭비되지 않도록 해 왔다"고 자평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이념적,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을 정상화했다. 지난 정부 5년간 서울 집값이 두 배로 폭등했고 집 한 채 가진 사람은 10배 이상의 세금을 감당해야 했다"라며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일으킨 반시장 정책은 대규모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되었고 최근 많은 임차인들, 특히 청년세대가 고통받고 있다"라고 그 책임을 문 정부 탓으로 돌렸다.
이어 현 정부의 역할을 지적하며 "우리 정부는 공시가격 인하,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통해 국민의 과도한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 역시 유예 조치했다"며 "대출 규제 정상화, 규제지역 전면 해제, 재건축 규제 개선 등 반시장의 정상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한 결과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진단을 내놨다.
한편 원전과 관련해서는 "이념적, 정치적 정책을 완전히 폐기하고, 세계 최고 수준인 원전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있다"며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2조 9천억 원의 주 기기 공급계약과 2천억 원 규모의 특별금융지원으로 고사 위기의 원전 생태계가 생기를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 국무회의 개회 선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2023.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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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분야에 대해서도 전 정부를 탓하며 로드맵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 이념에 매몰된 국가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첨단 산업과 과학기술 혁신은 글로벌 선도국가로의 도약과 미래세대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정부는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 산업과 AI, 양자, 우주 등 첨단 과학기술이 미래 성장 동력이자 국가 안보, 전략자산이라는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최고 수준의 지원을 신속 과감하게 추진함과 아울러 국제 협력을 강화해 왔다"면서 그간 성과를 예로 들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누리호(2022.6.), 다누리호(2022.8.)의 발사 성공으로 명실상부한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했다"면서 "정부는 '우주경제 로드맵'을 선포(2022.11.)하고 이를 이끌어 갈 우주항공청 설립을 추진하는 한편, 미국 나사(NASA)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자신의 성과로 돌렸다.
이와 함께 "문화 산업은 미래 성장을 이끌 게임체인저"라고 정의 내린 윤 대통령은 "작년에는 130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K-콘텐츠 수출을 달성했다. 정부는 K-콘텐츠 정책금융 지원에 역대 최대인 7900억 원을 투자하고, 규제를 혁파하여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들게 할 것"이라고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어서 윤 대통령은 "3대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된다"면서 지난 1년간 추진해온 윤 정부의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개혁 추진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했다.
노조 겨냥한 윤 대통령...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는 노동 개혁의 출발"
먼저 노동개혁과 관련해 "핵심은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노동의 유연성, 공정성,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여 사태를 정상화했다"고 말했다.
또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는 노동 개혁의 출발"이라며 "조합비 사용 내역을 은폐하는 노조에 역대 처음으로 과태료 부과와 현장 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세제 지원 배제 등의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다. 법률 개정안도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후 "미래세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고용세습 등 불법적인 단체협약은 시정조치하고, 세습 기득권 철폐를 위한 공정채용법 개정안을 낼 것"이라며 "개혁은 언제나 이권 카르텔의 저항에 직면합니다만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교육 분야와 관련해서는 "획일화된 교육, 정치 이념적 교육, 이런 데에서 벗어나 창의와 다양성에 주목하는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며 "아동의 돌봄과 교육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국가책임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의 산업 기반 변화에 발맞춰 지식 주입형 교육에서 창의적인 문제해결형, 응용 방식의 교육으로 전환하고 학생들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디지털 알고리즘 교육과 AI 교육을 활성화할 것"이라며 "대학은 지역 산업 발전의 거점이 되도록 중앙의 권한을 과감하게 지역으로 이양하고, 지역 대학을 지원할 특별회계를 신설했다. 대학의 창의적인 융합 연구를 위해 대학 내 전공별 벽 허물기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끝으로 연금 개혁과 관련해 "과거 정부에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연금 개혁을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전문가들과 함께 국민연금 재정추계와 개혁 방안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다양한 목소리와 여론을 과학적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연금 개혁은 최소 50년 이상, 지속 운용되어야 하는 체계인 만큼 하루, 이틀 안에 성급하게 다루기보다 우리 정부에서 반드시 그 골격과 합의를 도출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윤 정부의 복지 정책인 '약자 복지'를 소개하며 전 정부의 복지는 '정치 복지'라고 규정하고는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을 더 두텁고, 더 촘촘하게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기초생활 선정기준인 기준중위 소득을 역대 최대 폭으로 인상했다. 그리고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찾아가는 복지를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우리 정부는 이념적, 반시장적 정책을 정상화하고 시장 원리를 존중하는 민간 주도 경제로 전환하는 데에 주력해 왔다"며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과 공급망 분절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살길은 수출과 투자 유치에 달려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경제를 외교의 중심에 놓는 글로벌 중추 외교로 우리 경제의 활로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건전 재정 기조를 견지하면서 첨단 과학기술과 같은 국가 성장 동력을 키우고,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을 향해 "연초 부처 업무보고 시에도 계속 강조해 왔습니다만, 정책 목표의 추진을 일방적인 재정 투입과 규제에만 의존하지 마시고 시장을 조성하고 촉진하는 방법으로 시장 원리를 잘 활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모두발언 끝부분에서 윤 대통령은 이번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안을 심의할 계획임을 밝히고는 "국민 건강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며 "정치 외교도, 경제 산업 정책도 모두 국민 건강 앞에서는 후순위"라고 거부권 행사의 뜻을 내비쳤다(관련 기사: 윤 대통령, 또 거부권 행사... "간호법, 직역간 과도한 갈등 불러" https://omn.kr/23y12 ).
이어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 전문 직역의 협업에 의해 제대로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며 "이번 간호법안은 이와 같은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11시 12분경 알림 문자를 통해 "제20회 국무회의에서 '간호법안 재의요구안'이 심의·의결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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