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말하고 압박받는 대학생들, '진짜 정치'의 시작
[이동학 기자]
▲ 주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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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초 세계 여행 중에 독일을 찾았을 때 1989년생(당시 29세) 청년 사민당의 대표 퀴네트는 사민당을 상대로 엄청난 투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난민 이슈가 독일 정치권에서의 주요 논쟁으로 급부상하자 사민당은 집권당인 기민당과는 다르게 난민의 가족들까지 품어야 한다며 여론전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기민당의 대연정 제안에 따라 당 대표는 자당 의원들과 함께 연정 제안을 받으며 난민 가족 확대 입장을 철회합니다.
여기에 분개하며 일어선 것이 청년당이었습니다. '당신이라면 가족과 떨어져 살 수 있겠느냐', 감성이 실린 이 주장은 여론에서 힘을 얻었고 후퇴한 당의 입장을 되돌리기 위한 정치투쟁에 돌입합니다. 자신의 당 대표를 향해 '거짓말쟁이' '사민주의 포기'라는 거친 언사로 비판 여론을 키워갑니다. 방송에 나가 기성 정치인들을 향해 비판을 하며 이 여론을 확산시켜 수천여 명의 청년당원을 당사 앞에 집결시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청년 사민당의 간부들과 티타임을 가지며 했던 저의 질문은 '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입장을 냈을 때 내부 총질이란 역비판은 없는가?' '힘 있는 정치인들이나 당의 지지층에서 가해지는 압력은 없는가'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그들의 답을 정리하면 이랬습니다.
첫째, 이것은 가치판단의 영역으로 토론의 여지가 매우 크다. 명백한 잘못의 경우 옳고 그름으로 판명되지만 이는 '국가 역량상 난민 독신으로만 살게 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그의 가족들까지 품고 이를 우리 사회가 감당하자'는 생각으로 나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없는 것처럼 두면 세상은 나아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지금의 기성 정치인들도 청년 시절 앞선 세대가 하는 것을 들이받으며 성장한 사람들이기에 우리가 내는 목소리에 압력을 가하거나 하진 않고 자유롭게 내버려 둔다. 당원들 역시 생각들이 일치하지 않으니 이 두 가지 주장 중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쪽에 힘을 보탠다.
셋째, 시민들은 같은 정당 내에서 이견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벌어질 경우, 특히나 청년 세력과의 이견일 경우엔 이를 더 긍정적으로 보고 저들이 10년 뒤, 20년 뒤의 사민당을 끌어갈 정치인이라며 눈여겨보는 기회로 삼는다.
독일의 정치문화와 제도가 대한민국과 다소 다르기에 우리의 상황과 바로 견주기엔 한계가 있지만,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시사점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가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전국 17개 시·도당 대학생위원회와 공동으로 당 혁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하고 변화와 혁신을 위해 앞장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지난 12일 민주당 전당대회 금권선거 의혹과 코인 사태 등 일련의 악재 속에서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전국대학생위원회는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투자 논란은 민주당의 무너진 도덕성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우리 스스로 도덕적 우월성이란 허상에서 벗어나 국민이 제시하는 기준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자회견 이후 쏟아지는 비판의 무게가 매우 크지만 저는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국대학생위원회가 '진짜 정치'를 하기 시작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청년정치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많고 나름대로 그 정의를 내려보려는 이들도 많습니다. 저는 나이 40을 넘어 청년이라는 단어를 수식으로 붙이기도 어색한 위치지만, 20년 전 민주당에 들어와 대학생위를 만들고 활동하며 고민했던 청년들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옳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 목소리를 내는 것. 둘째, 새로운 흐름을 포착해 빠르게 당의 어젠다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할 때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짜 정치를 시작했다는 것은 국민 대중을 상대로 '주장'을 했다는 것입니다. 무수히 많은 주장들이 난무하지만 반대에도 부딪혀 보고 지지도 받는 일련의 과정은 정치인이 통과해야만 하는 필수 경로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사람들의 비판과 지지가 동시에 있을 것입니다. 토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입장을 유지하고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이고,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입장을 후퇴시키는 것이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저는 현재의 민주당 상황에서 검찰의 무도함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부풀려 보도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직자의 도덕성, 공직자의 사적 투자행위는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에게 높은 연봉을 주는 이유는 다른 생각 말고 국민생각만 하며 공직생활을 해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그래서 했습니다. 당의 쇄신 국면에서도 내 편 감싸기로 뒷걸음질 치는 민주당이 시대의 소명을 다해가고 있지만, 양당은 살아남는 선거제도로 인해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 정당이 돼 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정치는 내 삶을 던져 타인의 삶을 결정하는 목숨과도 같은 일입니다. 자기 영역에서 어느 정도 성공해 느지막이 '정치 한 번 해볼까' 하는 정치 말고, 가치와 철학도 없이 그냥 한 번 더를 외치며 하는 생계형 정치 말고, 국가대표답게,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답게 국가의 방향, 국민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정치를 보고 싶습니다.
정치가 타락하면 사회의 원칙이 훼손됩니다. '저들도 저러는데 우리가 그렇게 한 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생각하신다면, 민주당이 만들려고 하는 세상도 저들이 하고 있는 세상과 하등 다를 바 없게 되는 겁니다. 국민 입장에서 왜 민주당을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까. 상대를 보지 말고 국민을 보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전국대학생위원회는 '주장'을 하고 '입장'을 말하고 갑론을박 속에 심한 압박을 받고 있을 것입니다. 이 어지러운 판에서 좋은 정치인들이 단련되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대학생위원회 편입니다. 주장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이 정치인이지 아무도 모릅니다. 대학생위원회가 더 많은 주장과 많은 반론과 씨름하며 성장하길 응원합니다. 무엇보다 당의 후퇴하는 쇄신 깃발을 다시 높게 들어 민주당을 바꾸고 정치를 바꿔 우리의 미래전망도 바꾸는 그 시작점이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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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동학씨는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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