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산책한 개... 강형욱이 헛웃음 지은 까닭
[김종성 기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지난 3년 동안 KBS2 '개는 훌륭하다'를 꾸준히 시청했다면 견종 별 특징에 대해서는 이미 빠삭한 경지에 올랐을 것이다. 15일 방송의 고민견은 몰티즈였는데, 몰티즈의 경우는 주로 짖음(시도 때도 없이 짖어 대는 강철 성대)과 질투(보호자 옆자리를 차지하려는 소유욕), 잦은 입질이 문제였다. 과연 이번에도 같은 고민일까.
로또(암컷, 11살)
토토(암컷, 9살)
복권(수컷, 9살)
연금(암컷, 9살)
▲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 KBS2 |
보호자는 4마리의 몰티즈와 함께 살고 있었다. 다견가정을 이루게 된 이유는 언니가 키우던 로또가 3남매를 낳았기 때문인데, 형제들끼리 한 마리씩 키우려고 했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보호자가 4마리를 모두 도맡아 키우게 됐다. 보호자의 첫 번째 고민은 연금이와 토토의 싸움이었다. 토토가 지나가자 연금이가 으르렁댔고, 둘은 신경전을 벌이다가 살벌한 몸싸움을 벌이고 말았다.
단순히 서열 싸움이 아니라 보호자를 향한 질투심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는 듯했다. 실제로 보호자가 토토를 만지면 연금이가 바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고,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보호자는 일주일에 2, 3번 가량 싸움이 일어난다며 난감해 했다. 하지만 남동생이 있을 때나 아예 반려견들끼리만 있을 때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보호자에 대한 애착 때문일까.
또 다른 문제는 짖음이었다. 하나가 짖으면 모두 따라 짖는 바람에 이웃에서 민원이 잦았다. 그 문제로 이사를 했지만, 공간은 이전보다 더 좁아져서 문제 행동은 더 심해지고 말았다. 이쯤되니 산책 주기가 궁금해졌다. 산책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보호자는 로또와 토토가 한 달에 두 세번 가량 산책을 나간다고 말했다. 강형욱 훈련시는 이마를 짚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살이 쪄서 걷기 힘든 연금이는 2년 만에 산책을 했고, 복권이는 다리가 아프다보니 가뭄에 콩나듯 '개모차' 산책을 하는 정도였다. 보호자는 로또와 토토가 노견들이라 케어가 필요하고, 산책 시 입질을 하려 했다며 어려움을 어필했지만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견 가정 보호자인 이경규는 한 마리씩 산책시키는 게 힘들었을 거라며 보호자의 입장을 최대한 변호하려 했고, 강형욱은 그럴 때는 반려견 운동장을 이용하는 방법이 좋다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다견 가정의 노견 4마리의 솔루션은 가능할까. 강형욱은 보호자가 연금이나 토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보호자의 확실한 관계 정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견을 키우실 때는 입장 정리를 잘 하셔야 돼요." (강형욱)
강형욱이 말하는 관계 정리, 입장 정리는 무엇일까. 현장에 출동한 그는 보호자에게 "너희들을 마음으로 예뻐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반려견들을 대하라고 조언했다. 쉽게 말하면 모두에게 무관심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만약 보호자의 확실한 관계 정리가 없으면 동물적인 방법으로 보호자를 독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보호자에게 다가오는 반려견들을 툭 밀쳐내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반려견들의 응석을 받아주기만 했던 보호자에게 단호한 블로킹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중립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강형욱이 제시한 솔루션은 총 3가지였다. ①모두에게 사랑주지 않기(무관심하기) ② 보호자와 반려견들의 공간 분리하기 ③개별 애정 표형 금지
위의 세 가지 솔루션은 다견 가정의 보호자라면 누구나 숙지해야 할 '다견 가정 지침서'였다. 그리고 강형욱은 무분별한 애정 표현을 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바로 산책 시키기였다. 강형욱은 일과 속 틈틈이 산책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산책 스케줄 컨설팅에 나섰다.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했을 일이었다.
"감정은 우리의 삶을 맛깔나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문제를 풀 수 없게 방해를 해요." (강형욱)
▲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 KBS2 |
반려견을 사랑하는 보호자의 마음은 이해되지만, 지금 더 필요한 건 단호한 판단과 정리였다. 강형욱은 반려견들이 정해놓은 규칙 없이 감정적으로 성장해 온 것 같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잠시 감정을 뺀 채 생각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우선, 로또는 데려갈 사람이 있다면 따로 사는 게 좋다는 의견이었다. 스트레스에 노출된 곳이 아니라 맘껏 산책하고 쉴 환경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또, 산책이 서툰 보호자를 위해 실제로 밖으로 나가 실전 연습을 했다. 이경규와 박세리가 훈련에 동참해 각각 한 마리씩 목줄을 하고 산책에 나섰다. 오랜만에 산책이 신난 반려견들은 싸울 겨를이 없었다. 집에서는 볼 수 없던 평온함이 느껴졌다. 강형욱은 무작정 오래 산책하기보다 자주 꾸준히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노견들이라 많은 시간 걷는 건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축 처져 있던 반려견들이 산책을 다녀온 후 활기찬 모습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싸우지도 않았다. 너무도 뚜렷한 산책의 효과를 체감한 보호자는 게을렀던 자신을 반성했다. 강형욱은 게으른 게 아니라 사랑을 공평하게 주려던 마음에 시작하기 힘들었을 거라 다독였다. 솔루션을 통해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배운 보호자와 견생 황혼기를 맞은 노견들이 이제라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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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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