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철뽑는 쇠부리기술 무엇?...국회에 소개되는 제철 기술

김윤호 2023. 5. 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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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철장 유적공원에 있는 가마. 고대 달천철장 가마를 그대로 재현했다. 김윤호 기자

울산 북구 국도변을 지나가다 보면 ‘달천철장(達川鐵場) 유적공원’이 나온다. 6만6000여㎡(2만여평) 규모인 공원에는 돌과 진흙을 으깨고 뭉쳐 만든 커다란 가마가 있다. 단순한 공원 전시물이 아닌 수시로 불이 들어가서 쇠를 뽑아내는 고대 '쇠부리기술' 복원 실험터다. 쇠부리기술은 토철(흙으로 된 광석) 을 가마에 넣어 녹여 철을 뽑아내는 제철작업을 의미한다.

22일 국회에서 소개
달천철장 가마를 실험터로 한 고대 쇠부리기술이 국회에 소개된다. 저평가된 울산 고대 쇠부리문화를 소개해 무형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해서다. 이남규 한신대 한국사학과 교수 등 고고학·금속공학 등 관련 분야 전문가로 꾸려진 울산쇠부리복원사업단은 16일 "오는 22일 국회에서 열리는 ‘국가무형문화재 등록을 위한 울산 쇠부리소리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쇠부리기술 실험 결과와 성과, 향후 과제 등을 발표한다.

달천철장은 삼한시대부터 국내 최대 철 생산지로 꼽혔다. 조선 효종 8년인 1657년 이의립 선생이 이곳 철장(鐵場·쇠를 단련하는 곳)에서 무쇠 제조법을 개발했다.『세종실록 지리지』에 따르면 달천철장에선 매년 나라에 철 1만2500근을 보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달천철장은 이의립 선생 후손이 관리하면서 토철로 철을 뽑아냈는데, 1906년 일본인 관리를 받게 되면서 '토철 제련'은 명맥이 끊겼다.

고대 쇠부리기술 80% 구현

조선 효종 8년인 1657년 이의립 선생이 토철로 무쇠 제조법을 개발했다고 한다. 독자제공

사라진 쇠부리기술은 1980년대 달천철장 쇠부리소리(불매소리·풀무질 하면서 부르던 노래)가 확인되면서 다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쇳물난다 불매야. 디뎌봐라 불매야. 어절시구 불매야" 같은 노동요인 쇠부리소리는 2019년 울산시 무형문화재(제7호)로 등재됐다. 쇠부리소리 발굴과 함께 2016년엔 쇠부리복원사업단이 꾸려졌다. 사업단은 토철 고증과 제철기술 복원 연구 끝에 고대 가마 모양 그대로 달천철장 가마를 만들었고, 2019년엔 옛날 방식으로 쇳물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울산 북구에서 토철은 더는 구할 수 없어 일반 철광석을 가져다가 4mm 이하 가루로 만들어 1300도까지 열을 올린 가마에 넣어 쇳물을 뺐다.

정재화 쇠부리축제 추진위 사무국장은 "쇠부리기술이 80% 복원됐다"면서 "국회에서 쇠부리기술 복원 상황을 소개한 다음 울산시무형문화재로 등재토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히로시마의 노학자가 울산에 보내온 일본어 편지와 한글 번역본. 달천철장 유적공원 안에 내걸려 있다. 김윤호 기자

달천철장 쇠부리기술은 일본에서도 고대 철 관련 문화로 인정받는다. 달천철장 공원 가마 옆엔 지하 1층, 지상 1층(연면적 400여㎡) 규모 토철, 쇠와 관련한 전시관이 있다. 전시관 벽면엔 시오미 히로시(潮見浩) 일본 히로시마대학 명예교수가 쓴 ‘달천철장 철광산 보존에 관한 요청서’가 걸려 있다. 편지는 2000년 말 울산광역시장에게 보낸 것이다. 당시 시오미 교수는 고대 철 생산을 연구하는 일본 ‘타타라연구회(たたら硏究會)’의 회장이었다.

울산에 보내온 일본 노학자의 편지
편지에는 “달천철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세계에서 고대국가 형성기 철 생산과 유통을 고찰하는 데 귀중한 유적군이다. 부디 보존해주시길 부탁한다”고 쓰여 있다. 달천철장을 보존해 달라는 다른 일본인 학자 등 서명부도 있다.

달천철장 유적공원에 있는 전시관 전경. 김윤호 기자

정 사무국장은 "일본 타타라연구회가 일본 고대 철 성분을 분석했더니 비소 성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달천철장 일대 토철 특징과 같은 것"이라며 "달천철장을 연구하면서 울산에서 일본 토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고대 일본에서 달천철장 토철을 가져다가 철기를 생산한 것 같다는 학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전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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