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5년전 만든 부품 녹슬까 페인트칠로 버텼죠"…탈원전 견디고 ‘신한울’ 꽃피운 두산
6년만에 다시 부품 만들어
원자력공장으로 옮겨 조립
10년간 2.9조원 일감 확보
열병합·풍력발전 기기 생산도
15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단조공장이 순식간에 찜질방으로 바뀌었다. 거대한 탱크처럼 생긴 200t짜리 쇳덩어리가 굉음을 내며 등장했다. 강괴 온도는 1230도. 본래 강괴 표면 온도는 700~800도이지만 가열로에 넣고 사흘간 더 뜨겁게 달궜다. 이 강괴를 아파트 8층(23m) 높이 프레스가 성인남성 24만명이 동시에 누르는 힘(1만7000t)으로 찍어누르자 쇳덩어리 표면이 으스러지듯 떨어져 나갔다.
크레인에 달린 대형 집게는 이 쇳덩어리를 움켜쥔 채 프레스에 밀어 넣고 요리조리 돌렸다. 투박했던 쇳덩어리가 점점 원통형 모양을 갖춰나갔다. 중앙에 구멍도 뚫는다. 쇳덩어리를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이 단조작업을 반복하면 직경 5.3m, 길이 3.6m의 파이프가 나온다. 이 파이프는 신한울 3호기의 ‘증기 발생기’에 들어간다.
탈원전 버텼다…신한울 3·4호기 주기기 '활활’
이날 두산에너빌리티는 신한울 3·4호기 주기기를 6년 만에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멈췄던 공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해 ‘원전 생태계 복원’ 의지를 밝힌 지 약 1년만이다. 올해 3월 한국수력원자력과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덕분에 두산에너빌리티는 고사 직전이었던 협력사들과 함께 앞으로 10년간 2조9000억원어치 일감을 확보했다.
단조공장 밖에는 신한울 3·4호기 계획 발표 당시 사전제작했던 주단 소재 수십개가 나열돼 있었다. 이동현 공장장은 “5년 전 제작한 부품은 산화방지를 위해 페인트를 칠해놨다”고 설명했다.
단조공장에서 만든 이 부품들은 원자력 공장으로 옮겨 대형 제품으로 조립하고 검사한다. 부품을 연결해 증기발생기, 가압기, 냉각제펌프 등 총 6개 핵심 주기기를 만든다. 신한울 3·4호기에 들어가는 1400㎿급 한국형 표준모델 APR1400 원자로도 이곳에서 탄생한다. 6개 구역으로 나뉜 이곳은 내년이면 국내 유일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주기기를 제작하는 공장으로 거듭난다. 오는 7월부터 1·2구역을 SMR 제작 공정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간다. 하반기에는 인력도 40~60명가량 늘리기로 했다.
에너지 백화점 두산…풍력·가스터빈 다 갖췄다
여의도 면적 1.5배인 창원공장엔 원자력 공장뿐만 아니라 열병합발전기에 들어가는 가스터빈과 풍력발전 기기 생산 공장도 있다. '기계 공학의 꽃'이라 불리는 발전용 가스터빈은 최첨단 공학기술의 집약체다. 설계 국산화율 100%, 제작 국산화율은 90%다. 2020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 원천 기술 보유국에 이름을 올렸다. 스팀터빈을 돌려 물을 끓이고, 여기에서 나오는 고온 고압 증기로 발전기 안에 있는 자석을 돌려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1620도 정도의 고열이 발생한다. 이에 대응할 열차폐용 코팅기술, 정밀 가공기술, 냉각홀 가공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270㎿급 DGT6-300H S1 모델은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이미 실증하고 있다. 이상언 GT센터 상무는 “가스터빈 한 대를 팔면 배에 480대 자동차를 실어서 수출하는 효과”라고 말했다. 2027년 수소터빈 사업화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 상무는 “가스터빈 개발이 후발주자였다면 수소터빈만큼은 선두주자”라고 말했다.
풍력발전기를 만드는 곳은 풍력1·2공장과 완제품 보관장까지 총 세 곳이다. 총 340㎿ 규모 계약을 성사했고 이 가운데 193㎿가 해상풍력 실적이다. 송치욱 풍력생산 담당 상무는 “한국 바람에 최적화된 기술을 개발해 똑같은 모델이라도 독일 지멘스 등 해외 유수 기업의 모델보다 발전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확보된 일감은 한림해상 18대다. 송 상무는 “8㎿를 개발했는데 양산 체제로 가려면 2000억원 이상의 추가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며 “투자 계획은 수립했지만, 이를 감당하려면 1년에 100~200대 정도를 팔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부품 국산화율 70%를 달성해 국내 중소 부품업체와 동반성장이 가능하다”며 “시장 확장을 위해 정부가 조금 더 나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원=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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