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가 왜 거기서 나와? [보라! 데보라] 논란

2023. 5. 1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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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님, 아우슈비츠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독서에 재미 좀 붙이셨나 봐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맞죠?”

“잡지에서 본 거예요. 왁싱에 관한 기사요. 읽어보고 싶어요?”

〈보라! 데보라〉 9화, 연애 코치 데보라(유인나 분)와 출판 기획자 이수혁(윤현민 분)의 대화다. ‘과몰입 유발 로맨스’라더니 두 주인공이 〈죽음의 수용소에서〉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잡지에서 본 왁싱 기사는 또 뭐고?

좀 전까지 데보라는 외모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말이에요. 자기 배설물 위에 누워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한 컵의 물을 받아서 반만 마시고 나머지 반으로는 세수를 했어요. 유리 조각으로 식판 뒤의 얼굴을 보면서 면도도 했고요. 그리고 살아남았어요. 외모를 가꾸고 치장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라는 거예요. 솔로로서 살아남아야 되지 않겠어요?”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프랭클 박사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이 생존을 위해 했던 행동이, 외모 관리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일화로 등장할 줄은. 당시 유대인들이 물 반 컵으로 세수하고 유리 조각으로 면도를 한 것은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건강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부터 가스실로 보내는 대학살 속에서, 조금이라도 혈색이 좋아 보이려고 절박하게 한 행동이었던 것.

해당 장면을 본 해외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부적절한 비유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부제는 ‘죽음조차 희망으로 승화시킨 인간 존엄성의 승리’. 데보라 님, 잡지에서 읽었어도 죽음 앞에서 지킨 존엄성을 그런 예시로 들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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