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풍미 가득한 수육, 엄마 생신에 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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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원 기자]
▲ 냄비 바베큐 오겹살 |
ⓒ 한제원 |
겉의 바삭함을 주기 위해 채소는 오직 마늘만, 향채소를 넣는다고 양파나 대파를 넣으면 수분이 나와 바삭함이 없어진다고 했다. 지난 겨울에 한 번 해 먹어봤는데 역시 맛은 있었지만 눌러 붙은 스텐 냄비를 한참 불렸다가 설거지 하는 것이 보통이 아니어서 한동안 그냥 물에 퐁당 빠뜨리는 수육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엄마 생신을 맞아 가족끼리 엄마 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사 일정이 있는 언니네가 못 온다 하니, 간단히 생일을 치르고 다음에 다같이 모여 거하게 먹기로. 우리 집에서 회를 떠가고 돼지 수육을 해 가기로 했는데 하다 보니 좀 색다른 레시피가 창작이 되었다.
일단 통삼겹살을 뜨겁게 달군 커다란 스텐 냄비에 껍질이 밑바닥으로 가게 넣고 뚜껑을 닫아 10분 정도 껍질이 바삭해 지게 익힌다. 그리곤 뒤집으며 양파를 세 개나 썰어서 저수분 수육처럼 되도록, 중간 중간 맥주를 조금씩 넣으며 밑이 완전히 눌러 붙지 않도록 했다.
▲ 맥주 수육 마늘과 맥주의 향을 입은 돼지고기 |
ⓒ 한제원 |
뚜껑을 열고 고기와 월계수 잎은 건진다. 고기가 식는 동안 냄비에 남아 흐물해진 양파를 으깨며 마늘과 섞어 소금간, 굴소스 약간, 올리고당을 넣어 마늘 소스를 만들어 곁들였다. 수육을 하면 삶은 물 버리기가 하수도에 미안하고, 바비큐를 하면 눌러 붙은 설거지가 골치였는데 이렇게 밑바닥이 말끔하게 소스로 긁어 먹어 버리니 한결 편하다.
▲ 생일상 돼지고기 |
ⓒ 한제원 |
아이들은 눈치껏 노래를 부르고 경쟁 하듯 촛불을 끈다. 초가 일곱개, 할머니 일곱살이야? 하며. "7n살이라 일곱 개만 꽂은 거야." 생일이 지날 때마다 초 하나씩 늘리는게 낙인 아이들이 이제 촛불을 대충 서너 개만 꽂게 되는 어른들의 마음을 알 리 없지만, 형제의 촛불 끄기 경쟁에 어른들 여럿이 웃었다. 아이들은 언제나 그 자체로 고마운 존재들이다.
요리 해 간 맥주 수육은 가족들이 모두 좋아했다. 곁들이는 소스도 맛있었고, 돼지고기는 김치와도, 장아찌와도 잘 어울리니 실패 걱정이 없기도 하다. 덜 익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다음 번엔 더 센 불에 맥주를 더 졸여보면 어떨까 한다. 소스와 고기에 향과 색도 더 입히고 풍미도 맛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다음이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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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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