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원장 이어 이사장도 사퇴" 부산국제영화제 최대 위기
개최를 약 5개월 앞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집행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이어 이사장의 조기 사퇴라는 위기에 봉착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15일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사의 표명, 이에 따른 영화계의 반발 등 최근 사태와 관련 이사장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 9일 임시총회에서 그동안 없었던 운영위원장을 신설, 이 자리에 이용관 이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조종국 위원장을 위촉하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사장 아래 집행위원장이 영화제 기획과 방향, 초청 영화 선정 등 영화 업무 전반과 일반 행정, 예산 등을 총괄했다.
운영위원장 신설은 '집행위원장을 2인 이내 둘 수 있다'는 정관에 근거했지만, 사실상 공동위원장 체제 도입을 굳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동위원장 신설 인사안을 발표하면서 영화제 측은 허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기획, 신인 감독 및 작품 발굴 등 영화 관련 업무에 집중하고, 조 운영위원장은 법인 운영, 일반 사무, 행정, 예산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운영위원장 신설에 대해 허 위원장은 물론 내부 인사들과 충분히 논의했다고 설명했지만, 허 집행위원장은 임시총회 이틀 뒤 주변에 "이달 말까지 근무하고 BIFF를 떠나겠다"고 전한 뒤 주변과 연락을 끊었다.
허 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영화계에선 "이용관 이사장의 독단과 주변 사람 심기, 조직 사유화에 기인한다"며 "조종국 운영위원장은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오래전부터 영화와 행정을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영화와 행정을 분리한 토론토영화제 등을 토대로 이번 인사를 했다"며 "조 위원장은 30년 동안 알고 지내는 사람이지만 영진위와 부산영상위에서 일한 행정 경험이 있어 운영위원장에 위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이번 사태와 관련 조기 사퇴를 표명한 것에 대해 "사실 올해 영화제를 끝내고 2023년을 끝으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표해 왔다"며 "시기만 앞당긴 것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디지털화 방향으로 최근 급변하는 영화·영상 산업에서 저의 능력이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영화제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이사장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속내를 말했다.
사퇴 시기에 대해서는 이달 말 이후가 될 것이라고 암시했다.
집행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이어 이사장의 사퇴로 오는 10월 예정된 제28회 영화제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다음 주 개막(16∼27일)하는 칸영화제에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빠진 채로 참가할 수밖에 없어 부산국제영화의 국제 네트위크에도 구멍이 생기게 됐다. 이달부터 시작된 초청 영화 선정, 개·폐막작 선정, 감독과 배우 게스트 섭외 등 가장 중요한 업무가 중단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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