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논의 없이 이뤄진 ‘이승기법’…업계 불공정집단 매도 유감”
대중음악 관련 협회들이 최근 ‘이승기법’으로 불리는 대중문화예술산업법 개정안에 유감을 표했다. 개정안이 업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되었고, 음악계를 불공정집단으로 매도했다는 이유에서다.
16일 사단법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사단법인 한국음반산업협회, 사단법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나다순)는 지난달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결한 대중문화예술산업법 개정안 중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권리 보호 강화 관련 내용이 업계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중문화예술산업법 개정안은 소위 ‘이승기법’으로 불린다. 가수 이승기가 지난해 10월 소속사로부터 제대로 된 정산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법안 발의 배경이다. 이에 개정안은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가 소속 연예인(대중문화예술인)의 요구가 없어도 회계 내역과 지급 예정 보수를 연예인에게 연 1회 이상 정기 제공토록 했다.
다만 이들은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용역 제공시간을 제한하고 과도한 외모관리 강요를 금지한 부분을 문제삼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12세 미만은 주 25시간 이하, 12세 이상 15세 미만은 주 30시간, 15세 이상은 주 35시간 이하로 용역 제공 시간을 제한했다.
이를 두고 음악계는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의 용역 제공시간 제한’ 삭제를 요구하면서 해당 개정안이 현실을 외면한 ‘대중문화산업 발전 저해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K-컬쳐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아이돌의 경우 한 그룹 내에도 다양한 연령의 구성원이 있는데 법률로 연령별 활동 가능 시간에 차이를 둔다면, 구성원별 활동 가능 시간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발생함은 물론 사실상 정상 활동이 불가능해진다. 또한 앨범 발매, 콘서트 개최 등 집중적인 홍보와 활동이 필요한 시기에도 걸림돌이 되어 대한민국 대중문화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규제는 법에서 추구하고 있는 형평성·자율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역량을 키우고 싶어 늦은 밤까지 책과 씨름하는 학생들과 다르게, 세계적인 대중문화예술인으로 성장하고 싶은 청소년은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들에게는 이번 개정안이 ‘규제 전봇대’가 되는 것”이라며 “시간제한 규제는 방송사나 제작사에 상당한 제약이 되어, 해당 연령대 출연자를 기피할 수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이들에겐 역차별이고 불평등”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보호’를 위한 심도 깊은 논의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악계는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학습권·휴식권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 취지에는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현행법에서도 15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용역 제공시간을 제한하고 있으며 업계는 이것을 준수하고 있다. 개정안을 통해 추가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고,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음악계는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는 법안에 대한 심사를 즉각 중단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대중문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은 보호하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도록 국회, 정부, 산업계가 참여하는 협의체 신설을 요구한다”고 청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국회나 정부는 다양한 산업의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산업의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해당사자인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완성도 높은 정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며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 대중문화산업계 전체를 불공정 집단으로 매도하고, 관련 법안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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