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민 지명' 페퍼저축은행, 승부수 통할까

양형석 2023. 5. 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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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허리수술로 시즌 접었던 야스민 베다르트 지명한 페퍼저축은행

[양형석 기자]

시즌이 끝나면 FA시장과 트레이드, 신인 드래프트, 그리고 올해부터 시행된 아시안쿼터 등 각 구단이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찾아온다. 하지만 각 구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 중 하나는 바로 매년 4월 또는 5월에 열리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다. 외국인 선수가 최소 30% 이상, 최대 40%가 넘는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는 V리그의 특성상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팀 성적에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한국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2023-2024 시즌에 활약할 V리그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열렸다. 옐레나 므라제노비치와의 재계약을 선택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제외한 6개 구단이 드래프트에서 지명권을 행사했다. 7명 중 6명이 V리그 경력자였을 정도로 구관들이 우대를 받았던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에서는 7명 중 절반이 넘는 4명이 V리그를 경험한 적이 없는 새 얼굴이었다.

지난 2년 간 신생구단 혜택으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했던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올해 가장 높은 확률을 가지고도 2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하지만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냈던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왼손잡이 공격수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를 선택하면서 페퍼저축은행은 원하는 선수를 데려올 수 있었다. 2021-2022 시즌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독주를 이끌었던 거포 야스민 베다르트가 그 주인공이다.

성공적이지 못했던 페퍼의 외국인 농사
 
 페퍼의 첫 외국인 선수였던 엘리자벳은 인삼공사로 이적하자마자 2022-2023 시즌 득점왕에 올랐다.
ⓒ 한국배구연맹
 
페퍼저축은행이 처음 참여했던 2021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는 2020년에 비해 선수들의 수준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에는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유럽의 빅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내 V리그에 대거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2021년 코로나19의 유행이 다소 누그러지자 국내에서 활약하던 이름 있는 선수들이 대거 유럽무대로 복귀했다.

페퍼저축은행은 2021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사전 선호도가 높았던 헝가리와 루마니아 2중국적을 가진 1999년생의 젊은 공격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를 지명했다. 페퍼저축은행은 내심 엘리자벳이 KGC인삼공사에서 활약했던 발렌티나 디우프(푸스토 아르시치오)처럼 팀의 공격을 책임져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V리그 첫 시즌 페퍼저축은행은 경험이 부족한 세터들로 시즌을 꾸렸고 이는 엘리자벳의 성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엘리자벳은 이현과 구솔, 박사랑 등과 호흡을 맞췄던 2021-2022 시즌 30경기에서 598득점을 기록하며 7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 중 두 번째로 적은 득점을 기록했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은 시즌이 끝난 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엘리자벳과의 재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22-2023 시즌 KGC인삼공사에서 염혜선이라는 국가대표 출신 세터를 만난 엘리자벳은 35경기에서 1015득점을 올리며 독보적인 득점 1위에 등극했다.

2022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페퍼저축은행은 2021-2022 시즌 브라질리그 득점왕 출신의 니아 리드를 지명했다. 1996년생으로 마냥 어린 선수도 아니었다. 튀르키예와 프랑스, 브라질 리그에서 활약하며 경험도 제법 풍부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작년 4월 FA시장에서 이고은 세터를 영입하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세터를 보강했지만 니아 리드 역시 페퍼저축은행의 '해답'이 되진 못했다.

니아 리드는 2022-2023 시즌 33경기에서 717득점을 올리며 득점 4위에 올랐지만 이고은 세터의 토스가 조금 흔들리면 연타로 처리하거나 범실을 저지르는 등 경기마다 기복을 보였다. 실제로 니아 리드의 공격성공률은 36.24%로 전체 8위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니아 리드는 작년 9월 국내 입국 당시 대마성분이 함유된 식품을 소지한 것이 발각되면서 출입국사무소로부터 1년간 입국규제를 당하며 불명예스럽게 한국을 떠났다.

'부상이슈' 야스민 재지명, 목표는 건강유지
 
 지난 두 시즌 동안 수원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던 야스민은 2023-2024 시즌 광주를 홈구장으로 쓰게 된다.
ⓒ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올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는 40명이 넘는 선수들이 참가신청을 했지만 구단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셰리단 앳킨슨과 헬렌 루소 등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7개 구단 중 4개 구단이 V리그 경험이 없는 새 얼굴을 선발하는 등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트라이아웃과 드래프트가 진행됐다. 그리고 2순위 지명권을 가진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했던 야스민을 선택했다.

단순히 실력만 놓고 본다면 야스민은 리그 정상급 외국인 선수로 분류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192cm의 좋은 신장과 트라이아웃 시대에서 상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파워풀한 공격은 야스민이 가진 최고의 무기. 2021-2022 시즌 득점 4위(674점), 공격성공률 2위(42.81%), 서브(세트당 0.44개),후위공격(49.41%) 1위에 오르며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끌었던 야스민은 2022-2023 시즌에도 현대건설 개막 15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부상이었다. 현대건설이 개막 14연승을 달릴 때까지 주포로 활약하던 야스민은 허리부상으로 결장하기 시작했고 결국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대체 외국인 선수 이보네 몬타뇨를 영입하면서도 야스민의 회복을 기다렸지만 야스민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이는 시즌 실패로 이어졌다. 페퍼저축은행은 부상 이슈로 소속팀을 큰 곤경에 빠트렸던 선수에게 팀의 운명을 맡기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물론 야스민이 건강한 몸 상태로 페퍼저축은행에 녹아 든다면 다음 시즌 페퍼저축은행의 전력은 한층 강해질 수 있다. 특히 새로 합류한 박정아와 야스민이 구성할 '쌍포'는 벌써부터 광주의 배구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야스민은 트라이아웃 과정에서 연습경기는 소화하지 않은 채 가볍게 몸만 풀었지만 현재 순조로운 회복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오는 8월 팀에 합류할 때는 정상적인 훈련이 가능할 거라 자신했다.

물론 페퍼저축은행은 새 외국인 선수 야스민이 좋은 활약을 한다 해도 이고은 재영입 과정에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로 이적한 미들블로커 최가은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큰 숙제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좌우에서 '쌍포'가 터진다 해도 중앙이 뚫려 버리면 상대에게 집중공략을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좌우에 '우승청부사' 박정아와 '건강한 야스민'이 나선다면 팀의 무게감은 지난 두 시즌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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