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은 하루에 세 번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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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회승 기자]
▲ 공부방 |
ⓒ 엄회승 |
일주일이 또 지났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남편 출근 시키고 아이 학교 챙겨 보내면 9시다. 한숨 돌리며 식탁에 앉으면 턱 주저앉아 널브러져 있고 싶어진다. 커피도 땡긴다.
하지만, 그럴 여유는 없다. 지금부터 나의 출근 준비 시간이다. 밥솥에서 밥 한 공기 대강 뜨고, 냉장고에서 전날 먹고 남은 반찬 꺼내 부랴부랴 대강 한 끼 때운다. 설거지통에는 이미 남편 먹은 그릇, 아이 먹은 그릇이 놓여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이제 설거지통에 수북이 쌓인 그릇들을 보면, 언제부터인가 한숨부터 절로 나온다. 그러나 그런 고민도 지금부터는 시간 낭비이며 사치이다. 서둘러 그 위에 내가 먹은 그릇들을 얹어 설거지를 한다.
그리고 서둘러 공부방 선생님으로 출근 준비를 한다. 이제부터 나는 공부방 선생님이다. 나는 6년째 집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오전에는 오후에 할 수업 준비를 한다. 전날 수업한 것을 오후 수업 전에 채점도 해놓고 오후에 수업할 것들 프린트해야 할 것들을 미리 준비하고, 수업할 내용도 빼놓지 않고 노트에 미리 정리해 놓는다.
아이들 수업 준비가 끝나면, 수업할 책상 정리하고, 문제집 등 책들을 준비한다. 수업에 쓸 공부방 패드도 준비한다. 정리가 다 되면 이제부터 나의 업무 수업 시작이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오고, 아이들에게 정겨운 인사를 한다. 그리고 어제처럼 오늘도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실랑이도 하며 때론 농담도 주고 받으며 수업을 한다.
힘들기는 하지만 그것이 어쩔 땐 찌든 엄마 아내의 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힐링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가르치면서 배우기도 하니, 직업 중 가장 보람된 직업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과 실랑이도 해가며 한바탕 수업을 하고 있으면, 오후 5시쯤 딸아이가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이 된다. 딸아이는 서재에 들어가 내가 준비한 문제집을 풀기 시작하고, 나의 수업은 마무리가 되어간다.
나의 공부방 끝나는 시간은 오후 6시. 수업이 끝나면 공부방 청소를 한다. 청소를 하고 있으면 남편이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두 번째 출근
남편이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두 번째 출근을 한다. 이제부터 주부로 아이 엄마로 말이다. 공부방 청소가 끝나자마자 손만 빨리 씻고 저녁 준비를 시작한다. 오늘은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시간도 사치스런 고민이다. 저녁을 빨리 먹고 아이 목욕을 시켜야하기 때문이다.
김치찌개 하나 끓여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하려고 해도 쌀 씻기부터 김치, 돼지고기, 파에 두부, 각종 양념을 준비해 끓인다. 상을 차리고,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 엄마로서의 의무는 잊지 않으려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 준비물 등을 체크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수북이 쌓인 설거지거리들이 다시 나를 기다린다.
어쩔 땐 나만 왜 계속 바쁘지?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남편이 야속하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고민도 시간도 원망도 흘러가는 시간을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부질없는 고민이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아이를 먼저 욕실로 들여보낸다. 아이 씻긴 후, 설거지를 마저 하고, 아이가 벗어놓은 빨래를 세탁기에 돌린다. 시간은 훌쩍 오후 9시를 넘긴다. 그리고 하루 일정 중 남은 세 번째 출근을 한다.
세 번째 출근
이제부터는 두 번째 수업 시작이다. 딸아이와의 수업이 남아있는 것이다. 다시 엄마에서 딸아이 선생님이 된다. 내가 딸아이 선생님이 되면서 결심한 것 하나가 평정심이다, 우리 공부방 아이들 수업하듯이 객관적인 평가와 평정심을 잃지 않는 수업이다.
어머님들과 상담을 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면서 자꾸 아이한테 화를 낸다는 것이다. 내 아이니깐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으니 가르치는 것도 엄마가 잘 가르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너무 다르다. 아이를 가르치면서 아이가 잘 따라오지 못할 경우 답답한 마음에 화를 자주 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아이와 사이도 소원해지게 되고, 자주 화를 내니 아이는 엄마와의 수업을 거부하거나, 집중을 못해 공부가 안 된다. 그만큼 내 아이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공부방 6년차 나름 훈련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업을 하다가 딸아이에 대한 기대치 때문인지 아니면 엄마가 선생이니 내 딸은 무조건 잘해야한다는 강박에서인지 딸아이의 공부를 가르치다가 내가 원하는 만큼의 답이 나오지 않으면 가끔 나도 모르게 답답한 마음에 버럭 소리를 지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평정심 유지가 어렵다. 나도 한 아이의 엄마인 것이다.
미안함에 딸아이에게 격려의 말과 함께 내일 일과를 체크한다. 딸아이 수업이 끝나면 저녁 11시쯤이 된다. 딸아이를 서둘러 재우고, 오늘 남은 나의 일과 블로그를 쓰거나 목표로 세운 글을 쓴다.
근래 한 주가 정말 쏜살같이 지난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잡고 싶을 만큼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 나름 열심히 살고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허비하지 말자는 취지에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 블로그를 시작하니 일은 더 많아지고 더 바쁜 나날을 보낸다.
피곤함에 결혼 전에는 없었던 일, 글을 쓰다가 또는 책을 보다가 밤에 꾸벅꾸벅 조는 일이 종종 생긴다. 하지만, 내가 보는 것, 하는 일, 주의에 일들이 의미가 되고, 애정을 가지고 보게 되니, 그냥 스쳐 지나치지 않게 된다.
한주의 끝자락에 와있다. 내일이 지나면 다시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이 된다. 어제 심한 감기 몸살을 앓아 오늘 병원에 가서 약을 지었다. 몸살이 있어 오늘 하루 글을 쓰는 걸 쉴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루를 쉬면 다음에도 또 어떤 핑계로 쉬고 싶을 것 같아 계획한 대로 쓰기로 했다. 감기약 때문인지 몽롱하고 살짝 졸리기까지 하다.
새벽 2시, 일과를 모두 끝내고 침대에 누우면 저절로 앓는 소리가 난다. 늘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몸살을 앓고 지낸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목표가 있어 스물네시간이 야속할 때가 많다.
내일도 나는 하루 세 번 엄마로, 아내로, 공부방 선생님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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