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리빌딩 3년 차 한화, '이기는 야구' 꺼내긴 이르다
차승윤 2023. 5. 16. 08:24
'최하위 단골' 한화 이글스가 '이기는 야구'를 화두에 올렸다.
한화는 지난 11일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손혁 한화 단장은 수베로 감독의 실험적인 기용을 문제 삼으며 승부를 볼 내년 시즌을 위해 선수 보직을 뚜렷하게 하겠다고 했다. 2024년부터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는 말도 나왔다.
수베로 감독 경질 시점에서 한화는 9위였다. 감독 교체의 핵심 명분을 설명하면서 한화는 '이기는 야구'와 '승부'를 키워드로 꺼냈다. 사실 경질된 수베로 감독도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 "올해는 리빌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정말 한화의 리빌딩이 끝난 걸까. 리빌딩은 새롭게 팀의 중심이 되는 선수들을 찾아 선수단을 구성하는 세대교체 작업이다. 팀의 주축이 되는 유망주, 즉 잠재력의 천장(실링)이 높은 코어 플레이어(Core player)를 확보하고, 안정적인 기량의 하한선(플로어)이 보증된 선수도 많아야 한다.
그런데 KBO리그에서 '진짜' 리빌딩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단 메이저리그(MLB)와 달리 코어 플레이어 수급이 어렵다. 드래프트에서 이런 선수는 한 해에 1명을 얻기도 어렵다. MLB와 달리 국제 유망주 계약도 불가능하다. 기존 1군 주전 선수를 팔아 수급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KBO리그에서 코어가 될 국내 선수를 수급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FA(자유계약선수) 영입뿐이다.
외국인 선수의 존재 역시 구단이 굳이 리빌딩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 외국인 투수 2명과 외국인 타자 1명만 성공해도 팀은 코어 플레이어 셋을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선수들이 중위권만 돼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구단은 리빌딩을 내걸고 리툴링(retooling, 부분 재건) 작업을 진행했다. 기준 1군 주축 선수들은 남겨놓고 일부 약한 고리를 보강하는 것이다. 이 경우 코어 플레이어가 남아 있고 공백이 적다. 외국인 선수, FA 영입에 성공하거나 1군 뎁스(선수층)를 보강해 줄 선수를 늘리면 리툴링은 완성된다.
한화는 다르다. 한화는 지난 15년 동안 포스트시즌(PS) 진출에 단 한 차례만 성공했다. 2018년 마지막 PS 이후 9위와 10위에 빠졌다. 살려낼 재료 자체가 아예 없었다. 그래서 주전이던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한 후 수베로 감독을 영입해 2021년을 맞이했다. 정민철 당시 단장은 '긴 호흡'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긴 호흡이 겨우 2년이었던 걸까. 올 시즌 한화는 FA(자유계약선수) 채은성을 영입했다. 노시환, 문동주와 김서현 등은 코어 플레이어라 할만하다. 그러나 리빌딩을 끝마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문동주는 풀타임 선발이 처음이고, 김서현은 올 시즌 신인이다. 채은성과 노시환을 제외한 다른 포지션에서는 리그 평균 이상이라 할 곳을 찾기 어렵다.
리빌딩은 참을성의 싸움이다. MLB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지난 2018년 기존 주축 매니 마차도를 트레이드로 넘기고 리빌딩에 들어갔다. 1군 승률을 아예 포기했고 대신 유망주 스카우트에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2021년 여름 유망주 팀 랭킹 1위에 올랐고, 올 시즌까지도 1위를 유지 중이다. 그리고 그 전력을 바탕으로 1군도 15일 기준 승률 0.650으로 MLB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4년 동안 승리 대신 스카우트와 육성에 집중한 결과다.
볼티모어는 지난해(승률 0.512)에도 가을야구에 도전할 수 있었다. 유망주를 팔아 즉시 전력감을 영입했다면 와일드카드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러나 마크 엘리아스 볼티모어 단장은 오히려 팀 주축 타자 트레이 맨시니와 마무리 호르헤 로페스를 팔아 유망주 수급을 선택했다. 확실하지 않은 가을 야구 대신 더 높은 미래를 위해서다. 엘리아스 단장은 그 후 직접 선수단을 방문해 이유를 설명하고 구단의 비전도 공유했다. 그 결과를 올해 맛보고 있다.
볼티모어가 그랬듯 리빌딩은 2~3년 만에 끝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당장의 1승보다 선수들의 기량을 온전히 끌어올리는 게 진짜 목표다. 섣불리 승부수를 던지면 위험 부담이 크다. 더군다나 한화는 마차도 트레이드처럼 기존 주전 선수를 파는 방식도 취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도 매년 실패했다. 엘리아스 단장과 달리 수베로 감독 경질 과정에서 소통도 부족했다.
한화가 겨우 2년 만에 이기는 야구 키워드를 꺼낸 건 리빌딩에 대한 이해 혹은 인내가 부족해서일 수 있다. 한화의 리빌딩 과정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당장 올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한화의 시간이 '아직은' 아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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