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갤러리스트 변신 이광기 “좋아하는 걸 찾으세요” ①

정진영 2023. 5. 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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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광기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갤러리 끼 SEOUL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3.05.09/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던 화려했던 삶을 뒤로 하고 ‘인생2막’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100세 시대, 1모작만으로 살아내기 어려워진 게 현실입니다. 그들의 새로운 출발, 새로운 도전, 새로운 삶을 듣고 전함으로써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의 행복을 위한 길을 제시하려 합니다. 도전과 희망이 넘치는 여러분의 ‘인생2막’을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바야흐로 ‘N잡 시대’가 도래했다. 하나의 직업으로 살기 어려운 건 연기자도 마찬가지다. 배우에서 갤러리스트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이광기를 일간스포츠가 만났다.

이광기는 최근 경기도 파주에 이어 서울 용산에 갤러리 끼를 오픈했다. 서울 용산구 갤러리 끼에서 만난 그는 바쁜 와중에도 에너지가 넘쳤다. 오전에 파주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용산으로 넘어왔다며 들어서는 얼굴에선 생기가 돌았다.

갤러리스트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이광기가 처음 미술에 관심을 가진 건 2000년. 관심이 있는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로 처음 미술과 연을 맺었다. 업이 된 건 2010년 이후다.
배우 이광기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갤러리 끼 SEOUL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3.05.09/

“2010년도에 아이티에 봉사를 다녀왔었거든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키우는 아이들을 보며 학교를 지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전 재력가도 아니고 최고의 스타라서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작가들하고 의기투합해서 그림을 판매하면 좋겠다 생각을 했던 거죠.”

아이티 아이들을 위한 자선 미술 경매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행사.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2년 동안 꾸준히 경매를 진행, 누적 금액은 무려 7억원이 됐다. 수익금의 일부는 작가들에게 지급됐고, 나머지 반은 아이티에 학교를 짓는 데 사용됐다. 이 금액으로 아이티엔 세 개의 새 학교가 문을 열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이광기는 ‘기획’을 배웠다. 단순히 작품을 수집하던 때와 비교해 다른 쪽으로 시야가 확장된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토대로 파주에 갤러리 끼를 열었고, 미술 경매 프로그램을 유튜브를 통해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 그들이 명성을 쌓는 것을 돕고, 대중에게는 주목할 만한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는 교두보 역할도 한다. 이광기는 “후배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번다고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판매가 업이지만 판매만을 내세우고 있진 않아요. 작품성이 있고 국내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그런 작품과 작가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죠. 시대 정신을 품고 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는 일도 보람돼요. 물론 판매까지 잘되면 좋겠지만요.”
배우 이광기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갤러리 끼 SEOUL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3.05.09/

이광기는 ‘문화의 가치’를 강조했다. 인구나 자원이 상대적으로 넉넉하지 않기에 우리나라는 문화 콘텐츠를 자산으로 여기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K팝, K드라마 등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K아트 역시 해외 시장에서 환영받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으로 족적을 남기는 그런 미술 작가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다만 필요한 것은 지원이다. 이광기는 “문화라는 것은 흐름 아닌가. 우리나라가 주목받는 때가 있으면 또 다른 나라가 주목받는 때가 오는 법”이라며 “K아트가 경쟁력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도움을 주면 좋겠다. 해외에 국내 작가들을 홍보할 수 있는 창구가 보다 많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광기 역시 갤러리 끼를 통해 사명감을 가지고 좋은 작품을 많이 전시하려 한다. 갤러리 끼 용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우성 변시지 화백의 개인전 ‘바람의 귀환’도 그런 사명감의 일환이다. 제주도 출생인 고(故) 변시지 작가는 오사카미술학교에서 서양학을 전공하고 귀국했다. 1957년도에 변시지 선생이 귀국해 전시를 열었을 땐 화신갤러리에 하루에 5000여명이나 되는 관람객이 다녀갔을 정도다. 올해는 변시지 작가의 서거 10주기. 이광기는 이번 ‘바람의 귀환’ 전시를 통해 변시지 선생의 작품을 보다 많은 대중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사진=갤러리 끼 제공

사진=갤러리 끼 제공
“2026년이 변시지 선생님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거든요. 아마 국내 최고의 미술관에서 선생님의 회고전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의 주요 배경인 제주도에서도 엄청난 미디어아트 전시가 열릴 예정이고요. 그 전에 컬렉터 분들이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드리고 싶었어요.”

갤러리 끼 파주에서는 5인의 작가가 ‘인체’를 주제로 풀어낸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들숨날숨 인간풍경’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내달 10일까지. 권순철, 박치호, 서정태, 정현, 한효석 등 미술계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만날 수 있다.

이광기는 “인체와 몸을 주제로 한 작품을 상업 갤러리에서 다루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미술관에서나 보는 작품들”이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인체를 다룬 작품을 수집하는 게 보편화돼 있지는 않은데,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인체나 인물을 주제로 한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들이 많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갤러리에서 한 번쯤 다룰 때가 됐다고 판단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이광기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갤러리 끼 SEOUL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3.05.09/

오랜 배우 생활을 지나 갤러리스트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이 늘 평탄하고 즐겁기만 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 이광기는 그런 부침마저 기쁨으로 여기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은퇴를 준비해야 할 나이기에 여전히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이광기는 조언했다.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일을 하면서도 노는 것 같단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만큼 좋아하는 일이라는 거죠.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어서 일을 한다는 감각이 좋아요. 여러분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으시고, 그 일을 위해 오래 준비하셨으면 좋겠어요. 일간스포츠 독자 여러분의 인생 2막을 응원합니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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