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대신 '헌신의 경쟁'…울산 더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

김명석 2023. 5. 1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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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FC서울전 3-2 승리한 뒤 서포터스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울산 현대 선수들. 사진=프로축구연맹
마틴 아담 등 울산 현대 선수들이 14일 FC서울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질투가 아닌 팀을 위한 헌신의 경쟁이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설명한 바코(조지아)와 루빅손(스웨덴)의 경쟁 구도다. 라이벌 때문에 출전 시간이 줄어들지언정, 이를 팀을 위한 경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거다. 두 선수뿐만 아니라 포지션 곳곳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는 고스란히 울산의 독주체제를 이끄는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홍명보 감독이 먼저 기회를 준 선수는 바코였다. 개막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교체로 출전하던 루빅손이 4라운드 수원FC전에 처음 선발로 나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경쟁 구도가 달라졌다. 루빅손이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는 사이 바코는 벤치만 지키는 경기마저 있었다. 개막 7경기에서 루빅손은 5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바코가 지난달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마수걸이골을 터뜨리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상승세를 탄 바코는 14일 FC서울전 멀티골까지 최근 6경기에서 5골을 몰아넣었다. 이번엔 루빅손의 출전 시간이 극히 줄었다. 서울전에서는 교체로도 나서지 못한 채 벤치만을 지켰다. 홍명보 감독은 “한 명이 잘하면, 다른 한 명은 당연히 벤치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요한 건 경쟁 상대 때문에 출전 시간이 줄어들더라도 이들의 태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출전 시간이 크게 줄어든 루빅손도, 시즌 초반 바코도 마찬가지다. 구단 관계자는 “루빅손과 바코 모두 훈련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홍명보 감독이 인정할 정도”라고 전했다. 홍 감독이 이들의 경쟁 구도를 서로를 향한 질투가 아닌 헌신의 경쟁으로 표현한 배경이다.

다른 포지션도 다르지 않다. 최전방 원톱 경쟁을 펼치고 있는 주민규와 마틴 아담(헝가리)이 대표적이다. K리그 득점왕 출신 주민규, 지난 시즌 울산 우승의 주역인 마틴 아담이 벤치에 앉는 건 서로 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벤치에 앉아 있더라도 경쟁자의 골에 누구보다 가장 먼저 기뻐하고 축하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장’ 정승현은 부상 회복 후에도 김기희 대신 단번에 선발 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있다. 김영권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기희의 경기력이 워낙 좋은 만큼 굳이 변화를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승현은 대신 벤치나 교체로 출전해 팀의 주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팀 내 입지를 떠나 경기력이 가장 좋은 선수가 선발로 나서고, 선발로 나서지 못하더라도 팀을 위한 경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이는 고스란히 울산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루빅손이 침묵하자 바코가 공백을 메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즌 초반 공격 포인트 비중이 컸던 루빅손의 침묵에 울산이 큰 타격을 받지 않았던 이유다. 주민규와 마틴 아담은 번갈아 출전할 때마다 골을 넣으며 홍 감독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겨 주고 있다.

당장 주전으로 뛰어도 손색없는 선수들이 팀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그 효과가 그라운드 위에서 나타나고 있다. 울산이 개막 13경기에서 무려 11승 1무 1패, 승강제 도입 이후 가장 많은 승점(34)을 쌓으며 오랜 기간 고공비행을 이어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장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언제든지 벤치에 앉을 수 있다는 위기와 경쟁의식을 선수들이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상대를 질투하는 게 아니라 헌신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팀으로서는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울산=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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