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좀 휘두르라" 이재명 위기에…야당서 꺼낸 7년전 文 위기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코인 논란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성토도 커지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 부족이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소속 의원 비위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당사자 부인→지도부 늑장 대처→여론 악화→자진 탈당의 수순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17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검찰이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압수수색을 한 지 닷새만이었다. 이 대표는 박광온 원내대표 취임 후 첫 의원총회(3일)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2일 저녁 윤관석 의원을 직접 만나 간곡히 탈당을 설득했고, 두 의원은 의원총회 당일 오전 탈당계를 제출했다.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논란과 관련해선 논란이 불거진 지 9일 만에 사과했다. 김 의원은 20대 대선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이 대표의 수행실장을 맡는 등 최측근이다. 이 대표는 14일 의총 시작에 앞서 “국민께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사과했다. 김 의원도 의총 당일 오전에 탈당 의사를 밝혔다.
연이은 뒷북 대처에 14일 의총에선 이 대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재신임을 받으셔야 한다”(양기대 의원)는 주장도 나왔지만, 대다수는 “다 죽게 생겼으니 이 대표가 쇄신의 칼을 들고 휘두르라”(박용진 의원)며 이 대표에게 강력한 리더십을 주문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데엔 ‘사법리스크 딜레마’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검찰의 ‘쌍·대·성(쌍방울·대장동·성남FC)’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해 반발해온 이 대표가 다른 의원의 비위에 엄정하게 대응하면 ‘이중 잣대’로 비판받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는 기민하게 대응했다. 검찰에 두 차례 출석해 조사를 받은 직후인 지난 2월 4일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22일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했을 때도 곧바로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이 대표 기소가 ‘정치 탄압’이라는 예외 사유에 인정된다고 의결했다. 반면에 돈 봉투, 코인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반응은 느린 편이다. 이런 탓에 14일 의총에선 “이 대표의 검찰 소환이나 기소 땐 바로 규탄대회를 하고 당무위를 열더니, 왜 다른 의원 일에 대해선 자진탈당할 때까지 기다리느냐”는 불만도 나왔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총선까지 검찰 수사가 추가로 펼쳐질 게 자명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검찰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이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 역시 “결국 당원·지지층이 이 대표에 당권을 쥐어준 건 ‘이재명은 합니다’로 상징되는 리더십 때문”이라며 “취임 9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는 존재 증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대표를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비교한다. ▶총선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 ▶대선 낙선자 신분 ▶야당 대표라는 지위가 같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문 전 대통령 역시 그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0대 4 참패를 당해 위기를 맞았다. 문 대표는 비문계의 퇴진 요구가 거세지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영입해 혁신위원회를 띄웠다.
같은해 12월 안철수 당시 공동대표와 분당 위기로 치닫자 측근을 정리했다. 친노(親盧) 인사로 수감 중이던 한명숙 전 총리에게 당적 정리를 요청한 데 이어, 당시 ‘이호철·양정철·윤건영’ 측근 3인방의 총선 불출마 방침을 확인했다. 2016년 1월엔 문 대표가 공식 사퇴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결국 민주당은 2016년 총선에서 123석을 챙기며 승리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본인이 수사·재판을 받는 상황이 2016년과는 다르지만, 당시 문 전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14일 민주당 의총 결의문에 담긴 당 혁신기구와 윤리기구 강화 등이 과제로 거론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아무리 윤리기구를 강화하더라도 잣대가 공정하지 못하면 힘을 잃는다”며 “이재명 대표 본인이나 가까운 사람이 희생하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카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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