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초심 잃고 있는 윤석열 에너지정책

2023. 5. 16.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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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문재인정부가 잘못한 것은 충분한 숙의 토론 과정 없이 에너지 정책을 확정한 점이다.

그러나 2022년 7월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안)'과 2023년 1월 공고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 2023년 3월에 발표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보면 인수위 발표나 110대 국정과제 발표 때와는 정책의 구체성이나 추진 강도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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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식(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여러 분야에서 1년을 평가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주최자마다 홍보자료를 배포하고 있지만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행사여서 여론의 확장보다는 각 진영 내부의 결속 유지용으로 기능하는 것 같다. 에너지 분야도 여러 곳에서 평가를 하는데 본질적 문제는 거론을 않고 있다. 본질적 문제는 정책 수립 과정의 합리성과 시장원리에 기반한 정책 집행이다. 문재인정부가 잘못한 것은 충분한 숙의 토론 과정 없이 에너지 정책을 확정한 점이다. 탈원전과 목표만 너무 거창한 재생에너지 정책이었다. 내용도 시장 거래를 통한 수요 조절이 아니라 공급만 강조하는 정책이었다. 그 결과 계통 불안정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중단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고, ‘RE100’을 지원하는 전력구매계약(PPA)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윤석열정부가 들어설 때는 좀 기대를 했다. 문재인정부 때 없었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수위가 나름대로 준비를 해서 2022년 4월 28일 발표한 것이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방향’이다. 인수위(경제 2분과)는 3대 기본방향으로 ①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합리적 조화 ②공급확대 위주에서 수요 정책 강화 ③에너지 시장 기능 정상화를 제시하고, 이를 위한 5대 중점과제를 내놓았다. 5대 중점과제는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에너지 믹스 △시장기반 수요 효율화 △신성장 동력으로서 에너지산업 △튼튼한 자원안보 △따뜻한 에너지전환이다.

5대 중점과제 중 문재인정부와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시장기반 수요 효율화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시장 기반으로 적극 추진하고,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에너지 시장구조 확립 추진 △전 부문의 에너지 효율 혁신을 유도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하고, 한전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며, 다양한 수요관리 서비스 기업을 육성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인력을 강화하고,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요금 원칙을 확립 △기저전원·저탄소전원(수소 등) 대상 계약 시장, 보조서비스 시장 도입 등 전력 시장 다원화를 추진하고, 경쟁 기반의 전력 시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인수위 발표는 2022년 5월 발표한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그대로 반영됐다. 부연 설명에서는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전력 시장’을 강조했다. 현재와 같은 (한전 중심의) 수직 통합된 구조로는 효과적인 수요관리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권고 내용까지 소개했다. IEA는 “전력 부문을 개방해 전체 가치사슬에서 진정한 경쟁과 독립적 규제 기관을 도입하지 못한 점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주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22년 7월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안)’과 2023년 1월 공고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 2023년 3월에 발표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보면 인수위 발표나 110대 국정과제 발표 때와는 정책의 구체성이나 추진 강도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벌써 1년이 지났다. 전기요금 결정의 독립성·전문성 확보를 위한 전기위원회 확대 개편, 수소 발전 입찰 시장 개설 같은 정책은 2023년 6월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그 내용과 일정 준수 여부도 궁금하다. 왜냐하면 요즘 핫이슈인 전기요금 인상 논란을 보더라도 정부 출범 초기의 정책 기조를 전제로 요금 논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죄 없는 한전을 상대로 인질 놀이만 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

김경식(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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