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사람들
김남국의 수십억 코인 자산은
전세사기·코인 투자 실패로
세상 등진 2030청년들 목숨값
평등과 정의 외치던 민주당의
도덕불감증… 꼬리 자르기로
끝나서는 결코 안 된다
국회 전수조사하고 검찰 수사
통해 전말 밝혀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도 폐지하자
최근 석 달 사이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20·30대 청년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전세사기로 수천만원의 전 재산을 날리고 길바닥에 나앉게 된 이들에게 마지막 선택지는 죽음이었다. 밀린 수도요금을 내지 않으면 단수한다는 경고장과 정신과 약 처방 봉지 등이 이들이 세상과 나눈 마지막 소통의 흔적이었다. 청년들은 열심히 발버둥치는데도 자꾸만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현실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을 것이다.
‘이생망’ ‘N포세대’라는 수식어도 요즘 청년세대를 설명하기 힘들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은 옛날 얘기가 됐다. 자본주의와 물질을 숭상하는 맘몬주의가 팽배하면서 희망의 사닥다리나 천국으로 이어지는 동아줄은 끊어진 지 오래다. 출발선부터 다른 이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카스트 제도 같은 계급사회에서 살아간다. 과거에는 불합리한 시대를 바꿔보려는 시도라도 있었다. 노력하면 누구나 잘살게 될 것이라는 믿음, 성공하리라는 꿈이 있었다.
더디지만 한 발 한 발 그 변화를 만들어간 주체가 민주화 세력이었다. 군부독재 시절 정권의 부패와 부당함에 맞서 싸우고 목숨까지 던져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다.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며 구국의 강철대오를 다졌던 이들이 50·60세대가 되면서 눈이 어두워 공문서를 못 읽어도 자리만 탐하는 ‘내로남불’ 강철대오, ‘방탄’의 강철대오가 됐다. 정의를 말하고,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던 이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의 부를 축재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어쩌다 대한민국 최대 야당이 이렇게까지 부도덕한 집단으로 추락했을까. 독재정권 아래서 옥고를 치르고 산화한 민주화 선배들이 통탄할 일이다. 가장 정의로운 척하다 자녀 입시 비리로 민낯을 드러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온갖 범죄 혐의 의혹에도 감옥행을 면하기 위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당대표까지 오른 이를 감싸주는 당에 애초 정의나 도덕성을 기대하는 게 무리였다.
전직 당대표가 연루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에 이어 국민의 혈세를 받아가면서도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중 수시로 코인(가상화폐)을 거래한 청년 의원까지 나왔다. 구멍 난 운동화를 신고 매일 라면을 끓여 먹으며 “김남국에게 100만원은 절박함”이라고 손 벌렸던 청년 정치인은 알고 보니 수십억원대 코인 부자였다. 여기에다 관련 업계가 입법 로비를 위해 코인을 무상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희망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 땅의 청년들을 농락했다.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에 참여할 능력이 안 되는 청년들이 ‘인생역전’을 꿈꾸며 몇 년 전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탕진한 게 코인이다. 김남국 의원이 벌어들인 돈은 코인 투자에 실패하고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들의 목숨값이다.
민주화 투사도 아니고 생활인으로 변신해 민주주의 가치를 내팽개친 이들 기득권 수구세력의 공통점은 거짓말과 남 탓이다. ‘검찰의 각본’ ‘야당 탄압’이라며 무조건 부인하다 사실이 드러나면 꼬리 자르기를 한다. 김 의원이 엊그제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했지만 이렇게 끝낼 일이 아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전말을 밝히고 죄를 물어야 한다.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의 게임 특보단장으로 일했던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번에 문제가 된 P2E(Play to Earn) 게임업체의 국회 로비설과 이익공동체 가능성을 제기하며 국회의원과 보좌관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국민을 보듬고 민생을 살펴야 할 국회의원 자리가 로비 대상이 되고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면 참담한 일이다. 여의도에 입성해 금배지를 다는 게 영광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개인적 치부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어도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국회의원을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니 보통 사람보다 결코 도덕적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없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권력을 갖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을 말한다.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 원리, 법치주의 등을 그 기본 원리로 한다. 국민 모두가 모든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없어 대의민주주의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 국회의원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행사하는 심부름꾼이자 공복일 뿐이다. 국회의원 300명 자리를 무보수 명예직으로 바꾸자. 국회의원이 받는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 등 200여 가지 특권·특혜를 없앤다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범죄 행위도 줄어들지 않을까.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민주 “진상조사” 큰소리쳤지만… 김남국 협조 없인 불가
- “새총 맛좀 봐라”…납치 당하는 여동생 구한 13세 오빠
- 축구대표 손준호, 中공안에 구금…승부조작 영향 관측
- “7월 사흘 빼고 비?”…쫙 퍼진 날씨예보, 기상청 답변은
- “스승의날에 ‘인간꽃’ 만들어 등원시키지 마세요” [사연뉴스]
- 최강욱은 알았나…“김남국 ‘짤짤이’는 ‘코인’ 말한 것”
- 의식 잃은 3세, 덜덜 떨던 아빠…출근길 경찰이 구했다
- 예비 며느리 임신중절 관철하더니…파혼 통보한 시댁
- “강사 무릎 꿇리고 동영상까지 촬영”…학부모 갑질논란
- 전기·가스요금 내일부터 오른다…월 3천~4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