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손봉호 (21) 기윤실 출범… 그리스도인의 정직한 삶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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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국의 대학들은 반 정부시위로 날을 샜다.
그런 상황에서 정의감이 예민한 복음주의 교회 소속 학생들의 처지가 난처해졌다.
기윤실이 이 모든 운동을 다 수행할 수 없으므로 그들을 분가시켜서 좋은교사운동, 기독변호사 모임(CLF), 교회개혁운동, 성서한국 등이 태동했다.
35년 이상 정직 운동을 했지만 한국교회가 그때보다 더 정직해졌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사회로부터 더 큰 질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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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가 먼저 바로 서야 한다고 각성
정직 절제 강조, 대사회 운동으로 확장
1980년대 한국의 대학들은 반 정부시위로 날을 샜다. 그런 상황에서 정의감이 예민한 복음주의 교회 소속 학생들의 처지가 난처해졌다. 시위에 참여해야 하겠는데 대부분 교회가 찬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독 학생 동아리 지도교수들의 입장은 더더욱 난처했다. 서울대 교수 성경공부 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이 문제를 두고 고심하던 끝에 윤리실천 운동을 시작하자고 결의했다. 정부와 사회 불의에 대해서 비판하려면 비판하는 쪽이 도덕적으로 좀 떳떳해야 하는데 한국 기독교가 그만한 권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비판하기 전에 우리부터 먼저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선 취지문을 초안해서 기독 교수들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여러 번 수정하고 장기려, 이세중, 이만열, 김인수 등 도덕적으로 큰 흠이 없는 교계 평신도 지도자들의 동참을 받아 1987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을 출범시켰다. 정직과 절제를 특별히 강조했고, 많은 성도들이 호응해서 한때는 전국에 10여개 지부가 조직되어 활동했다.
정직 외에도 작은 차 타기, 자원과 에너지 절약, 정직 납세, 투명경영 등 개인의 윤리적 삶을 독려했지만 동시에 음란 폭력물 퇴치, 공명선거 운동 등 대사회 운동도 같이 벌였다. 진보 쪽 교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사회문제에 깊이 간여했고 민주화에도 공헌했지만, 복음주의 쪽 NGO는 기윤실이 처음이었다.
한 번 만들어지니 교계 젊은이들이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기독교 운동을 제안했다. 교육계를 정화하자는 기독교사모임, 법조계의 기독교 문화를 위한 법률가 모임, 교회 부정을 고치자는 교회개혁모임 등이 조직되었다. 기윤실이 이 모든 운동을 다 수행할 수 없으므로 그들을 분가시켜서 좋은교사운동, 기독변호사 모임(CLF), 교회개혁운동, 성서한국 등이 태동했다. 지금도 이들은 서로 교류하면서 여러 행사를 같이 하고 있다.
나는 처음 얼마 동안 실무책임자란 이름으로 기윤실을 이끌다가 고 김인수 교수와 같이 공동대표로 섬겼다. 1999년에 우리는 운동의 책임을 다음세대에게 넘기기로 하고 물러나서 지금은 자문에만 응할 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최근 한 모임에서 나는 “기윤실 운동은 실패했다”고 했다. 35년 이상 정직 운동을 했지만 한국교회가 그때보다 더 정직해졌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사회로부터 더 큰 질책을 받고 있다. 기윤실 활동의 부족보다도 개인과 집단이 정직하게 되는 것이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기윤실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런 입장을 ‘선지자적 비관주의’라고 부른다.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등 선지자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회개하지 않을 것을 알았으면서도 열심히 회개를 외쳤다. 기윤실 운동은 실패했고 성공할 가능성도 크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하는 것이 의무라는 것이다.
정리=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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