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가짜 뉴스 판별법

2023. 5. 1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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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맞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들은 각자 조금씩 자신만의 진실을 가지고 있기에 어느 한 사람이 절대로 옳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들은 사람을 적과 아군으로 분류해 적의 말을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부른다.

그러고 보니 '가짜 뉴스'라는 말을 대유행시킨 사람이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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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맞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들은 각자 조금씩 자신만의 진실을 가지고 있기에 어느 한 사람이 절대로 옳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시어머니의 입장과 며느리의 입장은 상반되니 애당초 화해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니다.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가지고 상대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귀를 기울이자는 의미이다.

이러한 사회적 소통의 원리를 모르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애초에 전혀 공감 능력이 없는 사이코패스의 경우 자기 말만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는다. 자기와 입장이 같은 사람과만 소통하기 때문에 닫힌 정보 소통의 방식과 문법 체계를 가지기 마련이다. 이들은 사람을 적과 아군으로 분류해 적의 말을 ‘가짜 뉴스’(fake news)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기 집단 내에서 통용되는 주장은 틀림없는 진실이라고 믿는다. 만일 그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들이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17년 1월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다. 백악관 대변인은 취임식 때 모인 인파가 역대 최대였다고 누가 봐도 명백한 거짓을 말했다. 기자가 왜 첫 브리핑부터 거짓말을 했느냐고 질문하자, 백악관 선임고문은 자신은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을 말했을 뿐이라고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대답했다.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상대의 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짜 뉴스로 치부해 버리고, 내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아도 대안적 사실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그러고 보니 ‘가짜 뉴스’라는 말을 대유행시킨 사람이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트위터를 통해 자기 생각과 정책을 남발했고 CNN을 비롯한 유수 언론사를 가짜 뉴스의 온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가면을 사용해 응원전을 펼쳤다. 한 매체가 ‘북한 응원단이 김일성 가면을 썼다’고 보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많은 논란과 팩트체크 끝에 그 보도는 오보였음이 밝혀졌다. 그 후 한 정치인이 논평을 냈는데 “우리 국민과 언론이 보기에 김일성 가면으로 인식하면 김일성 가면인 것”이라고 했다. 그때 나는 깜짝 놀랐는데 지금은 이런 일이 하도 많아서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인공지능 대화형 챗봇인 챗GPT의 위험성도 바로 여기 있다. 챗GPT는 사람들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대답을 생성한다. 문제는 사람들의 언어 속에 가짜 뉴스와 대안적 사실이 상당히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챗GPT가 반복적으로 작업을 수행할수록 거짓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있는 구조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나니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법이 저절로 떠오른다. 바로 상대의 주장을 가짜 뉴스라고 매도하는 사람이 가짜 뉴스를 만들고 유통하는 장본인이다!

그럼 가짜 뉴스 퇴치법은 있을까. 거의 없다. 레거시 미디어와 SNS 알고리즘, 인공지능, 정치권 인사들과 분노하는 대중이 힘을 합해 가짜 뉴스와 대안적 사실을 생산하는데 이 흐름에 맞서는 것은 어렵다.

오직 기도할 뿐이다. 제 말이 진실에 부합하는 속이 꽉 들어찬 말이 되게 하소서. 긍휼한 마음으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제 입술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께 열납되기 원합니다. 도도한 탁류에 맑은 물 한 바가지를 흘려보내렵니다.

장동민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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