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희망의 교회로] 평일엔 공연장, 주일엔 예배당… 문화선교의 경계 허물다

유경진 2023. 5. 1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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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땅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⑤ 푸른나무교회
푸른나무교회 성도들이 지난 7일 공동체 주일을 맞아 서울 강남구 광야아트센터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 공간은 평일에는 소극장으로 쓰이다가 주일에는 예배처소가 된다. 푸른나무교회 제공


‘서울 강남구 청담동’ 주소만 들었을 때는 서울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이자, 높은 건물들로 빼곡한 도시 중심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문화로 복음을 전하는 푸른나무교회(곽수광 목사)가 있다. 외부에서 보면 일반 빌딩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더 북, 성경이 된 사람들’ 포스터가 방문객을 반긴다. 평일에는 260석의 규모의 소극장 ‘광야아트센터’로 쓰이는 이곳은 주일이 되면 교회 예배 처소로 탈바꿈한다.

공연과 CCM 등 문화로 복음과 희망을 전하는 푸른나무교회는 일반 성도뿐만 아니라 문화 사역자들에게는 쉼터와 기회의 장이 되는 곳이다.

지난 10일 방문한 푸른나무교회는 평일 공연 일정이 있는 관계로 극장에는 무대 설치와 소품이 자리잡고 있었다. 곽수광 목사는 “문화는 한국교회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시작부터 함께였다”면서 “문화 사역은 선택적인 요소가 아니라 이미 교회가 하는 모든 사역은 큰 그림으로 봤을 때 문화 사역에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문화 사역, 한국교회에 스며들다

핵심은 문화사역을 교회가 인지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곽 목사는 “모든 종교의 마지막은 문화적 표현으로 완성되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문화 사역을 결심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상과 교회를 연결하는 징검다리는 결국 문화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복음의 본질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도구도 바로 문화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가 광야아트센터를 설립한 이유도 기독교적 문화 토양을 다지기 위함이다. 곽 목사는 “특정 문화에서 자라는 사람들은 그 문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다져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는 기독교 문화 기반을 잘 다져야 하지만 여전히 문화 장벽은 한국교회가 극복하지 못한 과제”라고 평가했다. 한국교회가 그동안 문화를 개교회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만 이용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문화 사역에 대한 근시안적 접근에서 비롯된 결과다.

경계 허문 문화 사역의 장을 만들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가 꺼지는 걸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발생했다. 곽 목사는 어려움에 처한 찬양 사역자들을 위해 문화 나눔 모임을 만들었다. 이것이 ‘프레이즈 개더링’의 시작이었다.

곽 목사는 2021년 4월 몇몇 사역자들을 모아 작은 콘서트를 열었다. 온라인으로도 송출된 콘서트는 2~3만여 명의 시청자를 기록했다. 경계가 없는 온라인 사역의 특징을 백분 살린 아이디어였다. 이후 부활절 칸타타, 아티스트 코스타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하지만 모든 길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곽 목사는 “여전히 한국교회 내 문화 사역을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은 30년전과 같다”면서 “목회자들이 문화 사역자들을 제대로 대우해주고 사역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어려움 극복의 시작”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문화 선교는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한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며 “프레이즈개더링이 다시금 문화사역의 부흥을 알리고 세상과 교회를 연결하는 구심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군 선교, 문화선교에 답이 있다

푸른나무교회는 문화선교의 새로운 장을 개척 중이다. 교회는 수년째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전도 집회를 인도하고 있다. 곽 목사는 군대를 ‘전도의 황금어장’이라고 정의했다. 코로나19 전까지 제일 열심을 쏟았던 사역도 20대 육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논산 전도 집회였다. 군대만큼 효율적이고 열매가 많이 맺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곽 목사가 군 선교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우연한 기회에서다. 10년 전 훈련소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가 장병들이 손을 들고 실로암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감동한 것이다. 예수 믿겠다고 뜨겁게 찬양하는 장병들에게 열정을 쏟아붓겠다고 결단한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곽 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5주에 한 번씩 훈련소를 찾는다. 오는 21일에도 코로나19 이후 첫 전도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전도 목표는 1년에 5000명, 10년에 5만명 장병들이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는 “캠퍼스 선교가 점차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곳이 사라졌다”면서 “많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전도할 수 있는 곳은 군대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군대는 문화선교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황금어장 같은 곳”이라면서 “1년에 군 입소 장병이 12~15만여 명이다. 장병들 눈높이에 맞는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 복음을 전하면 이보다 효과적인 전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곽 목사는 미래의 문화 사역에 관해서도 전망했다. “앞으로 문화 사역을 하려면 각개전투는 살아남기 어려워질 겁니다. 같은 분야나 선교적 비전을 공유하는 선교 공동체들이 만들어져야 하고 그들이 모여 살 수 있는 공간이 형성돼야 합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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