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야? 전도지야?… 중앙일간지 지면 도배한 신천지
미디어를 등에 업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교주 이만희)의 무차별적 포교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 기존의 전단 포교에서 지방신문 광고면 등을 거쳐 최근에는 중앙일간지 주요 지면까지 점령한 모양새다. 오프라인상에서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공격적인 포교로 수많은 이들이 ‘교묘한 미혹’에 노출된 상황이다. 하지만 주류 언론들의 마구잡이식 광고와 기성교회의 미온적 태도로 이단·사이비 단체들이 더 활개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전국 종합일간지인 A신문 섹션에는 ‘서울 부산 대전 인천 말씀대성회’ 기사가 게재됐다. 2개면을 연결한 기사는 사실 기사를 가장한 광고성 기사다. 지면 상단에 ‘참 진리가 무엇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목회자 신도 등 1만4000여명 현장 찾아’라는 제목으로 대형 집회 사진과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 내용이 실렸다. 신천지 교주 이만희의 얼굴이 종합일간지에 등장한 건 이례적이다. 우측 하단에는 “우리가 전하는 말씀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제목으로 교주 이만희가 진행한 기자간담회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 같은 신천지의 지면 공세가 기존과 달랐던 점은 교주 이만희의 등장과 더불어 일선 정통교회 관계자들(목회자 및 중직자)의 반응이 인터뷰 형식으로 게재됐다는 점이다. 음지에서 은밀하게 포교하던 방식과 달리 전국에 뿌려지는 일간지를 통해 기존 정통교회 성도를 타깃으로 한 포교 전략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점이다.
신현우(25)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4년 전 학교 앞에서도 중앙일간지가 섹션에 쓴 신천지 기사를 무료로 받았다”며 “겉보기엔 여느 신문 같았는데, 펼쳐보니 면 전체가 신천지 기사였다. 신천지가 신문을 사칭해 만든 전도지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신천지의 언론사 광고는 매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요 종합일간지에 ‘천국 비밀 비유와 실상 증거’라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수시로 내기도 했다. 종합일간지의 전면광고 금액은 회당 1억~2억원에 달한다. 지역신문사에는 신천지 봉사활동, 헌혈, 세미나 등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기사화하고 있다. 아울러 자신들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포장한 온라인 기사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단 전문가인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공익을 추구해야 할 언론에 이단·사이비 종교를 광고해주는 기사가 실리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최근에는 광고인지 기사인지 모를 정도로 영악하게 광고 기사를 싣는다. 매스컴에 올랐다는 사실을 통해 대내적인 결속감을 제고하고 광고 기사를 포교 수단으로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인식됐던 부정적 이미지를 세탁하고 포교를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 언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언론 역시 광고를 해주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버젓이 신천지 광고 기사를 내고 있다. 일종의 ‘윈윈’ 관계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공생 관계를 통한 언론의 자율성 상실 및 사회문제 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소장은 “그동안 언론들은 반사회적인 이단 문제가 불거지면 이슈에 편승해 비판을 하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광고비를 계속 받게 되면 자칫 이단·사이비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신력 있는 언론의 이단 광고 기사는 이단에 대한 긴장감을 낮출 수 있다. 결국 가출 자퇴 이혼 등 이단 문제로 인한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고 경고했다.
신천지의 포교 공세는 다음세대인 청년으로도 쏠리고 있다. 포교 방식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이른바 ‘하이브리드’다. 오프라인에서는 젊은 신도를 앞세워 친근하면서도 당당하게 다가온다. 일례로 한 역사 앞에서 신천지 여성 신도들이 전도지와 음식을 나눠주는 등 노골적으로 포교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유튜브와 줌(Zoom) 등도 포교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유튜브 연애특강이나 자기계발 세미나를 통해 청년을 미혹하고 있고, 때때로 창세기와 계시록 스토리 강좌 및 한자 강좌 등으로 접근한다. 진 소장은 “신천지는 청년 포교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한다”면서 “청년들이 그 수법에 넘어가지 않도록 이단 관련 교리와 포교 방식을 정확히 알려주는 게 교계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최경식 이현성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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