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울증에 시달리는 초·중·고 교사들

2023. 5. 1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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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초·중·고 교사 40%가 우울증을 앓고 있고, 고3 담임은 무려 60%나 우울증을 호소한다는 6년 전 조사가 기억난다. 최근에는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력으로는 의대에 가도 손색없이 뛰어난 제자들이 교육계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고, 휴직했거나 교단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스승의 날(15일)을 맞은 시점에 ‘현직 의사가 밝힌 소아과 폐과 이유 셋’이라는 언론 보도를 접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그 글을 보니 첫째 이유는 다른 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이었다. “직장인 연봉과 비교하면 여전히 잘 벌지만 비슷한 그룹인 타과 의사들과 비교하면 소아과를 선택한 내가 죄인일 정도로 회의감이 많이 든다.” 그래도 의사들은 타과로 분야를 변경하면 그만이겠지만 교육계에서 일하는 제자들은 달리 선택지가 없다. 교직에는 근무 조건이나 소득이 더 나은 ‘타과’란 대안이 없어서 맘대로 바꿀 수도 없다.

「 교직이 천한 직업 되면 미래 암울
교사에 분노 배출하는 학부모들
‘교원 예우규정’ 현실 맞게 고쳐야

[일러스트=김회룡]

교직은 소아과 의사와 비교할 수 없이 소득이 낮지만 자기가 선택한 길이기에 교직에서 어떻게든 보람을 찾으려 하고, 자긍심을 가지려 자신을 다독인다. 물론 끝내 버티기 어려워 늦었지만, 의대로 재진학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고 일부는 유학을 떠나는 제자도 늘고 있다.

지금 일선 교사들은 교직을 천직(天職)이 아니라 ‘천직(賤職)’으로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교육의 미래만 어두운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해질 것이다. 국가는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3조(교원 보수의 우대) 제1항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원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권리도 찾지 못하고, 권리 위에서 잠자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다. 당사자인 교원들이 국가의 직무유기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이라도 제기해야 할 상황이다. 폐과하는 소아과 의사 수준으로라도 교사 보수 수준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한민국 교육과 국가의 미래를 살리기 위함이다.

소아과를 폐과하는 둘째 이유로 소아 진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4~5살 아이들은 힘도 세다. 애들은 죄가 없지만, 내 체력은 어쩔 수 없이 닳는다. 똑같은 4분 진료여도 성인 15명보다 소아 15명이 훨씬 더 힘들다.” 유치원과 초등 교사들은 종합병원 소아과 의사가 사흘간 진료하는 것과 달리 주 5일 내내 점심시간도 없이 이런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래도 그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산다.

자기 아이 하나 기르는 것도 힘들어 하면서 사회와 학부모는 교직이 꽃길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학생과 가르침에 대한 사랑으로 교직을 택한 것이 죄는 아니지 않은가. 스승에 대한 존중은 한국사회의 오랜 전통이다. 북유럽 등에선 아직 살아 있다는 스승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우리도 되살려야 한다. 교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들과 사회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다.

셋째 이유로 아이 보호자의 태도를 들었다. “내 새끼 귀한 건 맞지만 그릇된 부성애와 모성애가 자주 나타난다. 이상한 타이밍에 급발진하는 부모들을 다독이고 나면 다음 아이를 진료할 때 힘이 빠진다.” 교육계에 몸담은 많은 일선 제자들이 교직을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로 학부모를 꼽는다.

삶의 좌절과 분노를 학교 교사에게 배출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자녀 말만 믿고 교사에게 전화해 따지고 폭언하는 학부모, 일방적 민원과 소송을 끝없이 제기하는 극단적인 학부모 한두 명이 열정적인 선생님을 좌절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는 ‘교원 예우에 관한 규정’ 제7조를 통해 교원을 대상으로 한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법과 사뭇 다르다. 학부모의 작은 민원 하나에도 부질없이 무너지고,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조차 아동학대로 몰리고 있다. 국가는 교원 예우에 관한 규정의 제도적 미비점을 점검해 보완하고, 교육 활동 중에 발생한 아동학대 고소 건은 별도의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교사가 교육을 포기하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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