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호의 사이언스&] 메탄 비 내리고 영하 100도 극한 환경, 그곳에도 생명체 있을까
“지극히 현명하시다는 창조주께서 모든 동물과 식물을 이렇게 보잘것없는 지구를 골라서 거기에만 배치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 저 거대한 목성과 토성이 그저 밤하늘에서 반짝거리기만 한다니 도저히 그럴 수는 없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을 발견한 17세기 네덜란드의 수학자·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크리스티안 하위언스(1629~1695)가 남긴 말이다.
우주 속 생명체 찾기는 인류의 오래된 꿈이다. 2021년 12월 발사된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도전장을 냈다. 태양계 밖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해 생명체의 흔적을 찾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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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꿈 ‘외계 생명체’ 찾기
태양계 주요 위성 탐사 본격화
목성·토성의 얼음위성이 1순위
얼음 밑 바닷물에 존재할 수도
」
반면 그 이전부터 과학자들은 지구 밖 생명체를 주목했다. 17세기에 망원경을 발명하며 우주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때부터다. 우선 그 첫걸음은 태양계 안에서 시작했다. 지구 바로 옆 행성인 화성에서부터 목성과 토성이 거느린 수많은 위성까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 ‘주스’
지난달 14일 오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우주기지에서 아리안5 로켓이 불을 뿜었다. 아리안5 2단의 꼭대기엔 ‘주스’(JUICE)라는 이름의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이 실렸다. 주스는 이날 발사 27분 뒤 1500㎞ 상공에서 분리돼 목성을 향한 8년, 7억7800만㎞의 긴 항해를 시작했다. 주스는 ‘Jupiter Icy Moons Explorer’의 줄임말이다. 오는 2031년 목성에 도착해 3년 반 동안 목성 궤도를 돌 예정이다. 목성의 얼음위성, 즉 가니메데·칼리스토·유로파, 이렇게 세 위성을 탐사하는 게 목적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내년 10월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유로파를 탐사할 유로파 클리퍼를 발사한다. 이 탐사선은 2030년 목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NASA는 또 2027년에 토성의 가장 큰 위성 타이탄을 탐사할 무인 드론 탐사선 드래곤플라이를 보낼 계획이다. 드론처럼 8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하고, 타이탄 표면을 낮게 날아다니며 타이탄의 대기를 분석한다.
유로파 얼음표층 뚫은 물기둥
태양계 내 주요 행성의 위성에 대한 탐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에도 갈릴레오와 주노·카시니 등 NASA 행성 탐사선이 목성과 토성의 위성들을 함께 돌아봤다. 특히 카시니는 앞쪽에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착륙 임무를 가진 유럽우주국(ESA)의 하위언스를 달고 있었다. 17세기 타이탄을 처음 발견했던 천문학자 크리스티안 하위언스의 이름을 딴 이 탐사선은 2005년 1월 카시니에서 분리돼 타이탄 남위 10도, 서경 192도의 평지에 착륙했다. 임무 기간은 단 90분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기분석과 함께 진흙으로 이뤄진 착륙 장소의 온도(-177도)와 기압(1467.6 밀리바), 습도(50%) 등의 정보와 착륙장소 주변 사진 등을 보낸 뒤 통신두절됐다.
반면 주스나 드래곤플라이는 처음부터 위성 탐사가 주요 목적이다. 17세기 천문학자 하위언스의 말처럼 ‘물과 생명의 실마리 찾기’다. ESA의 주스가 탐사할 가니메데·칼리스토·유로파 세 곳은 ‘얼음’이 존재하는 목성의 위성들이다.
이중 가장 주목받는 위성은 유로파다. 유로파는 지름이 3121.6㎞로, 지구의 달보다 조금 작다. 20~30㎞ 두께의 얼음이 지각처럼 표면을 덮고 있으며, 지구 밖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큰 곳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는 100㎞가 넘는 깊이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12월 유로파 표면에서 분출하는 물기둥이 발견됐다. 유로파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는 다양한 관측 장비를 탑재한 채 40차례 이상 유로파 주위를 지나가며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특히 얼음 지층을 뚫고 분출되는 물기둥을 채집해 성분을 파악한다는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가니메데도 얼음 지표면 아래 바다를 숨기고 있는 얼음 위성이다. 지름 5262㎞로,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이다. 행성의 막내인 수성보다 크고, 태양계 위성 중 유일하게 자체 자기장까지 가졌다. 태양계에서 세 번째 큰 위성인 칼리스토는 지름 4821㎞로, 수성 크기의 99%에 달한다. 암석과 얼음이 거의 같은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 NASA의 목성탐사선 갈릴레오(1989~2003년)는 칼리스토에 깊이 100㎞가 넘는 지하수가 존재할 가능성을 밝혀내기도 했다.
가니메데·칼리스토·유로파 모두를 탐사하는 ESA 주스에는 두꺼운 얼음층을 투과하는 레이더와 중력장 측정 장치, 레이저 고도계, 광학 카메라 등 원격 감지와 지형 관측을 위한 10개 탐사 장비가 실려 있다. 세 얼음위성의 지각 아래에 실제로 큰 바다와 생명체가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물은 생명체를 존재하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목성의 위성들은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있고 그 아래 소금물 바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엔 산소 필수는 지구적 시각”
NASA의 드래곤플라이가 탐사할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지름 5151㎞)은 태양계 위성 중 유일하게 짙은 대기를 가지고 있다. 대기는 질소(98.4%)로 구성돼 있다. 하늘에선 메탄 비가 내리고, 땅에선 메탄 강과 바다가 출렁인다. 대기가 있고, 비가 내리는 곳이라니 지구처럼 따뜻한 세상일 것 같지만, 실은 메탄이 기화하는 ‘끓는점’(섭씨 영하 -161.5도)을 생각하면 영하 100도 이하의 극한 세상이다. 그런데도 타이탄에 생명체가 살아갈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물(H2O)이 구름과 비가 되어 내리고 그 속의 생명은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는 건 지구적 시각일 뿐”이라며 “영하 100도 이하에서 메탄이 비가 되어 내리고 바다를 이루는 순환환경에 맞춰 살아가는 생명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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