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의 이코노믹스] 중국이 상품 대금으로 달러 대신 위안화 내밀 수도

2023. 5. 16.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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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제자리 지킬 수 있을까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장기적으로 볼 때 세계 경제에서 미국 비중이 줄어들고 달러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그림 참조). 앞으로의 5년도 이런 추세가 지속할 확률이 높다. 미국은 세계 소비자 역할을 하면서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 특히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미국의 소비자와 중국의 생산자가 조화를 이루면서 세계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2001~2022년 중국의 대미 누적 무역수지 흑자가 6조 2000억 달러였다. 그만큼 중국 생산자가 저임금을 바탕으로 상품을 생산해 미국 소비자에게 공급한 것이다.

「 금리 인상으로 뛰었던 달러가치
최근엔 작년보다 10%이상 빠져

경제 침체와 미국 위상 약화 등
달러가치 끌어내릴 요인 곳곳에

대외정책 균형잡고 금 비중 확대
수출시장·투자지역 다변화해야

미국 소비자와 중국 생산자의 ‘조화’

이코노믹스

중국은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 일부로 미 국채를 사들였는데, 2001년 말 786억 달러였던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이 2013년 말에는 1조2700억 달러에 이르렀다. 그 이후 중국은 미국 국채를 서서히 팔고 있는데, 올해 2월 현재 8488억 달러로 줄었다.

중국은 WTO에 가입한 이후 수출 중심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2001~2022년 중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8.4%로 세계 평균 성장률(3.5%)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같은 기간 미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9%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3.9%에서 2022년 18.1%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비중은 31.3%에서 25.4%로 줄었다. 이 기간 미국 비중이 줄어든 것보다 중국 비중이 더 늘어난 이유는 일본 비중이 12.9%에서 4.2%로 급감한 데 있다.

중국은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사주면서 미국의 금리안정과 더불어 금융시장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2001년 말 16조4500억 달러였던 미국의 주식 시가총액이 2021년 말에는 80조600억 달러(2022년 말에는 64조5200억 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에 명목 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도 154%에서 역사상 최고치인 329%로 급증했다.

미국 대내외 불균형으로 달러 하락

그러나 미국이 세계 경제의 소비자 역할을 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은 확대되었다. 2001년 GDP의 304%였던 민간과 정부 부채가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 2분기에는 415%까지 올라갔다. 2022년에는 358%로 낮아졌지만, 아직도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GDP 대비 연방정부 부채가 2001년 54.5%에서 2020년에는 131.8%(2022년에는 123.4%)로 급증했다. 여기에다 2008년과 2020년 경기 침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모든 자산 가격에 거품이 발생했다가 붕괴하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또한 미국 정부 지출과 가계 소비 증가로 수입이 크게 늘면서 대외 불균형도 커지고 있다. 2001~22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무려 11조8600억 달러에 이르렀다. 경상수지 적자는 외국인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로 메꿨다. 그러나 그사이 미국의 대외순부채(대외자산과 대외부채 차이)가 2001년 2조2945억 달러에서 2022년 16조1200억 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순부채가 21.7%에서 63.3%(2021년 77.7%로 사상 최고치)로 크게 늘었다.

이런 대내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달러 가치가 장기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통화에 대한 달러지수가 2000년 115.5(연평균)에서 2011년에는 76.1까지 떨어졌다. 그 이후 미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확대와 더불어 달러 가치가 회복되면서 2021년 92.8까지 올라갔다. 특히 지난해엔 연평균 달러지수가 104.0으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달러 가치가 급등한 이유는 우선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2022년 2월 0.00~0.25%였던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12월에는 4.25~4.50%(올해 5월에는 5.00~5.25%)로 인상했다. 돈이라는 게 눈이 있어서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금리 인상으로 미국으로 돈이 몰려들 것으로 기대되면서 달러 가치가 올랐다. 여기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기축 통화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 ‘킹 달러’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14까지 상승했던 달러지수가 최근에는 101 안팎에서 움직이면서 10% 이상 떨어졌다. 외환시장은 미국 경제가 5% 안팎의 금리에서 견딜 수 없고, 조만간 침체에 빠지고, 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경제가 소비 중심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GDP의 71%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줄어들 수 있는데, 그 원인을 네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면서 가계의 실질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둘째, 지난해 가계 저축률이 3.7%로 금융위기 직전 해였던 2007년(3.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계가 저축한 돈을 많이 써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지출할 여력이 줄었다는 의미다. 셋째, 주가와 집값 하락으로 미국 가계의 부(富)가 줄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의 시차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달러 하락 부메랑 된 ‘달러 무기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할 요인이 더 많다. 첫째, 대내외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이 축소될 전망이다. IMF는 미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25.4%에서 2028년엔 24.0%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 비중은 18.1%에서 20.4%로 증가할 전망이다. 앞으로 5년, 세계 GDP에서 미국 비중 축소는 달러 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둘째, 미국 소비자와 중국 생산자 역할이 축소되고 미국으로 자금 유입도 줄어들 전망이다. 2001년 미국 연방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외국인이 17.5% 보유했으나, 2014년에는 그 비중이 34.0%로 증가했다. 그러나 그 이후 중국 중심으로 상품 생산국들이 미 국채를 매각하면서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 비중이 2022년엔 23.3%로 낮아졌다. 중국은 더 줄일 전망이다.

셋째, IMF에 따르면 2000년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이 71.1%였으나 2022년엔 58.4%로 줄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미 국채를 줄이고 금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2000년 343톤에서 2022년에는 2299톤으로 급증했다. 중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도 같은 기간 395톤에서 2011톤으로 늘었으나, 외환보유액(3조1277억 달러)의 3.5%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참고로 독일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중 금 비중은 2022년 66.5%로 중국보다 훨씬 높다. 이탈리아(63.6%), 프랑스(58.6%)도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다.

넷째, 세계 통화질서의 변화도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달러화를 무기화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시스템에서 북한과 이란에 이어 러시아를 탈퇴시켰다. 또한 미국은 달러 자산으로 표시된 러시아의 외환보유액도 동결했다. 그래서 이들 국가는 중국과 더불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무역 거래에서 대부분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했다. 중국은 브라질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원자재와 원유를 수입하면서 달러 대신 위안화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달러가치 장기 하락에 대비해야

미국 경제에 누적되어온 대내외 불균형 문제와 글로벌 경제 질서의 변화를 보면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달러 가치도 장기적으로 더 하락할 전망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 경제 주체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선 정부는 대외 정책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과 일본 비중은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도 더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수출 가운데 중국(22.8%)과 아세안(18.3%) 비중이 미국(16.1%)과 일본(4.7%)보다 높다. 이것이 세계 경제의 흐름이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달러 가치 하락과 금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추세일 수 있다. 기업은 수출 시장 다변화와 외환 거래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머지않아 중국이 우리나라 상품을 수입해가면서 달러 대신 위안을 줄 날이 올 것이다. 개인의 자산 운용에 있어서 미국 비중은 줄여야 한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미국 주가보다 한국 주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올랐다.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 역시 미국 비중을 줄이고 다른 시장 비중을 늘려야 더 높은 투자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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