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감동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다
세상의 왕이나 여왕 중에서 스코틀랜드의 메리 스튜어트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사람도 드물다. 그녀는 공주와 왕비, 여왕이라는, 당시 여자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화를 누리다가 한순간에 몰락해 참수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비운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의 삶을 그렸다. 도니제티는 ‘마리아 스투아르다’ 외에 헨리 8세의 왕비였던 앤 불린의 삶을 그린 ‘안나 볼레나’와 엘리자베스 1세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로베르토 데브뢰’라는 오페라도 작곡했는데, 이 세 개를 한데 묶어 ‘퀸 3부작’이라고 부른다.
실존 인물의 삶을 그린 오페라지만 그 내용이 완전히 실제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작품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종종 현실을 왜곡·과장하기도 하는데, ‘마리아 스투아르다’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메리 스튜어트는 잉글랜드에서 무려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했지만 엘리자베스 여왕을 만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도니제티는 오페라에서 두 사람을 직접 만나게 한다. 어디 그뿐인가. 두 여자가 서로를 비난하며 불꽃 튀는 설전을 벌이게 한다. 실제로는 고양이 앞에 쥐와 같은 신세였던 메리가 오페라에서는 당당하게 엘리자베스와 맞서는데, 이런 대결 구도를 만들어야 독창과 중창, 합창이 어우러지는 멋진 장면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는 주인공이 부르는 아리아가 아닐까 싶다. 이때 주인공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면 더욱 감동적일 것이다. 그 ‘감동’을 위해 오페라에서는 종종 진실을 왜곡하기도 하는데, ‘마리아 스투아르다’에서는 메리가 남편을 죽인 살인자가 되었다. 살인자라니.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래야 감동적인 아리아 한 곡조 뽑고 죽을 것 아닌가.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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