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김남국 코인 의혹’ 검찰 수사…당내 커지는 ‘이재명 책임론’
“우리 당이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쇄신 의원총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주장이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다들 윤리위 제소가 ‘머스트(must·필수)’라고 얘기했고, 회의 결과의 핵심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이미 지난 8일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해 민주당이 동의만 해주면 곧장 윤리위 징계 절차가 개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부 의원이 “이미 제소가 됐으니 여야 합의로 상정만 하면 된다. 굳이 왜 다시 제소하느냐”고 주장했지만 “동의한다는 표현만으로는 약하다. 우리도 나름대로 제소한다고 발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당 쇄신을 위해 열린 의총이었던 만큼 강한 쇄신 의지를 보여주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4시간20여분가량의 격론 끝에 발표한 900여 자 분량의 결의문에서 그 내용은 빠져 있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지도부가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결의문을 작성하겠다고 했는데 끝내 윤리위 제소 문구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의원은 “나중에 결의문을 보니 사라져서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15일 라디오에서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이어 ‘거액 코인(가상화폐) 투자’에 대응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의문에는 ‘김남국’ 실명이 ‘개별 의원’으로 대체됐고, 김 의원의 자료 제출 거부 시 복당 불가라는 방침도 담기지 않았다. 당내에선 “이 마당에 김 의원을 지키겠다는 건가”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명 책임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사태가 악화하는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부족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 의원 비위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당사자 부인→지도부 늑장 대처→여론 악화→자진 탈당의 수순이 되풀이됐다. 의총에서도 연이은 뒷북 대처에 이 대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비명계 설훈 의원은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재명 “여야 코인 전수조사해야”
비명계인 송갑석 최고위원은 1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면전에 두고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코인 논란 등의 문제를 대하는 우리 태도가 ‘내로남불’과 다르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우리 스스로 혁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당 일각에선 ‘윤리위 제소’ 문구가 결의문에서 빠진 데는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김 의원은 20대 대선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이 대표의 수행실장을 맡은 이 대표의 최측근이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데엔 ‘사법리스크 딜레마’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쌍·대·성(쌍방울·대장동·성남FC)’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해 반발해 온 이 대표가 다른 의원의 비위에 엄정하게 대응하면 ‘이중 잣대’로 비판받기 때문이다. 이 대표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검찰은 15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김 의원 코인 거래와 관련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압수수색했다. ‘돈봉투’ 의혹 때처럼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민주당이 검찰에 끌려가는 모습이 된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통화에서 “아무리 윤리기구를 강화하더라도 잣대가 공정하지 못하면 힘을 잃는다. 이 대표 본인이나 가까운 사람이 희생하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카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선택은 달랐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을 향해 ‘김 의원 코치로 코인에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대해 “(김 대표가)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면 내가 보기에는 김 대표나 그 측근들이 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제안한 대로 여야 의원들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하기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희생’ 대신 화살의 방향을 상대 당으로 돌리는 선택을 한 것이다.
김남국 “상임위 중 코인거래 몇천원 수준”
당 진상조사단에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탈당했던 김 의원은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주로 보는 방송에 나가 무죄를 호소했다.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한 김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중 코인 거래를 한 사실과 관련해 “액수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안다. 너무 소액이어서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몇천원 수준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진행자 김어준씨도 “납득이 잘 안 가는데”라며 석연찮은 반응을 보였다. 코인 투자 의혹이 처음 나온 배경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이 이슈로 덮기 위해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흘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의 거액 코인 보유·투자 의혹을 조사할 당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민주당을 압박했다. TF 단장을 맡은 김성원 의원은 “가난한 척, 선한 척, 깨끗한 척했던 김 의원의 이중성을 파헤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위문희·정용환·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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