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49.5% 득표, 과반 미달…튀르키예 대선 28일 결선
튀르키예의 철권통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과반 득표에 미달하면서 차기 대통령의 향배는 오는 28일 결선투표로 가려지게 됐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49.5%를 득표해 야권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44.9%)를 앞섰다. 군소 후보인 시난 오간 선조연합 후보는 5.2%를 얻었다.
그간 여론 조사상으론 야권 6개 정당 단일 후보인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에르도안을 소폭 앞서는 것으로 나왔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대였다.
대선 1차 투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하자 이스탄불 증시가 급락했다. 보르사 이스탄불 증시는 이날 오전 개장 전 지수가 6.38% 하락하자 거래 중단을 위한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서킷 브레이커는 개장 전 거래가 시작된 오전 9시 55분에 내려졌으며, 오전 10시 30분에 해제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표가 진행 중인 15일 새벽 지지자들 앞에서 “우리가 다수를 얻었고 확실하게 상대방을 따돌렸다”면서도 “2차 선거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회제에서 대통령제로 전환한 2018년 6월 첫 대선 당시엔 53%를 얻어 2위 후보(31%)를 20%포인트 넘게 따돌린 바 있다.
애초 지난 2월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한 강진 영향으로 이번 선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막상 개표 결과를 보면 지진 지역에서 타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진앙지인 카흐라만마라슈와 인근의 가지안테프, 오스마니예, 킬리스, 샨리우르파주에서 모두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두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국 구호대가 활약했던 하타이 지방과 아다나, 메르신주 등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들은 2018년 6월 대선에선 에르도안 대통령이 휩쓸었던 지역인데 민심이 뒤집혔다. 또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이즈미르 등 튀르키예의 3대 대도시가 클르츠다로을루에게 넘어갔단 점도 에르도안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미국 CNN 등은 1차 투표 결과에서 5%대 득표를 한 시난 오간이 일약 ‘킹메이커’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과 클르츠다로을루의 격차가 5% 미만인 만큼 그가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가 최종 승패를 가를 수 있어서다.
오간이 속한 선조연합은 극우 성향을 띄는 정당들이 연합한 만큼 에르도안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여겨지지만, 의회제 회귀 주장 등 일부 정책에선 에르도안 측과 각을 세우고 있다. 또 오간이 강조하고 있는 시리아 불법 이민자 추방정책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도 공약으로 내건 부분이라 접점이 가능하다는 평이다.
정세 분석가인 하칸 아크바스는 로이터통신에 “에르도안 동맹이 야당보다 나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결선투표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2주간 이스탄불 증권거래소의 급등락을 비롯한 많은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개표율 98%)에서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주도하는 연합이 49.5%를 얻어 야당인 CHP 연합(35.0%)을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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