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특별법 표류…경매 ‘시간 벌기’ 언제까지
전세 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현재 피해자 지원 대책으로 사실상 ‘경매 유예’만 작동하고 있다.
특별법 처리가 미뤄지며 경매 대상 주택을 떠안고 있는 영세 금융회사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경매 유예를 전담하는 금융당국의 행정력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자칫 피해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15일로 예정된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 주택 12건의 경매 기일이 모두 연기됐다고 이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부터 금융권과 공동으로 피해 주택에 대한 매각·경매 현황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 중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의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중단 등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15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미추홀 전세 사기 피해 주택 319건의 경매 중 314건이 미뤄졌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20~21일 경매 기일이 도래한 주택 59건 중 55건이 유예됐다. 나머지 4건은 영세 부실채권(NPL) 사업자가 경매를 진행했는데 모두 유찰됐다. 이어 지난달 24~28일 경매 기일이 도래한 104건 중 103건이 연기됐다. 다른 1건은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임차보증금 반환 강제 경매를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들어서는 경매 기일 도래 156건이 모두 연기됐다.
현재까지 통계상 수치를 보면 경매 유예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금융당국과 업권 모두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경매 유예는 금감원 직원이 일일이 해당 주택의 선순위 채권자에게 연락해 ‘협조 요청’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영세 대부업자를 중심으로 경매 유예에 대해 난색을 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금감원 직원들이 설득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초 전세 유예는 구체적인 피해 대책이 나오기 전에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던 만큼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가 살던 집이 경매에서 낙찰되면 피해자는 살던 집을 당장 비워야 한다. 그런 만큼 우선은 경매 절차를 막아 시간을 번 뒤, 그 사이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원책 마련을 위한 입법이 미뤄지고 있다. 여야가 전세 사기 특별법 세부 내용을 놓고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달 27일 내놓은 특별법은 피해자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피해자가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을 경우 금융·세제 지원 등 각종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먼저 보증금 반환 채권을 사들이고 추후 구상권 행사로 비용을 보전하는 ‘선(先)지원·후(後) 구상권 행사’를 주장하고 있다.
여야는 16일 열릴 예정인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쟁점을 다시 논의한 뒤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지만, 입장차가 좁혀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별법 입법 공백이 장기화하면 결국 경매 유예 조치도 힘을 잃게 되고 피해자가 거주지로부터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여야가 각자의 정치적 셈법을 떠나 특별법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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