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속앓이, 오그레디를 어찌할꼬?

배영은 2023. 5. 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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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그레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최근 감독을 교체했다. ‘리빌딩 전문가’로 데려온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고, 퓨처스(2군)팀을 이끌던 최원호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새로 출발한 한화는 선두 SSG 랜더스와의 주말 3연전에서 팽팽한 싸움을 했다. 1승과 1패를 주고받은 뒤 지난 14일 경기에선 연장 접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신임 감독을 맞아들인 뒤 새 출발을 다짐하는 한화의 가장 큰 고민은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31)의 부진이다. 오그레디는 4시간 58분 진행된 연장 12회 혈투 동안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총 여섯 번 타석에 들어서 8회 초 볼넷으로 한 차례 출루한 게 전부다. 특히 연장 12회 초엔 대타 박상언의 안타로 만든 1사 1루에서 루킹 삼진으로 돌아섰다. 2사 후 최재훈과 김인환의 연속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면, 한화는 득점하지 못할 뻔했다.

오그레디는 올 시즌 연봉 90만 달러(약 12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한화에 왔다. 일본 프로야구(세이부 라이언스) 출신이라 한국 야구에도 금세 적응할 거라 여겼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15일까지 9경기에 나서 타율 0.125(72타수 9안타), 8타점에 그치고 있다. 개막 후 34경기를 치르는 동안 홈런은 하나도 치지 못했다.

한화가 지난 겨울 큰돈(4년 총액 90억원)을 들여 FA 채은성을 영입했지만, 오그레디가 타선의 흐름을 끊으니 그 효과도 100% 살리지 못했다.

지난 12일 SSG전에서 승리한 뒤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는 한화 최원호 신임 감독. [뉴시스]

선두 SSG의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비교하면 기록은 더 처참하다. 오그레디의 OPS(출루율+장타율)는 0.346으로 에레디아의 출루율(0.427)에도 못 미친다. 에레디아는 한화가 3-2로 앞선 12회 말 공격에서 천금 같은 동점 홈런을 터트려 팀을 구해냈다. 에레디아가 신나게 그라운드를 도는 동안 오그레디는 더그아웃에서 쓴 입맛을 다셔야 했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팀이 상위권으로 도약하려면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절실하다. 그런데 올해도 시즌 초부터 ‘대흉작’을 예고하고 있다. 연봉 100만 달러에 계약한 투수 버치 스미스는 부상 탓에 한 경기만 던지고 일찌감치 짐을 쌌다.

외야수 오그레디는 개막 직후부터 헛스윙만 연발하다 지난달 2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18일간 2군에 머물다 지난 11일 돌아왔지만, 여전히 감을 못 찾고 있다. 복귀 다음 날인 12일 2루타를 때려내자 최원호 감독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고맙다”고 했을 정도다.

한화 팬들은 올해도 팀이 하위권에 머무는 데다 수베로 감독이 갑자기 물러나자 격앙된 상태다. 팬들은 “감독 교체를 발표한 시점과 시기는 물론 교체 방식도 기존 감독과 새 감독 모두에게 적절하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베로 감독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리빌딩하자고 계약한 감독을 성적 때문에 내보내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가 없던 15일엔 일부 팬이 언론사에 이메일을 보내 “항의 표현을 하기 위해 트럭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팬들이 분노하는 것은 한화가 최근 수년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해마다 외국인 선수 계약에서 헛다리를 짚은 프런트도 성적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최 감독은 “오그레디는 2군에 왔을 때도 밸런스가 썩 좋지 않았다. 훈련 때 좋다가도 정작 경기에서는 제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며 “오그레디의 부진에 대해선 (손혁) 단장님도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고 털어놨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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