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 돌린 번역물도 창작물인가…문학에 불어닥친 AI 시대
인공지능(AI) 번역기를 활용한 번역물도 창작물일까. AI 번역기는 최종적으로 인간 번역가를 대체할 것인가.
AI 번역 기술이 고도화되고 사람들 일상을 파고들면서 이같은 질문들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 말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이 주관한 ‘한국문학번역상’ 웹툰 부문 신인상 수상자가 번역 과정에서 네이버의 AI 번역기 ‘파파고’를 활용했다는 사실이 지난 2월 밝혀지면서 국내 번역 학계도 크게 술렁였다.
이같은 AI 고도화 시대, 문학 번역과 AI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를 논의하는 심포지엄이 번역원 주최로 26일 개최된다. 그에 앞서 번역원은 1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AI 번역 현황과 문학 번역의 미래’라는 제목의 심포지엄 기획취지와 주요 논점에 대해 설명했다.
심포지엄을 준비한 번역원과 기획위원들은 AI의 침투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공감대를 전제로, AI와 인간이 어떻게 협업하며 공진화(共進化)할 것인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효환 번역원장은 “AI 기술 발전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상황에서 자극적이고 과잉된 기대나 우려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미래를 준비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 원장은 특히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은 일본인 마쓰스에 유키코가 AI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웹툰 부문 신인상을 받아 논란이 된 사례를 언급하며 “재심을 거친 결과, 수상자의 창의적 작업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번역원이 꾸린 재심위원회가 수상작과 원문 텍스트의 파파고 번역본을 대조했더니 ‘예’ ‘아니오’ 같은 기본 단어를 제외하면 동일한 문장이 없을 정도로 마쓰스에의 번역 사실이 확인돼 수상을 그대로 인정키로 했다는 것이다. 다만 번역원은 신진 번역가를 발굴한다는 신인상 취지에 맞게 앞으로 번역기 등 외부 힘을 빌린 작품은 배제한다는 취지로 공모 요강을 개정한 상황이다.
심포지엄의 기획위원장을 맡은 정과리 연세대 국어국문학 교수는 “만약 AI가 기본적인 번역을 담당해준다면 인간은 훨씬 더 고도의 창의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간이 AI와 협력할 부분과 창의적으로 해나갈 부분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논의가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서는 ▶AI 번역의 역사와 현황 ▶AI 번역 활용 및 수용 가능성 ▶AI 번역 관련 법제 및 윤리 문제 ▶AI와 번역교육 등 네 개의 소주제에 걸쳐 발제와 토론이 이뤄진다. 네이버 파파고 기획에 중추적 역할을 한 신중휘 네이버클라우드 파파고 이사가 AI 번역이 발전해온 역사와 현황을 짚고, 마승혜 동국대 영어영문학 교수가 시·영화·소설 등 예술적 텍스트에 대한 AI 번역기의 완성도를 비교분석해 향후 활용 방향성을 모색한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작권 문제 등 AI 번역 관련 법적 쟁점을 살피고,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AI를 번역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짚어야 할 논점을 제시할 예정이다.
심포지엄은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개최 하루 전까지 번역원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누구나 링크를 통해 온라인 참여가 가능하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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