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어떤 시계를 찰까?
Q : 만나서 반갑다. 까르띠에의 이미지와 스타일 그리고 헤리티지를 담당하는 디렉터는 오늘 어떤 시계를 고를까 궁금했다.
A : 신제품으로 출시한 산토스 그린 다이얼 미디엄 모델을 선택했다. 주로 빅 사이즈에 화이트 다이얼 버전의 산토스를 착용하는데, 이 시계는 더 작아서 우아하게 느껴진다. 그린 컬러도 맘에 들고. 생소하지만 나에게 이 시계가 어울리는지 일종의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웃음).
Q : 까르띠에의 이미지와 스타일 그리고 헤리티지를 디렉팅하고 있다. 어떤 일인가
A : 까르띠에의 오브제를 가장 까르띠에스럽게 만드는 것. 이것이 내 주요 역할이다. 한 가지 오브제를 두고 어떻게 하우스에 적합하게 할지, 적합하지 않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한다.
Q : 까르띠에답게 만들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A : 과거 하우스의 창조물과 창조물에 깃들어 있는 철학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항상 까르띠에의 정수를 대변하는 철학을 고수하며 오늘날의 고객을 위한 오브제를 창조해 낸다. 이런 헤리티지 요소를 현재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감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Q : 올해는 스켈레톤 워치를 강조했다. 심지어 산토스와 파샤 그리고 포켓 워치까지
A : 스켈레톤은 디자인적으로 우리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방식 중 하나다. 알다시피 우리는 1912년 시곗바늘이 다이얼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미스터리 클락을 개발했다. 스켈레톤은 다이얼이 아니라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미학적 측면이 중요한 작업을 우린 오랜 시간 해왔다. 무브먼트를 예술적으로 바라보고 그에 걸맞게 디자인해야 하는 스켈레톤은 우리의 디자인 철학을 보여주는 최적의 무브먼트라 할 만하다.
Q : ‘워치스 앤 원더스’엔 시계를 사랑하는 수집가들이 많이 참석한다. 개인적으로도 워치를 컬렉팅하는지
A : 의도한 건 아니지만 까르띠에 워치만 수집한다(웃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시계는 마흔 살 생일에 선물받은 80년대 중반의 엑스트라 신 탱크 루이 까르띠에다. 이 시계는 작고 얇을 뿐 아니라 1920년대 탱크 루이 까르띠에의 오리지널 비율을 고수하고 있다.
Q : 올해 프리베 컬렉션 또한 탱크 노말이다. 이 시계는 1917년의 오리지널 탱크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오리지널 탱크의 가장 큰 특징은
A : 1917년대는 탱크 노말이 아니라 탱크라고 불렀다. 가장 순수한 디자인을 추구한 결과 탄생한 시계다. ‘두 직사각형 사이의 정사각형 다이얼’이라는 아이디어가 주목할 만하다.
Q : 다양한 탱크 신제품을 봤는데, 탱크는 메종의 헤리티지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A : 탱크는 까르띠에 스타일의 전형이다. 우리가 가진 디자인 속의 다양한 가치나 중요한 원칙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탱크 이전엔 대부분의 시계가 원형 형태였다. 주얼러의 시선으로 시계를 봤기 때문에 가장 순수한 형태를 완성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손목의 편평한 부분에 시계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고안된 방식이 단연 독보적이다. 까르띠에가 지향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한 존재의 이유를 탱크는 가장 명확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Q : 에디터의 첫 번째 까르띠에 워치도 탱크다. 스타일 디렉터의 공인된 말을 들으니 뭔가 흐뭇하다. 탱크 외에 까르띠에의 디자인 가치와 철학을 말해주는 컬렉션을 꼽는다면
A : 하나만 고르긴 어렵다(웃음). 모든 오브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고 있다. 베누아도 매우 순수한 형태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부드러운 오벌 형태로 탱크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Q : 베누아는 여성 시계라는 인식이 강한데, 남성에게도 어울릴까
A : 까르띠에는 디자인할 때 성별을 고려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뛰어난 디자인을 창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런 고민 끝에 탄생한 제품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Q : 주얼리 워치도 빼놓을 수 없다. 클래쉬[언]리미티드 워치 디자인은 1990년대 중반까지 여성 워치로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빈티지 요소를 강조하기로 한 이유는
A : 우리가 영구적으로 해 나가고 있는 작업 중 하나다. 우리는 ‘미학적 어휘’를 지니고 있다. 비즈, 피코 스터드, 끌루 까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요소 중 일부를 선택해 서로 결합하면 전혀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클래쉬[언]리미티드 워치도 그중 하나다. 로마 숫자와 레일 트랙, 크라운 형태 등 까르띠에의 미학을 표현하는 요소 때문에 파격적인 시도를 해도 클래식한 느낌이 든다.
Q : 까르띠에 시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A : 어휘, 원칙, 창의성. 모든 것이 중요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줄 만큼 창의적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들은 브랜드 고유의 어휘를 이해하고 원칙을 반영해 흥미로운 무언가를 창조해야 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Q : 까르띠에 스타일의 목표는 최종 목표는
A : 누구나 가지고 싶은, 차별화되고 특별한 오브제를 창조하는 것이고 이게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워치스 앤 원더스 2023’을 통해 열정과 기품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까르띠에는 ‘시계’에 관한 철학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시계는 손목 위에서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한히 뻗어 나가는 가치를 지녔다. 이것은 까르띠에가 워치메이커로서 추구하는 고유 비전을 관통한다. 메종의 이같은 신념은 전통과 아카이브를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초석이 됐고, 이들의 움직임은 워치에 관한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놀라운 기술력과 예술성을 토대로 무한한 자유를 가진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에 불가능은 없다.
손목 위에 하늘을 품고 비상하는 듯한 워치 속의 비행기는 산토스 뒤몽에게 바치는 찬사다. 루이 까르띠에의 벗으로 실험적인 기술력과 도전 정신, 창의적 영감이 넘쳐났던 비행사 알베르토 산토스-뒤몽은 까르띠에 스켈레톤 워치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그는 22대 이상의 비행 기계를 디자인하고 끊임없이 발명에 몰두하는 것은 물론, 실험 비행에도 목숨을 걸 만큼 과감하게 도전을 거듭한 인물이다. 산토스 뒤몽이 1907년에 설계한 선구적 항공기인 드모아젤(Demoiselle) 형태로 새롭게 개발한 마이크로 로터는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라쇼드퐁의 까르띠에 매뉴팩처는 이를 위해 2년 동안 창의적이고 기술적인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212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기능적인 마이크로 로터 칼리버를 완성할 수 있었다.
간결하게 깎은 다이얼과 조각적인 프레임에 절제된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는 무브먼트의 화룡점정이 바로 이 ‘9629 MC 오토매틱 스켈레톤’ 칼리버다. 핑크골드와 스틸로 제작한 산토스 뒤몽 스켈레톤 워치는 옐로골드와 네이비 래커 버전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모든 디테일과 베젤, 케이스를 래커 처리했고, 스켈레톤 브리지에는 섬세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수작업으로 더욱 정교하게 래커를 입혔다. 이번 워치스 앤 원더스에선 이 외에도 세 가지 까르띠에 스켈레톤 워치를 선보였다. 투르비용,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갖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스켈레톤 포켓 워치, 바케트 컷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산토스 드 까르띠에 그리고 그레이 래커 브리지로 아름다움을 드러낸 파샤 드 까르띠에 워치는 어느 때보다 투명하고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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