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담아라…퓨얼셀은 수주 지켜봐야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5. 15. 22: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분기 호실적’ 두산그룹株 어떤 종목 담을까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두산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지주사 두산을 비롯해 두산그룹주가 주목받는다. 미국 건설업계 호황을 제대로 탄 두산밥캣은 호평이 줄을 잇는다. 연료전지 자회사 두산퓨얼셀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하반기 전망은 나쁘지 않다.

밥캣·에너빌리티 호실적 견인

비상장 로보틱스도 성장세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올해 1분기 주요 계열사의 고른 성장 덕분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두산은 연결 기준 1분기 매출 4조3511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5월 4일 공시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0% 늘었고, 영업이익은 8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1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 흑자전환했다.

주요 계열사가 제 몫을 했다. 건설장비 자회사 두산밥캣은 매출 2조4051억원, 영업이익 369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90% 증가한 수치다. 북미 시장에서 매출이 확대됐고, 물가가 다소 완화되며 재료비와 운송비 부담이 줄자 수익성이 개선됐다.

국내 유일 원자력 발전 주기기 생산 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의 1분기 영업이익 역시 364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매출도 4조410억원으로 35% 늘었다. 지난 3월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카자흐스탄과 투르키스탄 복합화력발전소(CCPP) 등 해외 수주가 늘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껑충 뛰었다. 이미 받아둔 1분기 수주만 4조3049억원으로 올해 목표치인 8조6000억원의 절반을 달성했다.

비상장 계열사 두산로보틱스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두산로보틱스는 신규 협력사 발굴과 식음료(F&B) 서비스 로봇 판매 확대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5% 증가했다. 두산로보틱스는 2분기에도 북미 법인 활성화와 신규 채널 발굴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 상장을 계획 중인 가운데,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히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다만, 전자 소재 등 지주사 두산의 자체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다소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은 2551억원으로 2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161억원으로 57% 줄었다. 전방 산업 부진 여파가 이어졌으나, 지난해 4분기부터는 회복세가 나타난다. 두산 관계자는 “전자사업부(BG)는 1분기 지속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역성장했으나, 반도체 시장이 저점을 찍은 이후 올해 2월부터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자체 사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2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1분기 흑자전환했다.

두산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지주사 두산을 비롯해 두산그룹주가 주목받는다. 사진은 동대문 두산타워 전경. (연합뉴스)
에너빌리티 주가 ‘지지부진’

목표가 줄하향에 퓨얼셀 ‘울상’

증권가에서 주목받는 종목은 두산밥캣이다.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자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두산밥캣은 실적 공시 다음 날인 4월 27일 장중 최고치인 5만1400원까지 주가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기록했다. 5월 8일에는 5만3500원까지 주가가 치솟으며 또 한 번 신고가를 경신했다.

증권가에서도 줄줄이 두산밥캣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교보증권(7만5000원), 다올투자증권(7만5000원), 신한투자증권(7만3000원), 삼성증권(7만1000원) 등이 7만원 이상의 목표주가를 새롭게 제시했다. 최근 주가 대비 대략 39~46%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미국 건설장비 시장이 호조를 보인 게 증권가 호평의 이유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재생에너지 투자, 전력 인프라 개선, 신규 공장 착공 등 비주거용 건설 프로젝트가 늘자 두산밥캣의 기계장비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계기로 자국 내 건설 투자를 늘린 덕을 봤다는 것이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1980년대 이후 제대로 된 인프라 투자가 없었는데 50년 만에 건설 호황이 찾아왔다”며 “미국과 중국이 갈라선 상황에서 제조와 인프라의 중복 투자 수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투자도 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수요는 견고할 것”이라며 “회사의 제품 라인업이 확대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두산 역시 실적 발표 직후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올린 보고서를 발간했다. NH투자증권은 두산의 목표주가를 기존 12만원에서 13만7000원으로 14% 상향 조정했다. 전자 중심의 자체 사업도 안정적이고 업황이 개선되며 상장 계열사들의 성장성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두산로보틱스 상장 효과도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체 사업인 전자 부문은 반도체 고객사들의 재고 축소가 마무리 국면이고, 5세대(5G) 네트워크용 신규 소재에 진출한 점도 긍정적”이라며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두산로보틱스 상장에 따른 순자산가치(NAV) 상승과 구주 매출로 인한 현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탈원전 정책 폐기와 한미 정상회담 수혜주로 주목받았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호실적에도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과거 유상증자를 수차례 진행한 탓에 주식 수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020년 두산에너빌리티는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을 빌렸는데, 당시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맞물려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 돈을 갚으려 유형자산 매각에 나섰지만 채무 상환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1조147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조기 졸업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옛 두산중공업 시절 재무 구조 개선 과정에서 유상증자, 자회사 지분 매각 등 여러 이벤트로 자본 시장 참여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실제 2018년 1억5409만240주였던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은 2022년 6억3830만8033주로 큰 폭 늘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공매도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악재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에너빌리티 연결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산밥캣의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며 두산에너빌리티의 성장을 견인했다”며 “자회사로부터의 배당 수익이 늘어난 것이 두산에너빌리티 호실적의 주요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업 측면에서의 개선은 아직 관찰되지 않았다”며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당장의 실적보다 수주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산퓨얼셀은 실적 자체가 기대에 못 미치며 주가가 내리막을 걷는다. 두산퓨얼셀은 올 1분기 매출 499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 줄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수익성은 개선됐으나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는 평가다. 중국 매출 인식이 지연된 게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적 발표 후 증권가에서도 두산퓨얼셀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미래에셋증권 3만5000원, NH투자증권 3만8500원, 신영증권 5만원 등이다.

다만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수준이고 올해 국내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 추정치를 조정하며 목표주가를 내리기는 했지만 영업이익률은 수익성 호전으로 예상보다 양호했다”며 “올해 6월 개설될 국내 입찰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의 핵심은 국내 수주”라며 “낙찰 물량이 연내 수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9호 (2023.05.17~2023.05.23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