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노동정책, '소음'만 요란하고 '개혁'은 안 보인다 [넥스트브릿지]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유성민 기자]
▲ 지난 4월 26일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2천원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이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 등 양대노총 관계자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 권우성 |
우리 사회는 대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산업구조 전반의 변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적인 경제침체와 국가 간 경쟁 가속화, 기후변화로 인한 탄소중립 등 여러 방면으로 중요한 전환기를 직면하는 중이다.
노동환경도 과거와는 크게 다른 상황이다. 올해도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최저임금은 주휴수당을 제외해도 곧 1만 원 시대에 접어들게 되는데, 이후에도 지속적인 인상이 필요한지, 인상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지에 대한 합의는 아직 없다. 물가와 생산성을 고려한 적정수준의 최저임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최저임금 상승에도 최저임금 미만 소득 노동자 비율이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그늘도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 이후 가장 큰 쟁점이 된 부분 중 하나였던 연간 실노동시간도 과거보다 상당히 줄어든 1915시간(2021년 기준)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이기에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만 한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촉진시킨 비대면 업무환경의 확산 속에서 근로시간 및 근로장소·방법의 유연화 등 근로 형태의 다양한 변화를 추구해야 할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와 욕구를 지닌 노동자들이 복수노조 시대에 맞춰서 계층별 노동조합을 조직화하여 의견을 표출하는 다원화 시대가 이루어졌으나, 여전히 85% 넘는 무노조 기업에서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2020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근로자대표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기로 노·사·정이 합의했지만, 정부안에 대한 이견이 팽팽하게 맞서 아직도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기업 현장에서는 사람 중심의 관리에서 일·직무 중심의 관리로 많은 인적자원관리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젊은 세대의 공정성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과 더불어 OECD 최상위 수준의 산재사고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과거와 다른 노동환경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노동 개혁을 위한 논의를 필요로 한다. 정부의 노동정책, 노동계, 경영계의 노력 등을 통해 모두 새로운 노동환경의 변화에 맞게 제대로 된 노동개혁을 이루어 가야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이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 구현'은 어디로?
이런 중요한 노동 변화의 시기에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 구현'의 기치를 내걸고 100대 국정과제 중 7개의 과제를 노동 및 고용과 관련한 이슈로 제시하였다.
이번 정부에서 특히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노동 관련 국정과제로는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노사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동시장 구축', '취약계층 보호 및 고용안전망 강화' 등이다.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노동·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및 지원과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근로 시간 유연화 등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특히 '개별적 고용관계'는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집단적 고용관계'에 대해선 법치주의를 적용하는 것을 핵심적인 방향으로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동조합에 대한 엄격한 법치주의 적용을 통해 화물연대의 파업에 강경 대응하였고, 노동조합의 회계장부 비치 등 회계 투명화를 원칙적으로 적용하여 처벌하였다.
또한 노동조합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국민들에게 일정하게 지지받는 정책이 되었고, 관련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계가 반성하고 변화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그러나 사용자 측의 불법적인 노동 관행이나 부당노동행위, 임금 체불 등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에 대한 엄격한 법치주의 적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즉, 사용자와 노조 양측 모두에게 시대에 맞는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의 노동 정책은 회계장부처리 및 비치에 대한 조사 등 주로 노조에 대해서만 법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하는 흐름이다.
한편 정부는 노사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동시장 구축을 위하여 '노사의 자율적인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를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노동환경 변화에 따라 노동시간 및 노동 방법·장소의 유연화가 일정 부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근로시간 중 특히 연장근로시간의 유연화에 초점을 맞춰, 오히려 근로시간을 늘리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되면서(소위 69시간 논쟁 등) 국민들의 큰 반발을 사게 되었다.
노동의 유연화는 노동 시간뿐만 아니라 노동 방법·장소의 유연화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아직까지도 OECD 상위권에 위치한 우리나라 노동시간을 고려할 때 연장근로시간의 유연화가 아닌 법정근로시간 내에서의 유연화에 초점을 두어 근로시간의 단축을 위한 노력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의 논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의 적용이 어려울 정도로 연장근로시간이 필요한 일부 제조업 업종들과 특수한 상황에서 근로시간 상한의 예외가 필요한 업종·직종의 상황을 과도하게 일반화하여 반영한 것이다. 현실적으로만 봐도 연차휴가조차 모두 사용하는 것이 어려운 많은 기업들에서 정부의 제도 개선안은 실효성이 크지 않다. 즉 현실과 상당히 괴리된 정책이 돼버린 것이다.
반면, 정부가 다른 한쪽으로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취약계층의 보호 및 지원, 고용안정망 강화'와 관련해서는 중요하게 국정과제의 한 축으로 제시한 것에 비해서는 가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나 청년층·여성층·고령층을 위한 고용안정망에 대한 정책 추진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즉, 노동조합에 대한 강경한 법치주의 적용은 국민들의 일부 지지를 얻고 노동계의 일부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겠지만 노동계와의 소통 경로를 극단적으로 막아버리는 악수로 작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과거 정부와 계속 교류하고 소통해 온 한국노총도 정부와의 대화를 단절하고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최소한 젊은 세대는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대표적인 젊은 세대 노동조합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도 크게 반발할 정도로 정책들이 실제 주체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더구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 개혁 이슈의 다수가 입법과제인데 차기 총선까지 국회 다수 의석은 민주당 등 야권이 가지고 있다. 의회에서도 소수인 여당과 정부가 노동계를 비롯한 주체들과 소통하는 창구도 없는 상황에서 노사 양쪽을 노동 개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협상카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지부터가 회의적인 상황이다. 노동 개혁을 3대 개혁 의제로까지 설정했지만 '소음'만 요란할 뿐 정작 중요한 '개혁'은 실패하는 결말로 치닫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적어도 이 문제들은 다뤄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먼저 최저임금 수준은 한국이 세계 주요국 중에서도 10위권(13위 정도)이 될 만큼 절대 금액은 과거보다 상당히 오른 상황이다. 다만 최저임금 미만으로 받는 노동자의 비율이 원래도 다른 나라보다 많았는데 최근 증대하였고(15% 이상), 최저임금이 OECD 평균보다 높아졌다 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경우 평균 수준이나 평균에 약간 못 미친다고 분석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총생산(GDP) 수준 및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최저임금에 대해서 '언제까지 올릴 수 있을지, 올린다면 어떤 기준으로 올려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의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이 문제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근로시간의 경우 과거보다는 짧아졌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손꼽히는 장시간 노동국가인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된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의 경우 효과는 분명 있었지만 다소 급하게 도입되어 일부 업종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한 것도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에서 중요하게 활용을 촉진해 온 유연근로제는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지만 대부분 일부 제도에 치우쳐 있으며, 근로자보다는 기업이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유연근로시간제의 도입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연제도가 근로시간 이외에도 근로장소 및 방법과 관련한 제도도 많이 도입되고 있으며,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유연화를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도 노·사·정이 함께 중·장기적으로 근로시간의 단축과 더불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여 임금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업의 특성과 업종의 특성, 직종의 특성 등이 좀 더 반영될 수 있는 방안들도 찾아나갈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한편,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의 초점을 본다면 "취약계층 보호 및 기본 노동권 보장"을 분명하게 내세우고 있다. 즉, 대기업 노동조합에 대해선 엄정 관리를 추구하더라도 개별 고용관계에선 노동자를 보호하겠노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과는 달리 개별 노동자, 특히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5인 이하 사업체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의 확대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로 판단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비용적인 어려움이 예상되는 사업체들에 대한 지원구조도 함께 살펴서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근로자대표제도를 정비하여 특히 무노조 사업장에서의 사용자 권한 남용을 막고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다층적인 고용안정망을 통하여 취약계층에 안정적인 생계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또한 산업전환 및 고용구조 개편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노동법의 정비가 필요하다. 산업이 변하고 고용의 형태가 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개념은 무엇인지, 사용자의 개념은 무엇인지를 재정의하고 새롭게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노·사의 충분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고려하여야 한다.
노사관계 주체인 노동계, 경영계와의 소통 강화해야
무엇보다, 지금 정부에서 제시한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선 노동계와 경영계를 협의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년연장, 최저임금, 노란봉투법, 근로시간 단축 등의 문제는 치열한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가 강압적으로 주도하여 진행할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이 '요란한 소음'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결국엔 그러한 논의와 협의를 위한 소통의 창구를 복원해야만 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동개혁'이란 키워드로 국내 언론 기사를 워드 클라우드 분석과 연관어 분석을 수행하였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작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 주요 언론사(일간지, 방송사, 주간지 등)의 기사를 통해 노동 개혁과 연관되는 단어들이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 그리고 주요하게 관련성을 갖는지를 살펴보았다.
▲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과 관련 미디어에서 언급된 워드들의 빈도를 클라우드 분석 |
ⓒ 유성민 |
▲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과 함께 자주 언급된 연관어 분석 |
ⓒ 유성민 |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노동 개혁은 정부가 정책 주제를 주도한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주체인 경영계와 노동계의 참여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노동 개혁'을 3대 개혁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노·사·정이 모이는 협의의 장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노·사·정이 모여 사회적 의제를 논의하던 경사노위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사실상 공익위원들만 활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노동개혁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중요한 전환 시기에 제대로 된 개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노동계, 경영계와의 소통 창구를 복원하고 이들과 치열한 개혁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꼭 제언하고 싶다.
* 필자 소개: 경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경영학 박사(인사/조직 전공), 한국인사관리학회 학술위원장, 한국인사조직학회 브릿지위원장. 다년간 근로시간 및 휴직제도, 청년고용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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